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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교장 알랭 드 보통 쉴 때도 불행한 사람들을 위하여

“어느 명문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쳐드립니다”

글·권이지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The School of Life(인생학교)’ 제공

입력 2013.06.18 10:13:00

알랭 드 보통이 ‘인생학교’ 교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현대 교육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인생학교만의 수업 방식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팁도 함께 선물했다.
인생학교 교장 알랭 드 보통 쉴 때도 불행한 사람들을 위하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등 출간만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미다스의 손, 작가 알랭 드 보통(44)이 5월 초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작가가 아닌 ‘인생학교’ 교장 자격이다. 서울디지털포럼 2013(이하 SDF)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알랭 드 보통은 포럼 둘째 날인 5월 3일 ‘일상의 지혜를 다시 소개하다’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포럼을 통해 교육의 참된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전 세계에 전하며 인생학교를 소개했다.
2008년 알랭 드 보통이 영국 런던 중심가에 세운 인생학교는 규모도 규모거니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교라는 콘셉트 때문에 개교 당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인생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철학이나 역사, 과학 등과 같은 과목이 아니라 죽음, 결혼, 구직, 야망, 자녀교육 등 삶과 밀접한 내용을 다룬 과목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과목은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인생학교에서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은 여섯 가지 강의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돈: 돈에 대해 덜 걱정하는 법’ ‘일: 일에서 충만함 찾는 법’ ‘섹스: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정신: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세상: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시간: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등 여섯 권의 시리즈를 직접 기획하고 에디터를 자처했다. 2013년 1월 한국에 정식 발간된 ‘인생학교’ 시리즈(전 6권, 쌤앤파커스)가 그것이다. 이 중 알랭 드 보통은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사랑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섹스에 대해 다뤘다. 그마저도 철학적인 사색의 대상으로 이끌며 많은 이들의 공감과 생각을 끌어냈다는 평을 얻었다.
현재 인생학교는 영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브라질, 네덜란드, 터키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에도 인생학교가 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은 SBS 지식나눔 콘서트 ‘아이 러브 人’ 강연에 발표자로도 나섰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고민을 듣고 이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기 위해서다.

인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라
철학하는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인생학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영국의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에 입학하기 전 대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을 상업적인 압박에서 탈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여겼고, 멋진 사람들에 둘러싸여 인생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볼 수 있는 곳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멋있고, 지혜롭고, 재미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시대의 대학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크게 실망했다. 그에게 대학은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에 대해 공부하기보다는 직업훈련소처럼 법학이나 의학, 혹은 컴퓨터공학 등에서 특별한 경력을 쌓도록 도와주는 곳일 뿐이었다.
“케임브리지나 하버드, 대한민국의 어떤 대학에 입학해서 잘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아마 정신병원에 가라고 하겠죠(웃음). 그만큼 대학이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 이제 누가 그런 역할을 할까요? 성직자도 대신해주지 않아요. 삶의 지혜를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게 된 거죠.”
오래전에는 수도원이나 신학대학 같은 곳이 이런 교육을 담당했다. 당시 이들 종교기관은 배움을 실천과 연결하는 일에 집중했다. 학습을 통해 영혼을 구원하길 원했으며, 현명하게 사는 것에 대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가며 가르쳤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오며 교육이 분화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대학에서 사색을 가르치기보다는 기술을 가르쳤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일이 줄었다. 사람들은 돈 버는 일에 집중했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럴수록 더 배움을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대안을 찾아 삶을 올바르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만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아요. 돈을 벌지만 행복하지 않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냈고,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잘 살 수 있도록 인생학교를 만들게 됐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생각하는 인생학교의 목적은 배움을 삶의 한가운데로 가져오는 것, 끊임없이 인생에 대해 대화하고 탐구하는 것,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직접 생각하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는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찮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자신과의 대화가 많을수록 스스로 고쳐야 할 것들이 드러나고 또 내가 처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해결한답시고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는데, 낯선 곳에서는 오히려 나와의 대화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차라리 의자에 앉아 자신에게 질문하는 편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나와의 대화가 서툰 사람들을 위해 알랭 드 보통이 직접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이를 함께 고민하며 또 응원했다.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

인생학교 교장 알랭 드 보통 쉴 때도 불행한 사람들을 위하여

1 영국 런던 중심부인 킹스칼리지 인근에 문을 연 인생학교. 정문 위 ‘Good Ideas for Everyday Life’라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 일상을 위한 좋은 생각들을 가르친다. 2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받는 인생학교 학생들.





▼ 편안하게 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휴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여가 시간도 일의 일종이에요. 우리가 휴식을 취하면서 불안해하는 이유는 생각할 시간을 갖지 않기 때문이죠. 종이를 한 장 펼치세요. 지금 나의 기분과 지금 처한 문제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산책을 하거나 사색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나 자신과 대화 시간을 만들면 됩니다. 아니면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친구를 만나세요. 고민을 나누고 30분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가장 좋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좋지요. 그게 최고의 여가 생활일 수 있습니다.”
▼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우리는 돈이 없어도 잘 살아왔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 와서 다른 사람이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으로 상대를 판단하게 됐죠. 이런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독립성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을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이 어떻든 나와 전혀 상관없죠.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려면 돈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유일한 가치는 아니죠. 가치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돈 말고도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찾으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이 사람과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초심을 잃지 않고 한 사람을 사랑하려면 우리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또한 호텔 등 새로운 장소나 환경에서 배우자를 보세요. 다르게 보일 겁니다. 그리고 내가 배우자를 알기 이전의 사진을 보세요. 싸움이 걱정되나요? 저도 제 아내와 격렬하게 싸웁니다(웃음). 하지만 싸움이 인생의 끝은 아니에요. 싸우면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죠.”
▼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싶어요.
“헤어진 뒤에 힘들어 하는 분들 많죠? 고통 없는 이별이란 없어요. 이 아픔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슬픔에 푹 빠져보세요. 이별 노래도 듣고, 비극적인 소설도 읽고요. 함께 슬퍼해줄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극복한 척하지 말고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이런 사람 두 번 다시 못 만나’라는 추억 속에 머물러 있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 거절을 잘 못해 걱정이에요.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부탁할 때 ‘No’라고 대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매한 자세를 취하지 마세요. 이미 마음이 떠났으면서 애인이 ‘나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응’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에요.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입니다. 어려울 수 있지만 확실하게 대답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습니다.”
▼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대학 다닐 때 한 친구가 부모에게 인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돈을 쓰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애썼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됐어요. 1년이 지난 뒤에도 그 친구 주변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죠. 인맥을 만들겠다고 돈을 쓰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더라도 그 목적이 인맥이 돼서는 안 돼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세요.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불안감과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당당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마찬가지죠. 자존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길러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얼마든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사람은 누구나 다 죽습니다. 다 똑같은 창조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자신감을 가집시다.”

인생학교 교장 알랭 드 보통 쉴 때도 불행한 사람들을 위하여

SBS 지식나눔 콘서트 ‘아이 러브 人’ 강연에서 한국인의 질문에 친절히 답한 알랭 드 보통. 오른쪽은 일일 MC를 맡은 BMK.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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