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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칼과 밥솥의 나라? 우리가 알아야 할 독일의 일상

글·김영희 전 주세르비아 대사

입력 2013.08.06 09:31:00

올해는 한국과 독일이 수교한 지 1백30주년이 되고 광부 파독 50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기념행사가 열리고, 특별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6월 21일에는 독일의 아름다운 중세도시 고슬라에서 요아힘 가욱(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의 참석하에 성대한 한·독 수교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독일 대통령은 연설에서 파독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치하했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기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나는 독일 대통령과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도 가졌다.
독일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생소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가정주부들에게는 독일의 휘슬러 압력밥솥, 헹켈의 쌍둥이칼, 밀레 세탁기가 친숙한 브랜드일 테고, 거리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가 굴러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의 문학과 철학은 우리의 의식 깊숙이 안착돼 있고, 전 세계 클래식 방송에서 들려주는 음악의 대부분이 독일산이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말할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말도 ‘라인강의 기적’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독일인의 일상생활에 대해 알고 있는가? 지금 나는 이 글을 독일 베를린에서 쓰고 있다. 예전에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 살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동네를 둘러보니 변한 것이 거의 없다. 늘 다니던 슈퍼마켓도, 세탁소도, 미장원도, 식당도 그대로다. 주인들이 나를 알아보고 무척 반가워한다. 안정된 사회인 이곳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다.
독일의 인구는 8천2백만 명인데 외국인이 7백20만 명으로 전 국민의 약 9%에 이른다. 오래 거주한 외국인의 상당수가 이미 독일 국적을 취득해 실제 외국인 비율은 통계보다 훨씬 높다. 수도인 베를린의 경우 인구 3백50만 명에, 1백90개국에서 온 외국인 약 50만 명이 살고 있다. 1960년대 독일 경제 붐에 따라 일자리를 찾아온 외국 노동자가 주류를 이루는데 터키인이 가장 많다. 이즈음 베를린에는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거리나 대중교통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언어가 들리는 것도 전혀 생소하지 않다. 일상생활에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의 장점과 문제점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 ‘롤모델’ 된 독일, 성공 비결은 성실함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는 ‘독일 배우기’가 한창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후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재정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에서 ‘롤모델(본보기)’로 삼고 있는 독일은 특히 청년실업이 7% 수준으로 같은 유로존인 그리스·스페인 등의 심각한 청년 실업률 50~60%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이 나라의 직업교육제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독일 직업교육제도의 강점에 대해서는 여성동아 5월호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일반적인 독일 사람들의 생활은 복잡하지 않고 성실함 그 자체다. 독일의 전통적인 음식으로는 빵과 소시지, 맥주가 꼽히는데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을 고수해 그 종류가 수천 가지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사서 아침식사를 한다. 주택가 곳곳에 있는 빵가게들은 아침 6시에 문을 여는데, 신선한 빵을 공급하기 위해 새벽에 빵을 굽는다. 신선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오후에 빵을 사면 값을 깎아주는 곳도 있다.
독일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나라다. 베를린에는 대중교통으로 전철과 지하철, 버스가 있는데 한 달간 모든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을 구입하면 편리할 뿐 아니라 용도가 다양하다. 장애인은 무료, 학생은 할인, 만 65세 이상의 노인은 절반, 그 외의 성인은 정상가격이다. 또 성인 한 명이 구입한 월 교통권으로 평일(월~금) 오후 8시 이후와 주말(토·일)에는 다른 성인 한 명과 어린아이 세 명까지 무료로 승차할 수 있다. 가족 교통권인 셈이다. 나아가 베를린의 경우 매년 11월과 12월에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다. 평소에는 한 구간만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티켓 한 장으로 11월과 12월 주말에는 도시 전 구간에서 수시로 타고 내릴 수 있다. 이는 연말 쇼핑을 늘려 시정부의 간이세금 징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독일 사람들은 자기 집 소유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 많은 사람이 월세로 사는데 (전세 제도는 없음), 입주 시 월세 3개월 치 보증금을 별도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 예금통장은 세입자 이름으로 돼 있으나 이사를 할 경우 집주인의 서명이 있어야 통장에 입금된 돈을 찾을 수 있는 제도다. 이사할 때는 세입자가 집을 완벽하게 청소해야 하는데 도배를 해놓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때 집주인의 철저한 검증이 있고, 보증금의 완전 반환 여부가 결정된다. 집이 훼손됐거나 청소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에서 공제한다.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경우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해 집을 구입하고 보통 30년 동안 갚는다. 정년퇴직할 즈음에야 진짜 자기 집이 되는 것이다.

평소 아끼고 모아서 여행, 은퇴 후 삶은 정부가 보장
독일에선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 교육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보험료 부담으로 세금의 비율이 높다. 그러나 자녀교육이나 병원비 등으로 특별히 큰 비용이 지출되지 않고 보통 노후도 보장되기 때문에 목돈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독일 직장의 휴가는 매년 4~6주인데(나이에 따른 차이), 매달 조금씩 저축한 돈의 대부분을 휴가비로 사용한다. 그래서 세계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도 독일인이다. 어려서부터 여행을 많이 해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식견이 상당히 높다.
정년퇴직은 직종과 직급에 관계없이 만 65세(또는 직장생활 40년 이상일 경우)였으나 노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만 67세로 변경돼 현재 점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경력이 중요시되는 독일 사회에선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주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대부분이 노련한 반백의 앵커들이다.
뉴스 편집도 우리와 다르다. 뉴스는 전 지구촌을 대상으로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순서가 결정된다. 그야말로 전 세계 주요 사건이 뉴스의 대상이다. 이집트, 시리아, 미국 첩보사건, 유럽 재정문제, 청년 실업문제 등 전 세계의 굵직한 뉴스가 전달된 후 국내 뉴스가 보도된다. 독일 공영방송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청자의 알 권리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시야와 안목을 넓힌다. 뉴스 시간도 15~30분 이내다. 특별히 중요한 국내외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 스페셜 방송이 마련돼 자세한 설명과 토론을 들을 수 있고, 국내의 각종 문제에 대해 지방 방송에서 상세히 보도한다. 스포츠 관련 보도시간도 별도다. 국내 문제에만 시선을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보도를 하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사소한 차이인 것 같지만 글로벌 시대, 다문화 사회, 노령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일인의 안정되고 효율적인 일상생활은 시사점이 많다.

쌍둥이칼과 밥솥의 나라? 우리가 알아야 할 독일의 일상


김영희 전 대사는…
전주에서 6남3녀의 막내로 태어나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1972년 파독 간호보조원으로 독일로 건너갔다. 3년간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한 후 공부를 계속해 쾰른대학에서 교육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쾰른대학 6백년 역사에서 최초로 ‘전공 과목을 강의한 외국인 여성’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독일 통일 직후 1991년 외무부에 특별채용돼 주독일 한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부터 공사까지 역임한 뒤 2005년 세르비아 대사로 임명돼 대한민국 세 번째 여성 대사가 됐다. 공직 생활에서 은퇴한 후 한국과 미국, 독일을 오가며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20대, 세계무대에 너를 세워라’가 있다.

여성동아 2013년 8월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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