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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중국

중국 학생들이 매일 체육복만 입는 속사정

글&사진·이수진 중국 통신원

2013. 07. 03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예외 중 하나가 바로 교복이다. 처음에는 ‘중국 학생들은 왜 학교 갈 때나 올 때나 항상 체육복을 입고 다닐까’라며 의아하게 여겼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에야 그 체육복이 교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중국 학생들이 매일 체육복만 입는 속사정


체육복을 교복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중국 특유의 실용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체육복은 언뜻 보면 학교마다 구분이 안 갈 만큼 전형적인 트레이닝복이다. 사시사철 입는 데다 남녀 구분도 없다. 치수도 그렇다. 여름 반소매 상의는 소매가 팔꿈치까지 내려오고 길이가 엉덩이를 덮는다. 바지도 실제보다 10cm는 더 길다. 몸 크기보다 한두 치수 큰 것을 사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 온 뒤 죽순 자라듯 크는 아이들이라 해도 워낙 넉넉한 것을 사기에 한 벌로 3년을 버틴다. 한 선생님은 “아이들이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보통 자기 실제 치수보다 두 치수가량 큰 운동복을 고른다”며 “실제 치수대로 주문했다가는 30%가 큰 치수로 바꿔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小)’ 사이즈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과 같이 ‘교복 예쁘게 줄여 입기’ ‘폼나는 교복 수선’ 정보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치맛단은 올리고, 바지통은 줄여 ‘스키니’로 만들어 입는 학생들과 이를 단속하는 선생님들 사이의 신경전 같은 것도 물론 없다.

한류, 중국 교복도 바꾸다

중국 학생들이 매일 체육복만 입는 속사정


중국 교복이 처음부터 운동복이었던 것은 아니다. 1930~40년대에는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었다. 1960~70년대에는 인민군 복장이다가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요즘과 같은 교복을 도입했고, 90년대 이후 대부분의 학교가 체육복 교복을 채택했다.
그런데 최근 운동복 일색이던 중국 교복에도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이 ‘쾌걸 춘향’ ‘궁’ 등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면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예쁜 교복에 대한 동경도 커진 까닭이다. 광둥, 저장, 푸젠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유사한 교복도 등장하고 있다. 허난 성 쉬창 시에 위치한 쉬창제3고급중학은 2010년 한국식 교복을 도입했다.
여학생들은 체크무늬 치마에 검정색 스타킹,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색 교복 상의에 흰 블라우스를 입는다. 남학생들 역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색 상의와 바지를 입는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한국식 교복’을 채택한 이 학교의 교복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선정한 ‘최고로 멋진 교복’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소수일 뿐 중국 교복의 대세는 역시 운동복이다. 운동복 교복은 무엇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쉬는 시간에 체조를 할 때나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드라이클리닝이나 다림질도 필요 없으니 실용성 면에서는 최고다.
난징 시의 한 학교는 현대적 감각을 살린 화사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한국식 교복을 채택하려다 막판에 무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성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자칫 외모에 신경 쓸까 걱정된다는 점도 있지만 가격 또한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에서 도입하기로 한 새 교복의 셔츠, 조끼, 넥타이, 바지 등 한 세트 가격은 2백30위안(한화 약 4만2천4백원)이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학생 신분에 맞지 않게 비싸다’라며 교육위원회에 진정을 넣어 결국 기존의 체육복 스타일을 유지하기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체육복 교복은 비록 볼품은 없지만 ‘착한’ 가격과 실용성 덕분에 당분간 교복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시스루 교복’에서 ‘발암 유발 교복’까지 논란

중국 학생들이 매일 체육복만 입는 속사정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쉬창 제3고급중학교 교복.



그런데 중국의 운동복 교복은 저렴한 가격 이상으로 낮은 품질이 문제다. 최근 허베이 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름 교복 바지가 속옷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얇아 때 아닌 ‘시스루 교복’ 논쟁이 벌어졌다. 지나치게 얇은 소재로 바지를 만들어 속이 훤히 비친 것이다. 학생들은 “교복을 받고 룸메이트들과 숙소에 가서 입어봤는데 다들 황당해서 웃었다. 흰색, 빨간색, 검은색 등 각자 입고 있는 속옷 색깔이 훤히 비쳐 보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교복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이슈가 되자 학교 측은 “이번 교복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른 학교 교복과 똑같은 원재료를 사용해 신뢰할 만한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 뉴스를 본 한 중국인 학부모는 “운동복 교복이 ‘시스루 패션’일 리가 있느냐”며 “이게 다 품질이 조악한 탓”이라고 혀를 찼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운동복을 교복으로 정한다지만 운동복의 원가를 무리하게 낮추기 위해 원단 및 부자재로 기준 미달저가품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최근 상하이 초·중·고 학생들의 교복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상하이 시 정부가 시중에서 시판 중인 22개 교복을 수거해 샘플 조사를 실시한 결과 6개 제품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중국 교육부는 문제의 교복을 구입한 상하이 지역 21개 학교에 교복 착용 중단을 지시했다.
지난해에도 상하이 시가 시내 학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교복 표본을 수거해 샘플 조사를 벌인 결과 합격률이 50% 미만이었다. 2008년에는 광둥 성 지역에서 시판 중이던 각급 학교 교복 10벌 가운데 하나꼴로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최근 교복의 품질 관리 감독 기준을 강화해 더욱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를 거쳐 CJ 중국법인 대외협력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중 2, 중 1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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