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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행복으로 향하는 인생 여행법

“욕심 줄이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많은 경험 하세요”

글·권이지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3.08.23 10:52:00

여기저기서 우리에게 행복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의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에게 물었다. 행복이란 뭔가요?
‘꾸뻬 씨’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행복으로 향하는 인생 여행법


200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랑수아 를로르(60)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 그는 의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1985년에 정신과 전문의가 된 이후부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고 있다.
행복에 대한 논문을 쓰던 를로르는 2000년 초, ‘나 같은 정신과 의사가 여행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콩트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가상의 정신과 의사 ‘꾸뻬 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 자신을 투영한 것처럼 느껴지는 동화 같은 이 소설은 프랑스를 거쳐 전 세계 12개국에 번역됐다. 한국에서는 류시화 시인의 소개로 2004년 한국에서 정식 발간됐다. 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올해 초 강호동이 진행한 ‘달빛 프린스’에서 이보영의 추천으로 화제가 되며 최근 누적 판매부수 50만 부를 기록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그리고 멀리 한국에까지 삶의 목적과 행복에 관한 메시지를 전파한 프랑수아 를로르가 7월 중순 새로운 책 ‘꾸뻬 씨의 사랑 여행’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주인공 꾸뻬가 현대인들이 완전하게 행복해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사랑’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여행을 떠나면서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그는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강연을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랑스문화원을 찾은 를로르는 생각보다 키가 껑충한 노신사였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그가 어떤 행복을 가져다줄지 무척 궁금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그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처음에 한국을 찾았을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공항에 내렸을 때 눈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오늘은 바다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래서 지난번과 다른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기대에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오늘 오신 분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인류 역사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한 주제
‘꾸베 씨의 행복 여행’에 등장하는 꾸뻬 씨 역시 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어느 날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얻고 성공도 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사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20세기 중반까지 행복은 특히 철학자들의 깊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주제였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대해 하나의 목표를 향한 활동이라 정의내린 바 있다. 그는 자유의지를 통해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다르게 스토아학파의 학자들은 정신과 영혼을 제어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기쁨이나 축제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떠올리면 된다.
“쾌락을 통한 행복은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많은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가사처럼 놀 땐 놀고 눈앞의 행복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멋진 자동차를 사고,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등 소비사회에서 가능한 기쁨 말이죠. 물론 이러한 행복은 철학자들도 비판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좀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고요.”
행복이란 불필요한 욕망을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쟁이나 야심을 피하고 검소하게, 전원생활을 하며 친구와 토론을 즐기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논했던 철학자들의 시대가 지나고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의 시대, 즉, 20세기가 도래했다. 행복은 이제 분석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행복을 측정하려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질문을 만들었다. 삶은 행복한가, 삶에 만족하는가, 불만족하는가…. 또 다른 질문도 만들었다. 한 주 동안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 불안한, 화가 났던 순간이 있습니까?’ 학자들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사람들에게 대답을 구하면서 이를 계량화하고 수치화해 기록으로 남겼다.
학자들은 ‘부자이면 행복한가, 배우자가 있어야 행복한가, 비종교인에 비해 종교를 가지면 행복한가’ 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을 쓰면서 많은 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꾸뻬를 탄생시키면서 저 역시도 행복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됐지요.”
프랑스는 2차례 세계대전을, 한국은 6·25전쟁을 치른 뒤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해야 했다. 먹고 살기 어려웠고 그 당시 행복이란 삶의 조건이 전보다 나아지는 것, 아이들에게 더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는 것을 의미했다. 정치인들은 경제성장을 외치고, 국민 1인당 소득이 늘어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의 목표는 국민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 됐다. 그럼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모두 행복할까.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진다고 행복해지지 않아

‘꾸뻬 씨’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행복으로 향하는 인생 여행법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2012년 4월 유엔에서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의 국민총행복지수 순위에서 1백56개국 중 56위에 머물렀다. 반면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곳은 히말라야산맥 인근에 위치한 산악국가 부탄이다. GDP는 2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부탄이 행복한 나라로 선정된 이유는 4대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1972년 성장 대신 행복을 국가 발전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뒤 40년간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크면 행복도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높은 삶의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 수입은 많지 않지만 행복한 나라. 이런 사례들을 보면 결국 행복의 양은 그대로였습니다. 성장이 답은 아니었던 거죠.”
를로르는 “흑백 TV를 보던 시절이 우리가 컬러 TV를 가지고 있는 지금에 비해 덜 행복했을까요. 지금 내 손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더 행복할까요”라고 되물었다. 물론 돈이 있으면 새로운 스마트폰을 살 수 있고, 원하는 자동차를 살 수 있으며,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물질적인 욕망만을 충족한다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돈을 사용하지 않고 행복해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돈을 행복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행복하게 소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이나 음악, 운동을 배우거나 멋진 곳을 여행하는 거죠. 그렇게 얻은 추억은 좀 더 오래도록 행복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물건을 살 때도 행복을 느끼지만 자주 살 수 없습니다. 그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는 어느새 헤도니즘(쾌락주의,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쾌락을 추구하는 사고)적인 쾌락에 이미 적응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게 되면 이에 적응하고, 남들은 어떤지 궁금해하며 비교한다. 부처는 “대부분의 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라고 말했다. 비교를 안 할 수는 없지만, 너무 과하면 행복과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꾸뻬 씨는 첫 여행지인 중국으로 떠나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게 됐다. 항공사의 오버부킹 때문이었다. 편안한 의자에 기분이 좋아졌는데, 옆에 앉아 있던 비비엥 씨는 ‘의자가 퍼스트 클래스보다 덜 눕혀진다’는 둥 쉴 새 없이 투덜댔다. 꾸뻬 씨는 그가 줄곧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다가 어느 날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그것만 줄곧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남과 혹은 예전에 좋았던 경험과 비교하면 자꾸만 불만이 생기게 된다. 꾸뻬 씨가 비비엥 씨와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여행 속 첫 번째 배움은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여행할 때 주로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다. 비즈니스, 더 나아가 퍼스트 클래스를 타면 욕심이 생길 것 같아서다. 그는 욕심과 비교가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믿고 있었다.



를로르 씨, 한국 독자들에게 길을 일러주다

‘꾸뻬 씨’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행복으로 향하는 인생 여행법

프랑수아 를로르는 신작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을 통해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자신의 이야기보다 한국 독자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자 했다. 강연 직후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Q 제가 하고 싶은 일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 사이에 괴리를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요?
A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전통을 따르거나 하는 일들이죠. 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난 사람, 예를 들어 소설 속의 ‘보바리 부인’이나 ‘안나 카레리나’는 이에 대항하다 불행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거죠.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설령 위험이 따르더라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좇을 수 있다면요. 하지만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실패 역시 권리라는 것도 잊지 마세요.

Q 인간관계에서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을 받지 못합니다. 갑자기 ‘이 사람은 왜 내 이메일에 답하지 않지? 날 무시하는 건가’ ‘나와 대화하기 싫은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갖 나쁜 가정들을 하기 시작해요. 사실은 바빠서 답을 못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럴 때 가정에 근거해 화부터 내지 말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세요. 그러면 좀 더 이성적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힘들면 무엇에게서든 위안을 받으라고 말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 활동으로 기분을 풀어보세요. 저는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즐겁게 걷고 나면 그런 일들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음악 감상, 식도락, 그림 그리기 등 저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취미 생활이 있습니다. 그런 일에 몰두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을 잊을 수 있습니다. 슬프고 화가 났던 기분도 스르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꼭 실천해보세요.

Q 사람은 조건 없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나요?
A 답을 드리자면 ‘사람마다 다르다’입니다. 물론 제 생각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불완전함도 수용하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지 않아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저는 이상형을 찾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겠죠. 사랑이 지속되려면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치가 비슷하고 취향도 닮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로 너무 다른데 억지로 맞추려고 하다보면 힘들어집니다. 삶의 모든 것이 그렇듯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를 위한다고 포기할 필요도 없고요.

일러스트·열림원 제공
참고도서·꾸뻬 씨의 행복 여행(오래된미래) 꾸뻬 씨의 사랑 여행(열림원)

여성동아 2013년 8월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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