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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동네마다 다른 자녀 고민

중계동은 지능, 대치동은 유학 후유증…

글·양소영

2013. 07. 03

지난 10년간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자녀에 대한 고민도 동네마다 트렌드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열이 높은 곳, 외국 유학을 많이 보내는 곳 등 지역별 특성이 아이들 성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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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은 강남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엄마들은 자녀의 지능에 특히 관심을 많이 보인다.
대치동 엄마들은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등 외국 생활 후유증 때문에 상담소를 방문하는 일이 잦다.
목동 엄마들의 주된 고민 역시 자녀의 성적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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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은 강남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엄마들은 자녀의 지능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 가장 최근에 상담한 학부모는 아이를 영재학원에 보내려면 학원 IQ 테스트에서 130(매우 우수) 이상 받아야 하는데, 그 전에 아이의 지능을 확인하고 싶어서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웩슬러지능검사를 통해 나온 중계동 아이의 전체 지능은 126(우수). 언어성 지능은 133(매우 우수), 동작성 지능은 111(평균)로 나왔다. 보통 아이들의 지능이 90~109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중계동 아이의 지능은 우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지난번 검사 결과(140)보다 떨어졌다며 실망했다.
간혹 자녀의 지능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지능 검사 도구의 답을 암기시켜서 지능지수를 높이려는 부모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IQ가 아이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노래를 잘하고, 타인을 잘 이해하는 능력, 동식물을 사랑하는 것 또한 지능이다. 아이가 갖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지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강점을 키워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저마다 다른 것은 이들 지능의 조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이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면 아이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더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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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엄마들은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등 외국 생활 후유증 때문에 상담소를 방문하는 일이 잦다. 얼마 전 한 학부모는 “가족이 1년 동안 외국에 나가 생활하고 돌아온 이후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생활에도 흥미를 잃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외국 생활을 경험한 아이들은 식견과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반면 경쟁적인 분위기와 문화 차이, 언어 문제 등으로 한국 학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아이가 예전에도 잘 지냈으니까, 다시 잘 지내겠지’라고 방심하고 학교 성적 따라잡기에만 신경 쓰다가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단 부모는 아이가 마음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매개로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가 돼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의 적응 가이드나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과외 교사나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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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엄마들의 주된 고민 역시 자녀의 성적에 관한 것이다. 최근 한 목동 엄마는 아이로부터 ‘엄마, 나 오늘 수학 학원 안 가면 안 돼?’ ‘엄마, 나 죽고 싶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너무 놀라서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이 엄마는 아이가 싫어하는 수학 학원에 억지로 보낸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순종적인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밖으로 분출하지 못하고 꾹꾹 참다 틱장애나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한다. 이때 자녀가 아무 문제 없는 모범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부모는 큰 충격을 받는다.
또 다른 학생은 반에서 성적으론 1~2등을 하지만 항상 손톱을 물어뜯고 상습적으로 자위를 해서 상담소에 찾아왔다. 아이는 시험에서 1백 점을 받지 못하면 부모님과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두 아이는 공통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마음의 힘이 부족했다. 부모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과외)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책임감을 경험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다.
꼭 1백 점을 받지 않아도, 어떤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나’는 이 세상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다. 엄마에게 자살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아이는 판타지 소설을 밤새도록 읽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한 번도 실행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때로는 밤을 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놓아주는 것도 아이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양소영 선생님은…
아동·청소년 상담 전문가. ‘청개구리 초등 심리학’저자. 네그루심리상담연구소장.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면 어른이든 아이든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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