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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김, 김혜수를 만나다

역시 김혜수

글·구희언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KBS 제공

입력 2013.05.16 14:54:00

김혜수가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연기한 슈퍼 갑 계약직 직원 미스김이 화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아는 어메이징한 여자 김혜수와의 만남을 미스김과의 인터뷰 형태로 재구성했다.
미스김, 김혜수를 만나다


화요일 오전이면 직장인들은 전날 밤 김혜수(43)가 소위 ‘약 빨고 연기한’ 미스김 이야기로 수다 떨기에 바쁘다.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그가 맡은 계약직 직원 미스김은 온갖 자격증을 소지하고 혼자 정규직 직원 세 사람 몫은 거뜬히 해내는 파워우먼이다. 특유의 “~했습니다만”으로 끝나는 말투나 ‘빠마머리’ 장규직(오지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신입 계약직 정주리(정유미)를 은근히 도와주며 사회의 냉혹함을 일깨워주는 멘토로서의 면모까지 행동 하나하나가 호감이다.
드라마 방영 직전 석사 학위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깔끔하게 사과하고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했던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6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작품은 월화극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데다 누구도 그의 학위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미스김 어록이 SNS를 타고 공유되고, 유머 사이트에서는 그가 연기한 장면들이 회자된다. 사생활에 대한 루머를 연기력 하나로 덮어버린 이병헌처럼 김혜수 역시 김혜수다움으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번 김혜수 인터뷰는 극 중 만능 사원 미스김에게 특별히 맡겼다. 극 중에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백여 개가 넘는 그의 자격증 중 ‘칸이 모자라서 적지 않았던’ 러시아어 자격증처럼 인터뷰에도 특화된 스킬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아서다.

미스김_ 안녕하십니까. 미스김입니다. 오늘 김혜수 씨 인터뷰가 제 업무입니다. 드라마 ‘직장의 신’ 대본을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하셨는데, 연기해보니 어떻습니까.
“대본이 정말 유쾌하더라고요. 미스김이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느낌이 있는데, 주변의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드라마 이면의 메시지가 현실 생존과 밀착해 있어서 공감이 갔어요. 이 드라마를 고르기 전에 만약 드라마로 다시 시청자를 뵙는다면 밝고 희망찬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완벽하게 걸맞은 작품이었죠. 그래서 대본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합류 의사를 전했어요.”

미스김_ 잠깐!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만.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3월 25일) 석사 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하셨죠. 정확히 표절 관련 보도에 대해 알게 된 게 언제인가요.
“촬영 현장에서는 다들 열심히 찍느라 뉴스에 어떤 기사가 나는지 잘 몰라요. 그러다가 22일 밤 이야기를 듣고 다음 날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모였을 때 말씀드렸어요. 개인적으로 큰 실수를 했는데 본의 아니게 작품 시작 전에 누가 돼서 죄송하다고요. 사실 연기자로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인사드리는 것만도 조심스러운데, 중차대한 시점에 개인적 실수로 많은 분들에게 우려를 끼쳐드려서 위축된 상태예요. 연기로 많은 분의 공감을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가진 에너지를 전부 끌어내서 잘해야죠.”

미스김_ 원작 ‘파견의 품격’이 워낙 인기였습니다. 원작과의 비교가 두렵지 않습니까.
“대본과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일본 원작이 있는 줄 몰랐어요. 조카들이 생기니까 아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에서 유쾌하고 의미 있는 캐릭터를 맡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스김이 거기에 맞는 캐릭터였어요. 첫 미팅에서 ‘원작을 보는 게 참고가 될까요?’ 물었더니 봐도 되고 안 봐도 된다고 하기에 1회만 보고 그만뒀어요. 원작을 본 분들은 오오마에라는 완벽한 캐릭터가 있기에 기대도 하고 비교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작품을 촬영하며 그걸 너무 의식하거나 지나치게 변별성을 두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일본의 계약직과 우리의 계약직은 현실적 차이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작가님이 우리 현실에 맞게 각색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우리식으로 재해석했죠. 미스김은 나이와 개인 정보가 노출이 안 된 신비로운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계약직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반영한 인물 같아요. 개인적인 부분이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닌 인물이라는 거죠. 그가 완벽한 계약직으로 사람들 앞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개인적 히스토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 부분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스김_ 다른 사원들과 제작발표회 때 이야기를 나눴는데, 빠마머리 씨(오지호)가 “연기하면서 두 손이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선배”로 김혜수와 김남주를 꼽았습니다. 여기 증거 자료가 있는데 먼저 보시죠.
“김혜수 선배는 누가 봐도 미스김에 딱인 캐스팅이에요. 모두가 신기해하고 원더우먼처럼 보이는 역인데 실제로 현장에서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그렇게 보고 있어요. 7시간씩 먼저 현장에 와서 다음 장면을 연습하세요. 제 장면 촬영하는 데 멀리서 포클레인이 움직여서 뭔가 하고 보면 기사와 연습하고 있고, 새벽에 탬버린 소리가 나서 보면 노래방 장면을 연습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저절로 존경하게 되죠.”(이희준)
“선배님이 대학 선배라서 시선을 못 마주치고 45도 허공을 바라볼 정도로 긴장할 때가 있어요. 아우라가 있으세요. 그런 모습이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죠.”(전혜빈)
“평소에 좋아하던 선배예요. 이 작품을 선택한 제일 큰 이유도 선배님이었죠. 대본을 빨리 받은 편인데 선배님이 캐스팅될 때까지 기다렸어요. 언니가 하면 나도 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죠.”(정유미)
“여자들이 보기에 멋질 것 같아요. 저희는 좀 무섭거든요(웃음). 데뷔 초에 ‘김혜수의 플러스 유’ 패널로 나갔는데, 그때 느낀 배우 포스와 지금이 똑같아요. 선배의 포스가 남다르기에 미스김에 정말 딱 맞죠. 촬영할 때도 김혜수 선배가 세트장에 들어오면 일단 모두가 조용해져요. 불편한 건 아닌데 저도 모르게 ‘선배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게 되죠.”(오지호)

굴착기 운전부터 살사, 탬버린 댄스까지
만능 사원 미스김,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고 하니

미스김, 김혜수를 만나다
‘직장의 신’을 꾸준히 봤다면 미스김의 내공에 놀랐을 것이다. 그는 굴착기를 끌고 나타나 정주리가 잃어버린 뽀로로 USB를 찾아주기도 하고, 장 트러블로 버스 기사가 내려서 도로 한복판에 서버린 버스의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노래방 회식 자리에서 장규직과 탬버린 댄스 배틀을 벌이거나, 홈쇼핑 모델을 자처하며 빨간 내복을 입고 손연재 못지않은 체조 동작으로 내복을 완판시킨다. 러시아 바이어와의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사라시바!!”라며 바이어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쳐 분위기를 반전, 계약을 성사시킨 그는 퇴근 후에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 살사를 추며 하루의 피로를 날린다. 대체 이걸 다 어디서 어떻게 배웠을까? 김혜수에게 직접 물었다.
“요즘에는 시청자들이 봤을 때 ‘저건 하는 척하네’ ‘정말로 했네’에 따라 몰입도가 다르잖아요. 포클레인은 보기만 했지 그 자리에 앉아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뤄보고 연습하면서 자격증은 없었지만 촬영할 만큼 다룰 수 있게 됐어요.
살사 장면은 프로 댄서로서의 이미지보다 미스김의 자유로운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 실제 살사의 기본기를 배워야 했죠. 언제나 그렇지만 기본기는 참 지루하잖아요. 눈에 띄게 발전하는 건 안 보이고요. 밤새 촬영하고 다음 날 촬영 전에 가서 짬을 내 연습하고, 새벽에 연습하고 그랬죠. 정말 힘들더라고요. 너무 졸리고 어지러우니까 토할 것 같았어요(웃음). 프로페셔널한 일부터 허드렛일까지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내는 걸 보여줘야 했기에 프로 댄서에게 전 과정을 열심히 배웠어요.”
특히 화제가 된 탬버린 댄스 장면에는 지문에 ‘올림픽 선수처럼 한다’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드라마 홍보를 담당한 블리스미디어 관계자는 “김혜수 씨의 탬버린 댄스 장면은 현장에서 스태프 중 한 명이 시범을 보인 것을 그대로 보고 배워서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혜수는 “극 중 미스김이 맥가이버 칼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사소한 일을 척척 해내는데, 의자 고치는 장면은 아무리 연습해도 잘 안 돼서 손을 다치기도 했다”고 했다.
“미스김은 일을 똑 부러지게 하지만, 실제 저는 인간적으로 취약한 게 너무나 많거든요(웃음). 조카를 안을 때도 벌벌 떨고, 스테이플러를 찍다가 손이 찔리기도 하죠. 그런 사소한 부분도 촬영하다 보면 어느 정도 숙련이 되더라고요. 드라마를 마치고 나면 생활 면에서도 좀 더 능숙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미스김, 김혜수를 만나다

1 장규직과 얼결에 벚꽃나무 아래에서 키스하게 된 미스김. 2 퇴근 후에는 자유로움을 만끼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미스김. 3 단벌 정장은 회사생활에서 미스김의 전투복이다.



미스김_ 후배들의 평가를 보니 기분이 어떤가요.
“제가 연예인을 오래해서 나이도 있고 최근에 강한 배역을 많이 맡다 보니 자연인으로서의 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보면 제가 무서운가 봐요. 저는 무서운 사람, 불편한 사람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제가 그렇게 되는 것도 싫어요.
지호 씨는 토크쇼 진행 할 때 만났는데, 잘생기고 이국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토크쇼에서 만나 배우로 성장해 가는 걸 보는 게 좋았어요. 기본적으로 착하고 서글서글해요. 원래 심성이 그런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편하게 해주죠. 대본을 읽으면서도 상대역으로 오지호 씨를 떠올렸는데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반가웠고, 대본 리딩할 때 능수능란하면서도 코믹 센스가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겠구나 싶었죠. 실제 연기도 그랬고요. 코미디 연기가 약한 게 제 약점인데,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지호 씨의 무겁지 않고 활달한 성격이 개인적으로 고맙죠.
유미 씨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서 주요 배역으로 나올 때 제가 단역 작업을 하며 연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참 마음에 들었던 배우예요. 전형적이지 않고 늘 신선한, 과장되지 않았지만 ‘진짜’가 전달되는 느낌이라 좋아해요. 유미 씨나 공효진, 배두나 씨 같은 분들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분들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극 중 유미 씨가 맡은 정주리가 가장 현실적인 공감대를 끌어가면서 드라마 안에서 성장하는 인물이거든요. 촬영 현장에서 보면 정유미라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의지하며 살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한 계약직 사원 정주리 같아요.”

미스김_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나도 계약직이다. 하지만 선택받고 특혜를 누리는 계약직이기에 감히 ‘나름대로 애환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던데요. 저(미스김) 같은 계약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주리가 현실에 깊게 발을 담근 캐릭터라면, 미스김은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이상적으로 꿈꾸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그리고 있어요. 계약직이라는 위치가 아무리 일을 똑 부러지게 해도 정규직 타이틀을 가진 누군가와 대적할 수 없다는 현실은 다 아시잖아요. 대본을 읽으며 ‘말도 안 돼,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보다는 ‘극 중 미스김은 이렇게 하지만 이 사회 구조 자체가 이미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요. 늘 ‘미스김입니다!’라고 외치지만, 이름이 드러나지도 않고 결국 허드렛일과 잡일을 담당하거든요. 실제로 계약직인 분들이 울분을 터뜨리는 걸 미스김이 대리로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현실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속이 뻥 뚫리는
‘직장의 신’ 미스김 어록

미스김, 김혜수를 만나다
‘직장의 신’은 일본 인기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한국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도 매회 속출하고 있다.

미스김에게 면접이란…
“(제가) 싫으면 그냥 정규직 직원 세 명을 쓰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 세 명분의 월급이 아까우면 그냥 저 하나만 쓰시면 됩니다. 그럼 3개월 동안 본전은 충분히 뽑고도 남으실 겁니다.”

미스김에게 회사란…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고,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이지 예의를 지키는 곳이 아닙니다.”
“(자신의 회사 출근용 단벌 정장을 가리키며) 전쟁터에선 이 전투복 하나면 충분해.”

미스김에게 업무란…
“(애사심, 책임감, 배려심이 없다며 쏘아붙이는 장규직에게) 그러니까 당신이 정규직인 겁니다. 그런 쓸데없는 걸 가지라고 회사에서 돈을 더 주는 거니까. 계약직은 계약된 일만 하면 됩니다. 그런 쓸데없는 책임감 같은 걸로 오버했다간 자기 목만 날아가는 거죠.”

미스김에게 정규직&계약직이란…
“(황갑득 부장의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며)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1분마다 생사가 오가는 해녀들에게 당신들(정규직)처럼 거창한 우정을 나눌 여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다음 사람을 위해서 전복을 덜 따는 게 우리의 작은 의리입니다.”
“(어리바리 신입 계약직 정주리에게) 회식, 캐릭터, 라인 그딴 게 널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널 지켜주는 건 결국 말라비틀어지고 볼품없는 네 몸뚱이야.”

미스김에게 회식이란…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 저처럼 소속이 없는 사람이 회식에 참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미스김에게 사내 연애란…
“밝히는 수컷들과 속물적인 암컷들이 하는 불공정 짝짓기.”

미스김에게 공사 구분이란…
“(입사 전 기내에서 있었던 사건을 장규직이 들먹이자) 회사정리 거지필반. 회사 밖의 일을 정리하지 못한 채 거지 같이 끌고 들어오지 마라. 혹시 우리가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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