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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Trend Report | 구 기자의 캐치 업

내가 지금 방송을 보면 시청률에 영향을 줄까?

글·구희언 기자 | 사진·SBS, REX 제공

2013. 09. 04

방영 내내 화제였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마지막 회 시청률이 늘어지는 스토리로 비판받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평균 시청률보다 낮았던 이유는 뭘까. 이제는 시청률이 작품의 인기를 대변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방송을 보면 시청률에 영향을 줄까?


TV와 영화 저널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의 집에는 TV가 없다. 그렇다고 방송을 안 보느냐.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스마트폰이 곧 MP3이자 TV로 통한다. 그간 N스크린 서비스 ‘티빙’으로 방송을 봐왔는데, 최근에는 정기 결제 비용에 다시보기까지 포함된 ‘pooq’도 활용하고 있다. N스크린은 하나의 콘텐츠를 스마트폰·PC·스마트TV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는 컴퓨팅·네트워크 서비스다. 컴퓨터로 보던 방송 프로그램을 TV에서, 스마트폰에서 이어 볼 수 있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게 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의 대표적인 N스크린 서비스는 ‘pooq’, CJ헬로비전의 ‘티빙’, SK의 ‘Btv’ 등이다. SK플래닛의 VOD 특화 N스크린 서비스 ‘호핀’은 올해 8월 들어 서비스 개시 2년 6개월 만에 가입자 4백만 명을 돌파했다.
다음 상황을 살펴보자.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본방송 평균 시청률은 10%대다. 하지만 ‘티빙’에서 방송이 시작되면 점유율이 60%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이 된다. 이런 현상은 야구 경기 중계도 마찬가지.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3.1%(닐슨코리아)였다. 시청률 답보 상태인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평균 시청률(약 25%)보다 낮지만 체감 인기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해 방송을 시청하거나 다시보기를 활용한 시청자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한국 방송계에서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제1의 기준이었다. 시청률은 프로그램 개편과 폐지, 조기 종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광고주가 광고 단가를 산정하는 기준이자 제작자에게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수치화해 살필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시청률은 작품의 인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2010년 스마트폰 사용 인구 1천만 명 시대를 맞이한 이래 시청자들이 TV를 외면하는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닐슨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년간 30대 이하 연령층의 시청률은 하락했지만, 40대 이상 연령층은 비슷했고, 60대의 이상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청률 50%를 넘는 국민 드라마를 만나기도 어려워졌다.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각각 47.6%와 45.3%(닐슨코리아)였던 것을 제외하면 전국적인 인기를 얻는 드라마들도 평균 시청률 10%를 넘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방송사에서 쏘아주는 일정에 종속되기보다 보고 싶은 순간에 프로그램을 선택하려는 시청자가 늘어난 것도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TV 시청을 하는 20∼30대의 시청률은 기존의 조사 방식으로는 제대로 잡아낼 수가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늦은 시간대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낮아지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하지만 ‘힐링캠프’ ‘라디오 스타’ ‘해피 투게더’ 등 야간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SNS에서 실시간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TV와 모바일 기기 이용 정보를 모아 동시에 집계하는 ‘통합 패널’ 방식을 추진 중이다. TV와 스마트폰, PC를 이용하는 패널을 선정해 이들의 이용 행태를 분석하고 ‘통합 시청 지수’를 측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SNS에서의 시청자 피드백도 반영된다. 미국 시청률 조사 전문 업체 닐슨은 올가을부터 TV뿐 아니라 IPTV와 애플TV,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서의 방송 시청을 포함한 시청률 산정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닐슨 본사의 방침에 따라 닐슨코리아도 연초부터 시청률 조사 방식 변경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수치의 정확성과 개인 정보 유출의 가능성, 조작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청률 집계 방식이 다변적으로 변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며 시청률 상승에 0.001%라도 이바지하지 않을까 설레하고, 연예인들이 자신이 나온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해달라는 글을 SNS에 올리는 풍토가 바뀔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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