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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ith specialist | 곽정은의 베드 토크

섹스하기 좋은 몸은 따로 있다

일러스트·이영

입력 2013.05.30 14:08:00

섹스란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만 분명히 몸과 몸의 가장 극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섹스를 정말 잘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섹스하기 좋은 몸’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섹스하기 좋은 몸은 따로 있다


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던 그날 오후, 나는 오랜만에 ‘섹스하고 싶은 몸’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됐다.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 걸음새, 아주 예쁜 선일 것이 틀림없을 그의 몸을 상상하면서 나는 혼자 속으로 웃었다.
섹스하기 좋은 몸은 가슴이 넓다거나, 허벅지가 탄탄해 보인다거나 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이 분명 필요하다. 단지 시각적인 것이 중요하다면, 우리가 TV나 영화 속에 나오는 멋진 배우가 아닌 그저 평범한 남자들에게 반해 사랑을 나누는 것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지니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섹슈얼한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사람마다 타고나는 섹스 에너지에는 차이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거리 경주에 강해 100m 달리기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구력이 좋아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렇듯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정해지는 섹슈얼한 에너지는 알 수 없는 힘처럼 상대방을 흥분시킨다.
많은 남자들을 관찰한 결과, 그 섹슈얼한 에너지가 강한 남자의 지표라고 할 만한 것을 몇 가지 발견했다. 이를테면 짙고 깊은 눈빛, 탄력 있는 피부, 좋은 체취, 얇지 않고 건강해 보이는 입술 등이다. 어쩌면 신은 ‘축복받은 유전자의 소유자들’라는 증거로 그 남자들의 외모에 그런 모습들을 새겨둔 것은 아닐까.

짙고 깊은 눈빛·건강해 보이는 입술·정리 정돈의 흔적…
섹스하기 좋은 몸의 두 번째 조건을 꼽으라면 ‘정돈과 관리’의 흔적이다. 섹스란 ‘너와 내가 만났지만 절정의 순간에는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가 되는’ 어떤 것이다. 단지 성기와 성기가 결합하는 듯 보이지만, 섹스를 하는 동안 뇌에서는 어마어마한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 섹스란 그저 두 남녀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란 의미다(섹스를 한 상대에게 이전보다 더 큰 애착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나는 그토록 강렬하고 특별한 결합과 공유의 과정이, 어쩌면 ‘파괴’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돈과 관리’가 섹스에 있어 중요한 걸까? 그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파괴할 수 있으려면, 파괴될 만해야 하기 때문에. 축 처진 뱃살이, 정돈되지 않은 체모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체취 같은 것들이 섹스하고 싶은 몸과 거리가 먼 것은 어쩌면 그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미 ‘파괴된 것’에 가까운 어떤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는 아닐까. 잘 정돈된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와의 화학적 결합은 그리 유쾌하지 않으니까.
마지막은 체육 선생님이 할 법한 말로 끝맺어야 할 것 같다. 섹스하기 좋은 몸의 마지막 조건은 바로 ‘체력’이다. 다양하고 대담한 체위로, 원하는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필요한 것은 관절의 건강, 허벅지와 허리 부위의 적당한 근육, 유연성 등 건강 프로그램에서 지겹도록 듣던 것들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속옷을 입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격정적인 순간을 좀 더 짜릿하고 잊을 수 없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몸에 대한 실천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벗은 몸을 한 번쯤 고요하게 응시해보자. 나의 성적 에너지는 얼마나 충만한지, 나의 몸은 잘 정돈돼 있는지, 내 몸 안엔 얼마나 많은 힘이 준비돼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다. 자, 이제 책장을 덮고 거울 앞에 서보는 것이 어떨까.

섹스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고 믿는 ‘한국의 캐리 브래드쇼’. 한국 사회의 갑갑한 유리천장을 섹슈얼 담론을 통해 조금씩 깨나가는 것이 꿈이다.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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