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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테이스티 로드

착한 먹거리 가득한 나라

글&사진·권이지 기자 | 취재협조·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츠 문화원

입력 2013.07.04 09:55:00

여행의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식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이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음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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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 역사지구의 광장. 왼쪽에 뾰족하게 서 있는 첨탑은 지그문트 3세 바사의 기념비다.



서울의 중심부를 한강이 평행하게 가르고 있는 것처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역시 비슬라 강이 좌우를 갈라놓았다. 이 도시는 러시아워 에 도로가 차로 가득한 것도 서울과 닮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심상치 않다. 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졌다. 불과 며칠 전 일기예보에서는 20℃를 넘었는데. 하루 이틀 사이로 날씨가 변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집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서 “여행 준비의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되도록 짐을 줄이는 것이다. 여행 중에 물건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니 그걸 생각해서 짐을 적게 싸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정장과 필요한 옷가지 몇 벌만 넣고 캐리어를 비워뒀는데 대신 배를 채워오게 됐다. 식문화 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으레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폴란드도 만만찮다. 산과 평야, 바다와 강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 덕에 먹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폴란드인들은 감자, 버섯, 청어, 양배추, 비트, 돼지고기 등을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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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쌈요리를 연상케하는 콘셉트의 요리. 2 미슐랭 스타 셰프 보이치에흐 아르마로. 3 아르마로가 개발한 독특한 조리법으로 아스파라거스를 요리하는 ‘아틀리에 아르마로’의 스태프.



폴란드식 ‘착한 식당’
채널A 대표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찾아 착한 식당으로 선정한다. 이영돈 PD가 폴란드에 온다면 대부분의 식당에 ‘착한 식당’ 인증서를 걸어주지 않을까. 폴란드인들은 재료의 맛에 충실해 소금이나 후추, 타임 외에는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어느 레스토랑을 방문해도 조미료의 맛을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신선했다.
폴란드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셰프 보이치에흐 아르마로의 ‘아틀리에 아르마로’는 21세기 폴란드식 슬로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아르마로의 실험정신은 눈, 코, 입을 즐겁게 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선보인 아스파라거스 요리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향기가 나는 나뭇가지가 든 커다란 투명 시약병에 한 번 볶아낸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토치로 불을 붙인 뒤 뚜껑을 닫아 나무 특유의 향이 배도록 한 뒤 내놓았다. 저온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익힌 뒤 손님 테이블에 올린 새 요리는 준비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깊은 맛을 선보이겠다는 셰프의 의지를 반영했다. 앞자리에 앉은 영국인 푸드 칼럼니스트 마이클 부스가 “한국의 쌈과 닮았다”고 한 요리도 있었다. 직접 기른 어린 상추와 무순을 작은 가위로 잘라 얇게 저민 무에 올리고 비트 소스를 얹어 먹는 요리다.
폴란드의 상류층이 쇼핑을 위해 방문한다는 빗칵 백화점의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 좋은 레스토랑 ‘콘셉트 13’은 애피타이저가 유명하다. 헤드셰프 다리우즈 바란스키가 선보인 폴란드식 가르파초는 폴란드인이 좋아하는 채소인 오이와 차이브(골파)를 이용해 만들었다.
‘착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폴란드인들은 바르샤바 내에 유기농 식재료를 파는 시장을 열었다. ‘바이오 바자’는 바르샤바 시내의 폐공장 부지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생산자들이 직접 기른 채소뿐 아니라 햄과 치즈,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나 와인, 직접 짠 기름, 유기농 주스와 곡물류, 빵 등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2010년 11월 처음 문을 연 바이오 바자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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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주 토요일 낮에 열리는 시장 ‘바이오 바자’. 2 ‘콘셉트 13’의 폴란드식 가르파초. 샷잔에 서브해 한 입에 털어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사회주의가 만들어낸 폴란드식 패스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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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식 팬케이크 날레스니키.



처음에는 밀크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이름의 식당 ‘밀크바’. 폴란드의 밀크바는 저렴한 음식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식 식당을 일컫는 말이다. 밀크바는 1896년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사회주의 국가 시절 정부가 음식 가격을 제한하자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밀크바’가 인기를 끌면서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며 밀크바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운영하는 밀크바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학생과 직장인이 많이 찾고 노인들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려 찾는다. 바르샤바 시내에 위치한 ‘밤비노 밀크바’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수프, 피에로기, 팬케이크 등 다양하다. 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메뉴 하나 당 10즈워티(한화 약 4천원)를 넘지 않는다. 폴란드 가정식과 비슷해 현지인들은 ‘할머니의 요리’라고도 부른다. 얇은 크레페 안에 짭짤한 치즈가 들어있는 날레스니키와 닭고기 수프를 주문해 시식을 했더니 닭고기 수프 안에 가는 국수가 들어 있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보드카, 취하는 만큼 반하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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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보드카들.



도수가 40도로 높은 보드카는 러시아 술로 알려져 있지만 폴란드에서는 폴란드의 술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보드카는 한국인에게는 ‘쇼팽 보드카’가 가장 유명하다. LVMH그룹에 인수된 ‘벨베데레 보드카’도 폴란드에서 만드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감자로 빚었다는 고급 보드카 ‘믈로디 지엠니악’을 마셨는데, 코를 찌를 만큼 날카로운 풍미에 재채기가 나버렸다. 하지만 조금씩 마시다 보니 나중에는 칼칼하게 입 안을 훑어내리는 맛에 길들여졌다.
코네세르 보드카 팩토리를 방문해 오너인 야누즈 오시아니 씨를 만났다. 1897년에 문을 연 코네세르 보드카 팩토리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 안에서 그는 “폴란드의 보드카는 소련에 의해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키릴문자로 적힌 소비에트 연방 시대의 광고지를 조심스레 꺼내 보여줬다. 코네세르 보드카 팩토리에서는 코네세르, 메트로폴리스, 프로시무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다. 오시아니 씨와의 짧은 만남 이후 공장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러 내친김에 다양한 종류의 보드카를 시음해보기로 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보드카를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처럼 마시지 않는다. 풍미를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 종류의 보드카를 맛볼 수 있었는데 즈브로우카라는 브랜드의 비손 그라스(소먹이 풀, Bison grass) 보드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쌉싸래한 약을 입 안에 털어 넣는 듯한 첫 맛은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점차 보드카 특유의 향에 익숙해졌다. 참, 보드카는 느끼한 음식에 곁들여 마시면 더욱 좋다.

바르샤바, 어디가 좋을까?
연세대 문과대학 최건영 교수는 ‘바르샤바-벽돌 한 장까지 고증을 거쳐 재건된 도시’라는 책을 통해 1939년 9월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과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당시 독일군에 의해 무참히 파괴된 도시가 어떻게 복원됐는지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17만 명의 시민이 도시가 파괴된 이후 모두 돌아와 1945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산산조각 난 도시를 재건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바르샤바는 시민들이 벽돌 한 장 한 장 올려 복원해낸, 피땀 어린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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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의 랜드마크 문화과학궁전.



문화과학궁전
폴란드인들이 싫어하는 폴란드의 랜드마크라는 아이러니를 간직한 이곳은 스탈린이 폴란드를 위해 지어준 사회주의 시대 건축물이다. 웨딩케이크처럼 생긴 건물 모양은 스탈린 스타일로 불린다. 1952~1955년까지 7천 명을 동원해 세운 건물로 총 42층 규모다. 이곳에는 컨벤션센터, 멀티플렉스, 전망대, 과학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다.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바르샤바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쇼팽박물관
폴란드 출신 음악가인 쇼팽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물관이다. 1~3층까지는 쇼팽이 생전 가족, 친구들과 나눈 서신과 악기, 악보, 가족사진, 자화상 등 관련된 자료 2천5백여 점을 전시했다. 지하에는 쇼팽이 작곡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음 공간이 있다. 컴퓨터 칩이 내장된 카드로 음악과 동영상을 체험할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을 통해 소장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바르샤바 역사지구
‘또 하나의 파리’ ‘동쪽의 파리’라고 불리며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1935년의 바르샤바. ‘바르샤바 역사지구’라고 불리는 구도시는 도시 파괴 이후 도시를 그린 그림과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인공적으로 복원한 것이 인정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폴란드의 옛 왕궁을 비롯해 바르샤바대, 성 안나 교회,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동상, 중세의 성터 유적 등이 복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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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쇼팽의 캐리커처를 그려놓은 박물관 건너편 건물 외벽. 2 바르샤바 역사지구 전경.



만들어 봅시다!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

아시아권에서만 만두를 먹는 것이 아니다. 폴란드의 전통 음식 중에도 만두와 비슷한 생김새의 음식이 있다. 이름은 피에로기. 속에 감자와 치즈가 들어가는 것 외에는 모양도 같고 빚는 방법도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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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재료
밀가루 1kg, 달걀 2개, 식용유 4큰술, 소금 약간, 더운 물 400ml

만들기
1 큰 나무 판 위에 밀가루를 뿌린다.
2 달걀과 식용유, 소금을 넣는다.
3 따뜻한 물을 부어가며 위 재료를 섞는다. 반죽이 부드럽고 쫀득해질 때까지 약 10분 동안 반죽을 휴지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 20분간 반죽을 덮어놓는다.


재료
삶은 감자 500g, 버터 125g, 잘게 다진 양파 4개 분량, 코티지치즈 250g, 구운 양파 약간, 구운 베이컨 100g

만들기
1 볼에 삶은 감자를 넣고 포크로 부순다. 뭉개서는 안 된다.
2 잘게 다진 양파는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둔다. 준비된 감자에 치즈와 함께 잘 섞는다.
3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고 지름 4cm 정도의 컵으로 찍어 눌러 만두피를 만든다. 속을 적당히 채운 뒤 포크를 이용해 중간부터 끝까지 꼭꼭 눌러 만두피를 여민다.
4 다 만든 피에로기는 밀가루를 뿌린 판 위에 올려놓고 행주로 덮어둔다.
5 소금을 약간 넣은 끓인 물을 준비해 피에로기를 삶는다. 표면에 피에로기가 떠오르면 몇 분 정도 익어가는 걸 보고 건져낸다.
6 피에로기를 접시에 담고 구운 양파, 베이컨과 함께 내놓는다.

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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