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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Trend Report | 구 기자의 캐치 업

휴대전화 요금 반값 도전기

MVNO 아직 모르세요?

글·구희언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2013. 08. 23

휴대전화 요금 반값 도전기


중학교 때부터 정을 줬던 SK텔레콤과 결별하고 일명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했다. ‘알뜰폰 서비스’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리킨다. MVNO는 SKT·KT·LGU+와 같이 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망사업자의 망을 빌려 독자적인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됐고 일본에서는 2003년 4월부터 시작됐다. 한국에는 CJ헬로모바일, 프리텔레콤(FreeC), 에버그린모바일,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에코모바일, 스페이스네트(FreeT) 외에 수많은 사업자가 있다.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 국내 이동통신사는 3개(SKT, KT, LG U+)뿐인 줄 알았는데, MVNO에 가입한 뒤 반값으로 줄어든 통신요금을 보니 진작 갈아탈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통신사를 옮기기로 결정한 이유는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 대금을 모두 갚고 2년 약정의 노예 신분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간 SKT의 올인원54 요금제(음성 통화 3백 분, 문자 2백 건, 데이터 무제한)를 써왔으나 수개월간 사용 패턴을 조회해 보니 생각보다 전화나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게임이나 영상 등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 업데이트는 와이파이가 되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하니 데이터 양은 500MB면 충분했고, 지인과는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같은 메신저로 대화하기에 통화 시간도 절반 이상 남았다. 멤버십 할인도 잘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 사용량에 맞춰 에버그린모바일 스마트제로21 요금제에 가입했다. 첫 달은 최초 가입비 2만4천원이 3개월 분납 청구된다고 했다. 통화 1백50분, 데이터 500MB, 문자 3백 건 기준으로 계산한 한 달 요금은 부가세 포함 2만3천6백50원. 유사한 조건의 SKT 올인원44 요금제(음성 통화 2백 분, 문자 2백 건, 데이터 500MB)가 매월 부가세 포함 4만8천4백원인 걸 고려하면 거의 반값인 셈이다. 개통 절차도 어렵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내원과 통화한 뒤 택배로 유심을 받아 끼우거나, 아이폰의 경우 유심 번호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개통됐다.
MVNO에 가입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통신비 절약이다. 가입을 염두에 뒀다면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 패턴부터 파악해야 한다. 기존 통신사 가입자들도 사용 중인 번호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데, 전화번호 앞자리가 010이 아니라면 가입할 때 010으로 변경된다. 집에 굴러다니는 공 단말기에 유심만 끼워서 가입할 수 있으므로 비싼 요금제가 필요 없거나 통화량이 많지 않은 아이, 노인을 위한 휴대전화가 필요할 때도 활용하면 좋다.
제약도 있다. 일부 MVNO는 기본료 0원인 ‘제로 요금제’도 운영하는데, 이런 요금제를 유지하려면 일정 기간 통화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기존 통신사의 인터넷TV 결합상품이나 온가족할인 제도를 사용 중이라면 옮기는 게 독일 수 있으니 잘 따져보자. 독점을 막고자 한 사람당 가입 회선 수가 제한된 점과 해지 후 재가입이 불가한 점, 멤버십 혜택이 없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화는 잘 터져?” MVNO로 갈아탔다고 한 뒤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한 달 동안 통화나 문자 수신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 많은 이들이 MVNO의 통화 품질이 떨어질 거라고 오해하지만, 기존통신사 망을 그대로 빌려 쓰는 것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꿔 말해 MVNO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구역은 어떤 통신사에 가입했더라도 신호가 안 잡힌다는 뜻이다. SKT나 KT 가입자가 아니라 지하철에서 T wifi zone이나 olleh wifi를 잡아서 쓸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보자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아낀 돈을 ‘공돈’이라며 홀랑 써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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