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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외국인 가르는 아주 사소한 차이

글·김영희 전 주세르비아 대사

입력 2013.07.04 10:10:00

지금쯤 많은 사람이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매년 우리 국민의 4분의 1 정도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 외국에 나간다는 게 특별할 것도 없는 시대다. 물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수도 현저히 늘어서, 길에서 외국인 여행자를 보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한국인이 해외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외국인이 한국에서 보고 느끼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외국인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공항리무진이나 전철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택시가 편하다. 짐이 많아 목적지까지 곧장 가고자 택시를 이용하려는 외국인이라면 이제부터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택시 기사는 운전석에 앉은 채 트렁크만 열어주고 손님은 혼자서 그 짐을 실어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트렁크에는 이미 LPG 가스통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 가방을 한 개 이상은 넣을 수 없다. 끙끙거리며 택시 안에 큰 짐을 실으려 하니 요금을 더 내라고 한다. 짐이 많아 전철이나 리무진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 어렵게 탄 택시가 목적지까지 바른 길로 가느냐는 다음 문제다. 세계 최고라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국인이 겪는 전형적인 스트레스다.
외국에서는 먼 길을 떠날 때 택시를 부르면 기사가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른다. 짐이 많다고 하면 집 안까지 들어와 직접 짐을 들고 가 트렁크에 싣는다. 물론 LPG 가스통은 없다. 특히 노인들은 여행할 때 무거운 짐을 들지 않아도 되니 아주 편리하다. 기사에게 약간의 팁만 주면 고맙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택시를 잡아타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처럼 운전석에 앉아서 손님을 맞는 기사는 없다. 물론 외국에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한국 지하철의 이상한 풍경, 스마트폰과 화장 도구
드디어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해 시내 관광을 시작한다. 세계 최고라는 서울의 지하철을 이용한다. 벽에 낙서 하나 없이 청결한 역 내부와 승객이 서 있는 위치에 정확하게 지하철 문이 열리는 것에 감탄한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승객들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두드리거나,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거나, 통화를 하고 있다. 그 사이 한 여성이 자리에 앉더니 파우치에서 화장품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기초화장부터 메이크업까지 열심히 한다. 주변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 놀랍다. 요즘은 미모에 관심 많은 젊은 여성들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까지도 이 ‘뻔뻔족’에 합류했다. 서양에서 화장은 자기 집 안방이나 화장실에서 하는 일이다. 그만큼 은밀한 행위인데 이것을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하는 용기에 감탄해야 하나. 가끔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바라보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다.
대학 강의실에도 어김없이 화장하는 여인이 있다. 나는 강의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한 후, 화장품을 치울 때까지 강의를 중단하곤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런 지적을 하는 교수는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 이러한 행동 양식이 존재할까?
지난해 가을 학회 참석 차 영국 런던에 갔을 때 본 지하철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런던 시내로 가는 메트로(폭이 좁아 영국인들은 ‘튜브’라는 애칭을 사용함)를 탔다. 거의 모든 승객이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었다. 몇 사람은 아예 연필과 지우개까지 들고 원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휴대전화를 손에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 내 건너편에 앉아 신문을 보던 중년 부인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문 쪽에 서 있는 젊은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서서 계속 신문을 읽는다. 영문을 몰라 의아해하던 나는 그 젊은 여성의 옷에 달린 배지(Baby on Board)를 보고 이해가 됐다. 임신 초기 산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나눠주는 배지라고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보던 중년 여성들과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빈 자리가 나오면 전투하듯 승객 사이를 헤치고 들고 있던 가방을 홱 던져 자리를 확보한 후 큰소리로 동료들을 불러모으는 한국 아줌마의 모습은 슬프고 민망하다.

‘조용히 해주세요’ 대신 ‘입 다물어’가 된 어설픈 안내문
고궁이나 관광 명소에는 어김없이 안내 표지가 있다. 그곳에 쓰여 있는 설명서의 영문은 대부분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 방화로 파괴돼 언제 재건축했는지, 국보 또는 문화재 몇 호인지’ 등이다. 외국인이 관심을 갖기엔 빈약한 설명서다. 영어 표기나 문법이 틀린 것은 물론, 우리말을 직역해 놓아 명령어 형식으로 된 문구가 다반사다. 아직도 ‘정숙하시오’를 ‘Keep Quiet’로 번역해 놓은 것이 있다. 이는 서양인에게 ‘입 다물고 있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정말 불쾌한 명령어다. ‘Quiet Please’가 적합한 번역이다. 우리나라 말은 직역하면 대부분 명령어가 돼 외국인에게 의도 없이 결례를 하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나가면 모든 국민이 나라를 대변하는 외교관이 된다. 서양인들은 ‘Thank you’나 ‘Please’를 입에 달고 산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잊지 말고 사용해야 할 필수 용어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러겠거니 하며 그냥 지나간다. 서양인들은 사람을 제치고 갈 때는 “Excuse me”를, 상대방과 부딪히면 반드시 “I am sorry”라고 하며, 상대방도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으로 생각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서양인들은 문을 잡고 잠시 멈춰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배려하지만, 우리는 뒤에 따라 들어오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히지 않은 예절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예의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소란스럽게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심심찮게 있다. 그런데 부모는 아예 아이들을 방치하면서 다른 사람이 주의를 주면 “당신이 뭔데 참견하느냐”고 오히려 화를 낸다. 서양인의 눈에는 매우 생소한 장면이다. 서양인들이 큰 소리로 코를 푸는 것이 우리에게 거슬리는 것처럼, 우리가 손을 입에 대지도 않고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하면 그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누군가 큰 소리로 트림을 하거나, 만약 길거리에서 가래침이라도 뱉으면 기겁을 한다. 외국에서 여행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10여 년씩 배웠지만, 막상 외국인과 대면하면 겁부터 나고 입에서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서 말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어로 말할 때도 완벽한 문법을 갖추어 말하지 않는다. 짧게 단어만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일상생활에서는 완벽한 문법을 갖추어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쓸 때는 물론 완벽한 문장으로 써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TV에서 ‘우리말 겨루기’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도 달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하물며 외국어야 얼마나 어렵겠는가. 만약 완벽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마도 평생 입을 열 수 없을 것이다. 용기를 갖고 그저 시작하면 된다. 의사소통이 돼야 상대방과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친구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여름휴가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해외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인과 외국인 가르는 아주 사소한 차이


김영희 전 대사는…
전주에서 6남3녀의 막내로 태어나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1972년 파독 간호보조원으로 독일로 건너갔다. 3년간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한 후 공부를 계속해 쾰른대학에서 교육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쾰른대학 6백년 역사에서 최초로 ‘전공 과목을 강의한 외국인 여성’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독일 통일 직후 1991년 외무부에 특별채용돼 주독일 한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부터 공사까지 역임한 뒤 2005년 세르비아 대사로 임명돼 대한민국 세 번째 여성 대사가 됐다. 공직 생활에서 은퇴한 후 한국과 미국, 독일을 오가며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20대, 세계무대에 너를 세워라’가 있다.

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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