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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렌치맘이다

타이거맘, 스칸디맘보다 한 수 위

글·김명희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REX 제공

입력 2013.07.03 14:54:00

핀란드가 아이들의 천국이라면 프랑스는 엄마들의 천국이다. 프랑스 아이들은 생후 4개월이 되면 깨지 않고 밤에 12시간을 내리 자고, 두 돌이 되면 레스토랑에서 뛰어다니지 않고 풀코스 식사를 한다. 프랑스 엄마들은 어떻게 자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을까.
프렌치맘은 어떻게 다른가

이제는 프렌치맘이다


세상에 육아만큼 가치 있으면서도 힘든 일이 있을까 싶다. 자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아이도 울고불고 떼를 쓰거나 밤새 칭얼거릴 땐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 같다. 교육은 또 어떤가. 자녀를 바르게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가정교육은 아이의 고집 앞에서 흐지부지되기 일쑤고, ‘어쨌거나 공부만 잘하면 되지’라는 심정으로 학원으로 학교로 몰아붙였다가 부모 자식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아이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타이거맘이나, 창의와 자율을 강조하는 스칸디맘에 대한 관심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타이거맘, 스칸디맘과 함께 새로운 육아 트렌드로 떠오르는 양육 스타일이 바로 프렌치맘이다. 프렌치맘이 화제가 된 건 파멜라 드러커맨의 육아서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이 이슈가 되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저자는 프랑스에 체류하던 중 레스토랑에서 얌전히 앉아 코스 요리를 먹는 아이들,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대신 트렌치코트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하이힐을 신은 엄마들, 패스트푸드 대신 삶은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즐겨 먹는 아이들을 보며 프랑스식 육아에 관심을 갖고 책을 썼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프렌치맘이 주목 받게 된 것이다.
아이에게 종종 ‘을’이 되는 한국 엄마들 처지에서 보면 부모가 ‘갑’이 되는 프랑스식 육아법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덜 피곤한 프랑스식 육아법을 소개한다.

아이는 왕이 아니다

이제는 프렌치맘이다




프랑스에선 “댁의 아이는 앙팡루아군요”라는 말이 가장 큰 모욕이다. ‘앙팡루아(enfant roi)’란 ‘왕 아이’, 즉 집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아이를 말한다. 가족 모두가 아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그래서 마치 아이가 우주의 중심이라도 된 듯 행동하는 아이를 의미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키워선 아이가 장차 절대 행복해질 수 없고, 아이 자신도 혼돈과 자제력 부족으로 고통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아이는 가족 위에 군림하는 왕이나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작고 어린 인간이다. 부모는 아이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만, 아직 성숙한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판단을 따라야 하며 절제력과 인내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사주(sage·현명해라)’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현명하게 행동하는 아이에게는 ‘에베이에(e′veille′·명민하게 깨어 있는 아이)’라는 칭찬이 주어진다.
그러나 프랑스 부모는 아이를 훈육하려고 무작정 윽박지르거나 권위적으로 군림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상황을 이해시킨다. 예를 들어 프랑스 육아지 ‘파랑’에는 낯가림을 하는 아이를 이해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벨이 울리면 아이에게 손님이 도착했으니 몇 초 후에 문이 열릴 거라고 말해줘야 한다. 아이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울지 않으면 반드시 칭찬해줘야 한다.’
교육에서도 프랑스 부모는 자기 아이를 유리한 출발선상에 세우려고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천재가 되라고 옆구리를 찌르지도 않는다. 물론 그들도 아이들에게 테니스, 펜싱, 영어 등을 가르치긴 하지만 남보다 뛰어나길 원해서가 아니라 그저 재미를 위해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깨닫고 스스로 취향과 견해를 만들어간다면 부모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조른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아이들이 떼를 쓰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런 충동적인 요구에 휘둘리는 것은 부모의 태만이라고 여긴다. 이 때문에 아이가 아무리 떼를 쓰거나 울어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안 돼” 혹은 “기다려”라고 말한다.
프랑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하루 4~5회 정해진 시간에만 분유를 먹으며, 이는 유아가 돼도 마찬가지다. 어른과 같은 식단으로, 어른과 같은 식사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며, 간식도 ‘구테(gouter, 오후 4시 30분경 간식 시간)’에만 먹을 수 있다. 설령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도 집으로 가져왔다가 구테 시간이 돼야 먹을 수 있다. 심지어 구테 시간이라 해도 아무것이나 먹을 수도 없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여성동아’ 2013년 4월호 ‘내 아이를 미식가로 만드는 프랑스 엄마들의 식탁 교육’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한국 부모는 아이에게 좌절을 주는 건 곧 기를 꺾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아이 뜻에 맞춰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좌절은 아동 발달의 결정적인 단계 중 하나이며, 생후 3~6개월 때부터 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아이를 조금 기다리게 만들면 아이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고, 2~4세가 되면 스스로 견디는 법을 깨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프렌치맘이다


헌신적인 엄마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든다
아이 친구의 생일 파티에 동석해 끝까지 지켜보는 미국, 영국, 한국 엄마들과 달리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들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다. 아이들끼리 내버려둬도 잘 놀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웨터를 거꾸로 입거나 바지를 뒤집어 입어도 그건 아이의 문제고, 아이 스스로 깨달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 때도 한국 엄마들은 내 아이가 다치지 않는지,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는지 살피고 간섭하지만, 프랑스 엄마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자신은 책을 읽거나 친구와 수다를 떤다.
‘아이는 아이, 엄마는 엄마’라는 프랑스 엄마들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나는 것이 모유 수유에 대한 태도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에게 좋다는 이유로 굳이 여성에게 모유 수유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은 산부인과 문을 나서는 순간 모유를 끊는다. 프랑스에서의 이상적인 엄마상은 엄마로서 행복을 느끼면서도 아이와 독립적으로 자유 시간을 즐기는, 엄마와 여성의 역할이 잘 융합된 모습이다.
프랑스 엄마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자원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크레쉬(creche)’라고 불리는 탁아소는 교육 내용이나 교사의 질 등 여러 면에서 부모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다. 예를 들어 파리의 크레쉬 식단은 파리시 식단위원회에서 2개월 단위로 결정하는데, 영양사가 4가지 코스로 된 점심 메뉴 초안을 발표하면 위원들이 의견을 내 조율하는 식이다. 하루 메뉴를 살펴보면 잘게 썬 붉은 양배추와 프로마주 블랑 치즈 샐러드, 딜 소스를 곁들인 대구찜과 영국식 유기농 감자 요리, 부드러운 쿨로미에 치즈, 후식으로는 구운 유기농 사과가 나온다.

프렌치맘 따라잡기
1. 수면 습관 길들이기

프랑스 부모들은 신생아가 밤에 깨는 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아이들의 특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아이들은 4개월 이전에 12시간을 내리 자며, 최악의 경우도 6개월 이상 밤낮이 바뀌는 경우는 없다. 프랑스 부모들이 수면 습관을 길들이는 첫 번째 비결은 잠투정을 하느라 칭얼대는 아이에게 곧장 달려가지 않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마음을 달랠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신생아들은 보통 2시간씩 잠을 자는 수면 사이클을 반복하며 그 사이사이 잠을 깬다. 아이가 이 사이클 사이를 연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칭얼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것을 배고픔이나 스트레스 신호로 해석해 곧바로 뛰어가 달래준다면 아이 스스로 수면 사이클을 연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고, 각 사이클 말미마다 어른이 달래줘야만 다시 잠이 들도록 길들여진다.

2. 산후 다이어트는 이렇게
유럽에서 프랑스 여성이 가장 날씬하다는 통계가 있다. 프랑스 여성은 자신이 엄마이기에 앞서 여성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남편들 또한 아내가 출산과 함께 성적 매력과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 때문에 임신 중에 지나치게 몸무게를 늘리지도 않고, 출산 후 곧바로 예전의 몸매로 돌아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존재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랑스 여성은 출산 3개월 후면 날씬한 모습으로 회복한다. 프랑스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다이어트는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거나 하루 한 끼를 자유롭게 먹되 그때도 과식하지 않기 등이다. 프랑스 여성의 다이어트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조심하기. 1~2kg만 늘어도 체중 조절을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사주’를 자신의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것이다.

3. 잔소리 대신 날카로운 한 마디
부모와 아이들이 해도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등에 관해 많은 토론을 하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도 물론 있다. 이럴 때는 매를 들거나 벌칙을 주기보단 날카로운 목소리로 꾸짖는다. 끊임없는 융단폭격보다 단번의 국부 타격을 선호한다.

4. 남편 험담은 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들은 좀처럼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다. 사생활을 떠벌리는 걸 싫어하기도 하지만, 양성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녀에 대한 이런 접근 방식은 긍정적인 순환을 만들어낸다. 아내가 남편의 단점이나 실수를 끄집어내 잔소리를 퍼붓지 않으니 남자들로선 기가 꺾일 일이 없다. 여성이 집안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 여느 나라에 비해 휴일이 많고 보육과 워킹맘을 위한 배려가 충분한 점 등도 여성이 남자에게 불만을 덜 갖는 이유다.

◆ 인터뷰
프랑스 남편과 결혼해 두 딸을 둔 이윤지 씨
“아이도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라 생각해서 모든 일을 대화로 풀죠.”


이윤지(31) 씨는 8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프랑스인 남편 로홍 베게리쉬 씨와 결혼해 마야(5), 레아(2) 두 딸을 두었다. 남편은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윤지 씨는 외국어 교재 개발 관련 업무를 하다 지금은 전업주부로 지낸다. 이씨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스위스 취리히. 하지만 주말엔 국경을 넘어 프랑스 시골 마을로 장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1년에 두 번은 남부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낸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부모들의 양육법을 엿봤다.

Q 처음 프랑스 아이들을 봤을 때 한국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나요?
“개구쟁이도 많겠지만 레스토랑에서의 매너만은 훌륭했어요. 한국에서는 아이들과 식당에 가면 부모 중 한 사람은 식사를 포기하거나 휴대전화 같은 것을 쥐어주며 달래기 일쑤인데, 프랑스 아이들은 꽤 긴 식사 시간 동안 어른들과 눈을 맞춰가며 대화를 하더군요. 어리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자신, 혹은 프랑스 부모와 한국 부모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요?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삶의 중심에 놓지는 않아요.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할 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죠. 또 프랑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인내와 절제를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처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교에 찾아가 시시콜콜 확인하는 부모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와 아이를 믿고 기다리죠.”

Q 한국식 육아법 중 남편이 좋아한 것도 있나요?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을 인상 깊게 본 것 같아요. 아이가 혼자 자는 것이 불안해서 침대까지 함께 가서 재울 때 이견도 있었지만 사랑을 표현하고 스킨십을 많이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Q ‘프랑스 아이처럼’을 보면 프랑스 부모는 아이를 엄격하게 키우는 것 같은데, 그럼 자녀와 관계가 소원하지 않나요.
“프랑스 사람들은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기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힐 때도 예고 없이 엄마 마음대로 하지 않아요. 아이도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염두에 두고 늘 생각과 의견을 묻죠.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대답해줍니다. 또 저녁 식사가 2시간 정도로 꽤 긴 편인데, 그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대화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감이 적은 것 같아요.”

Q 프랑스 주부는 한국 주부에 비해 육아에 쏟는 에너지가 적은 만큼 여유로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문화라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엄마가 아이 때문에 못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거의 없어요. 덥거나 쌀쌀한 날씨에도 유모차를 몰고 산책을 하고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고 마음이 여유로워요. 사실 여느 유럽 국가들에 비해 프랑스 교육열은 비교적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엄마가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므로 자신을 가꾸는 일에 소홀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과 시간도 철저하게 챙깁니다.”

Q 프랑스 부모가 양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또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고 자립심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아요.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림, 대화와 음악 등으로 자유롭게 풀어내도록 연결시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정해진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자유를 허락하는 것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프렌치맘이다

프랑스인 남편 로홍 씨와 결혼해 마야, 레아 사랑스러운 두 딸을 두고 있는 이윤지 씨는 프랑스 아이들을 보며 ‘어리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생각을 했다고.



참고도서·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

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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