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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독일

교통 선진국 독일의 자전거 학교

글&사진·김지숙 독일통신원

2013. 10. 07

독일에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모두 자전거를 탈 줄 안다. 부모들은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다. ‘자전거 학교’도 있다. 정식 명칭은 ‘교통학교(Verkehrsschule)’지만 모두들 ‘자전거 학교’라고 부른다.

교통 선진국 독일의 자전거 학교


독일에서 자전거 교육은 초등학교 자연과학 커리큘럼의 일환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은 의무적으로 이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베를린 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은 만 9세 정도가 되면 교통법규의 중요성과 거리에서의 위험도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집중력과 판단력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이때 정확한 교통법규를 익히면 성인이 된 후에도 교통법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이 학급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이 방문한 학교는 베를린 슈테그리츠 구에 있었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보기 위해 동행했다.
담임 교사의 인솔 하에 학교에 들어가자 경찰관 한 명과 보조 교사가 아이들을 맞아주었다. 자전거 학교의 내부는 거리 표지판과 교통 표지판 그리고 신호등까지 갖춰진, 작은 도시를 연상케 했다. 경찰관 홀크 씨는 먼저 헬멧 검사부터 했다. 깜빡 잊고 헬멧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자전거 학교에서 여분으로 갖고 있는 헬멧을 빌려줬다. 그 후 홀크 씨는 아이들에게 헬멧 착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은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가끔 대형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다가 트럭이나 자동차에 부딪혀 넘어질 경우 십중팔구는 사망사고로 귀결되기 때문에 헬멧 착용은 필수라고 했다. 헬멧의 올바른 착용법을 설명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마에 꼭 맞게 그리고 귀를 드러내주어야 하고, 턱 밑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헬멧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사고 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초등 4학년 정규수업, 자전거 면허 시험도 치러

교통 선진국 독일의 자전거 학교

‘자전거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 4학년 아이들.



드디어 아이들이 탈 자전거를 대여받았다. 홀크 씨와 보조 교사 다니엘라 씨가 아이들의 키에 맞게 안장의 높이를 조절해주었다. 두 시간에 걸친 자전거 타기 연습은 아이들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이 갈 방향을 지시하는 일(거리에서 자전거를 탈 경우 뒤에 따라오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해 필수), 브레이크 잡는 연습, 안전거리 및 시야 확보, 교통 표지판 정확히 읽기 등으로 이루어졌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담임 교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내년 4월에 자전거 운전면허 시험을 본다. 이번 자전거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에게는 면허 시험 때까지 한 번 더 연습할 시간이 주어진다. 담임 교사는 자신의 메모를 바탕으로 자전거 타기에 서투른 아이들에게 집에서 다시 연습할 것을 당부했다.
홀크 씨는 아이들의 자전거 실력에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아이들이 올바른 교통법규와 도로 위에서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은 성인이 돼 자동차 운전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데, 요즘 독일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등에 빠져 자전거 타기를 소홀히 하거나 아예 못 타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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