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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독일

수제 버거 만들며 바른 먹거리 교육

글·김지숙 독일통신원 | 사진·티나 메르카우, 벤네 옥스 제공

입력 2013.05.31 11:12:00

바른 먹거리 교육은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독일에서는 요즘 한 요리사가 사재를 털어 초등학생을 위한 요리교육재단을 설립해 화제다. ‘맛있는 건강함’으로 가득한 요리 수업의 현장을 소개한다.
수제 버거 만들며 바른 먹거리 교육


초등학교 3학년인 큰딸이 학기 초 집으로 가져온 과제물이 있었다. A3 용지에 그려진 피라미드였는데,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과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물 그림이었다. 일주일간 먹는 모든 음식을 피라미드 안에 기록하는 게 숙제였다. 아이는 피라미드에 기입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지 않는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
이웃에 사는 독일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나 인스턴트 음식을 주지 않는다. 간식은 채소로 만든 스틱이나 잡곡빵 등이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음식 만드는 시간이 많고, 부모들은 가끔 아이들을 전문 요리 강좌에 보내 새로운 음식을 접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의 먹거리 교육에 신경 쓰는 독일 부모들이 있는 반면, 냉동식품과 햄버거, 탄산음료를 거리낌 없이 주는 부모들도 많다. 인스턴트식품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뇌에 해가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이런 음식에 들어 있는 첨가물 중 일부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아토피,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가정에서 제대로 된 음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오이와 호박을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마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계층의 아이들을 위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요리사 사라 비너가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베를린에 ‘사라 비너 재단(Sarah Wiener Stiftung)’을 설립했다.

수제 버거 만들며 바른 먹거리 교육

요리사 사라 비너가 설립한 재단의 방과 후 요리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완성된 햄버거.



직접 만들어 먹고 견학 통해 건강한 먹거리 중요성 배워
재단이 하는 주된 일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먹거리 교육이다. 이를 위해 8~12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요리 교실을 열고 있다. 커리큘럼과 레시피, 재료비는 모두 재단에서 제공한다. 아이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근교에 위치한 유기농 농장을 방문해 가축과 채소 재배 과정을 견학하고 직접 수확해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이해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해 음식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나 식재료 변천사를 공부하는 시간도 갖는다.
필자도 베를린 남쪽 랑크비츠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요리 수업을 참관해봤다. 요리 교실을 이끄는 이는 넉넉한 인상의 중년 여교사 두 명이었다. 이들은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은 실습실에 들어오자마자 앞치마를 입고 손을 씻은 후 교사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의 요리는 수제 햄버거. 먼저 교사와 아이들은 재료를 하나씩 짚어가며 내용물에 칼로리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체크했다.
준비된 여러 가지 재료 중 교사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잡곡이 많이 들어간 영양가 풍부한 빵, 믿을 수 있는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고기, 유기농 샐러드, 오이절임, 양파, 토마토 등이다. 아이들은 고기를 빚어 구운 후 스스로 고른 재료를 빵에 얹어 시식을 했다. 저마다 맛있다고 탄성을 지른다. 시식이 끝난 후 아이들은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보겠다며 정리해놓은 레시피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사실 먹거리 교육은 학교나 사회에서보다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부들은 아이들이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괜찮다”며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한다. 아이들이 요리에 참여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리도 하나의 공부라고 말한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집에서 부모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음식 성향도 형성되기 때문에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는 바른 먹거리 선택과 교육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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