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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annabe star

배우 유선, 눈빛으로 전하는 행복

글·구희언 기자 | 사진·김도원(WONDERBOY Studio)

2013. 05. 06

배우 유선이 50부작 MBC 드라마 ‘마의’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쪽찐머리와 한복 대신 트렌디한 스타일로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반전.

배우 유선, 눈빛으로 전하는 행복

탑 돌체앤가바나.



배우 유선(37)을 말하며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 컷 한 컷 넘어갈 때마다 물기 머금은 눈빛으로 사진의 깊이를 더해주는 모습에 화보 촬영 현장에서 탄성이 나왔다. 다짜고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카메라 앞에 섰느냐고. 어떻게 했기에 그리 촉촉한 눈빛이 나오느냐고.
“예전에는 사진 찍을 때 표정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감정을 가지고 표정을 지어요. 카메라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설레는 감정이나 그리움의 감정, 때론 상실의 감정을 갖고 바라보기도 해요. 그게 눈빛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웃음).”
MBC 인기 월화드라마 ‘마의’ 첫 방송이 지난해 10월이었다. 해를 넘겨 올봄 종영한 드라마는 주인공 백광현의 참된 삶과 짐승을 돌보는 천한 마의 신분에서 조선 왕실의 어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백광현이 지쳐 있을 때 스승이자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그를 감싸준 장인주 역의 유선은 ‘침귀’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의술 실력을 갖췄음에도 이를 허투루 쓰지 않고 정도를 걷는 인물이었다.
“한여름에 촬영을 시작해서 한겨울에 마쳤는데, 이번처럼 혹독한 추위는 처음이었어요. 저고리 때문에 밑에는 두툼하게 입어도 위는 안 되니까 얇은 내복을 네 겹씩 껴입고 촬영했어요. 옷이 상체를 압박해 어떨 때는 숨이 막힐 정도였죠(웃음). 처음 시놉시스의 장인주는 침술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의녀로 그려져 있었고, 강지녕의 스승이자 백광현의 멘토로 위기의 순간마다 도움을 주는 고마운 지인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의학적인 면모나 이명환과의 애증의 감정 등이 디테일하게 다뤄지지 못한 점은 배우로서 아쉬웠죠.”
그는 “다들 고생하며 찍었던 터라 끝날 즈음에는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마음도 가뿐했다”고 했다.
“종방연 때 남자 배우들은 상투 때문에 길렀던 머리를 자르고, 여자 배우들은 염색하고 각자의 개성을 찾은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돌이킬 수 없이 완전히 작품이 끝났구나’ 싶어서 허탈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했어요.”

배우 유선, 눈빛으로 전하는 행복

블랙 패턴 재킷과 쇼츠, 화이트 라운드 면티 모두 a컬렉터. 화이트 펌프스 씬. 블랙 팔찌와 귀걸이 Studio Apartment.



연기 스펙트럼 넓은 비결은 평범함
반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오랜만에 찾은 여유. 그는 “간간이 시나리오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 촬영했기에 다음 작품은 재밌고 유쾌한 작업으로 고르고 싶어 고민 중”이다.
“이번에는 원래보다 연배가 높은 역을 맡았기에, 다음에는 현대물에서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대망’에서는 검술을, ‘작은 아씨들’에서는 절권도를 했고 ‘검은 집’에서도 와이어를 탔었기에 액션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아직 현란하고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멋진 사나이들이 하는 형사나 추적자 같은 액션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론 임팩트 있는 역이라면 사극도 마다치 않겠지만요(웃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대풍이와 티격태격하던 복실이부터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서 절절한 모성애와 복수심에 불타는 연기를 보여준 유림까지 유선은 정말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그는 “제가 평범해서 그렇다”며 자신을 낮췄다.
“너무 도회적이거나 세련된 이미지를 지녀 순박하거나 촌스러운 연기가 안 어울리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꼬불머리 복실이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개성이 강한 외모나, 확 눈에 도드라지는 배우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이미지를 가진, 연기에 탄력성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배우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어떤 배우는 특정 장르의 베테랑으로 손꼽히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 하면 바로 떠오르는 배우도 있고, 그게 부러울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중복되는 역을 맡거나 예전에 맡았던 배역이 나도 모르게 묻어나오면 싫더라고요. 일상에서는 안 그런데, 연기할 때는 모험심과 도전의식이 강한 것 같아요.”
이날 현장에서 만난 그는 장인주를 완전히 벗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는 단아한 쪽찐머리에 한복 대신 시크한 블랙 앤 화이트 의상에 웨이브 헤어로 도회적인 여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평소에는 색상을 맞춰서 꾸며 입기보다 툭툭 걸친 듯한 내추럴한 느낌을 좋아해요. 그 안에서 멋스러운 느낌을 주는 거죠. 집에 있을 때는 허술하게 입었는데, 언젠가부터 집에서도 신경 써서 입기 시작했어요. 이지웨어라도 컬러가 매칭되는 한 벌짜리 옷을 입고 있으니까 기분전환이 되고,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도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돼서 좋더라고요.”

배우 유선, 눈빛으로 전하는 행복

가죽 트리밍 슬리브리스, 블랙 슬릿 롱 스커트 데무. 삼각 실버 귀걸이 케이트앤캘리. 블랙 비즈 팔찌 제이티아라. 실버 팔찌와 큐빅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좋은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과일. 그는 세 가지 이상의 과일을 먹고 있어 항상 냉장고에 과일을 채워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빵이나 밥은 안 넘어가도 과일은 꼭 챙겨 먹는다고. 파우치 필수품은 립 제품이다. 그는 “입술색이 엷은 편이라 노 메이크업으로 다니면 창백하고 피곤해 보여서 립밤과 틴트는 꼭 챙긴다”고 했다.
“끈기가 없는지,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지를 못해요(웃음). 뾰루지가 나면 피부과를 찾는 정도죠. 아,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시트팩은 자주 해요. 시트팩은 굳이 비싼 거 고를 필요 없거든요. 아침에 화장이 안 받겠다 싶으면 시트팩 붙이고 있다가 기초화장을 하면 촉촉한 메이크업이 완성돼요. 페이스오일도 ‘완소’ 제품이죠. 크림에다 페이스오일을 첨가해서 바르면 흡수도 잘 되고 오랜 시간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어서 특히 이런 계절에 애용하고 있어요.”
내친김에 몸매 관리 비결도 물었다. 그랬더니 “운동을 정말 싫어해서 당장 촬영이라 배워야 하는 게 아니면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몸무게 변동이 큰 편은 아니지만, 항상 체중계를 놔두고 몸이 좀 불었다 싶으면 체중을 달아봐요. 수치가 늘었으면 각성하고 자중했다가도 빠졌다 싶으면 또 바로 맛있는 걸 찾아 먹어요. 그래도 여배우로서 몸이 너무 불어버리면 복귀하기 어렵다는 걸 아니까 항상 긴장을 풀지 않으려 노력하죠.”

결혼으로 얻은 자유와 당당함이 행복 비결
“연기만큼 만족감을 주고 흥분시키는 활동이 없었다”던 그는 “못한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아서 자존심을 걸고 연기한다”고 했다. 이렇듯 천생 배우인 그가 연기 외에 꾸준히 재밌어 하는 건 바로 요리.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들에게 아내의 요리 실력은 미덕이 아니던가. 그는 “요즘엔 바빠서 손 놨지만 중식, 일식, 한식 다 할 수 있다”며 “미각이 예민한 편이고 스스로 맛있는 걸 좋아해서 모두가 흡족해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웃었다.
유선은 10년 넘게 열애한 세 살 연상의 사업가 차효주 씨와 2011년 결혼했다. 광고계와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한 남편은 아내의 작품 모니터링에도 열심이란다. 좋았던 점은 이야기하며 격려해주고, 아쉬운 부분이 있을 때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고. 요즘 부부의 소망은 “더 늦기 전에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이가 생기면 멀리 떠날 수 없으니 그 전에 어디든 다녀오라고 하더라고요. 신랑이랑 장시간 일정을 빼기가 어려워서 일단 살펴보고 있어요. 남자 배우도 그렇고 여자 배우도 그렇고 상대가 있으면서도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 역시 결혼 시점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손해 볼 게 없거든요. 연예인 동료가 그걸 굉장히 고민하는 것 같아서 경험자로서 말해주고 싶어요. 부부니까 어딜 가든 당당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뤄 당당히 함께 다니는 그런 자유로움이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2세 계획을 묻자 그는 “조금 늦을 수도 있는 시점이지만, 좀 더 일을 통해 배우로서 자리 잡은 뒤에 가지고 싶다”고 했다.
“정말 고마운 건 신랑도 시부모님도 재촉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제 욕심 때문에 미루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긴다면 축복으로 여기고 감사해야죠.”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연예인 종교 모임인 ‘하미모’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한다고 했다. ‘하미모’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미인들의 모임’의 줄임말. 유선 외에도 한혜진, 예지원, 한지혜, 정려원, 엄정화, 엄지원, 김성은 등 연예인과 아나운서들이 소속된 모임이다. 멤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성경 공부를 하고 터놓고 속 이야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는다. 봉사 활동도 꾸준히 다닌다. 외모만큼이나 마음도 예쁜 멤버들이다. 그는 “션·정혜영 부부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션 오빠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니까 가족도 더불어 행복하잖아요. 내 가족, 가까운 사람만 생각하지 않고 더 먼 이웃과 주변 사람들을 보듬고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이 화목한 것 같아요. 자녀도 그런 부모를 배우고 닮아가고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평소에는 안정적인 걸 좋아해서 인간관계도 ‘넓고 얕게’보다 ‘좁고 깊게’가 좋다는 유선. 하지만 연기에서만큼은 예외다. “요즘 김성령 선배나 배종옥 선배를 보면 멋지고 부럽다”는 유선은 “항상 열려 있는 배우로 살며 더 많은 모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여배우들은 나이 먹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중년이 되면 엄마 역에 국한되는 것에 두려움도 있고요. 그 선배님들은 그 나이에도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저도 제가 가진 다양한 색을 보여드리고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그건 배우들이 풀어야 할 평생의 숙제 같아요.”
마지막으로 여성동아 독자들에게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고 조언했다.
“남편과 자녀를 위해 자신을 잊고 희생하며 사는 어머니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에게 투자하고 관리하면 결국 그게 나의 행복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아까워하던 부분을 제게 조금씩 투자하고 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남보다 젊음이든 몸매든 패션이든 뒤처졌을 때 오는 우울감과 상실감이 크잖아요. 그럴 때 위축되지 않도록 평소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끼면 좋겠어요.”

의상협찬·데무(02-3442-6292) 씬(02-543-8132) 케이트앤켈리, 제이티아라(02-3444-8633) 돌체앤가바나, a컬렉터(www.acollector.co.kr) Studio Apartment(010-8253-3286)
헤어·차홍(차홍 아르더 02-3445-8522)
메이크업·우현증(우현증 메르시 02-546-7740)
스타일리스트·신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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