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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중국의 숙제 개혁

숙제가 아이들 꿈을 빼앗는다

글&사진·이수진 중국 통신원

입력 2013.04.02 14:55:00

중국에서 숙제는 ‘만능’이다. 예습, 복습, 암기, 그리고 잘못한 일에 대한 벌까지 모두 숙제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숙제와 전쟁을 펼치고, 심지어 숙제 대행업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이 숙제를 제한하는 웃지 못할 정책을 내놓았다.
중국의 숙제 개혁


개학을 앞두고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발 해외토픽 가운데 한 공무원이 초등학생 딸 겨울방학 숙제를 위해 부하직원 10명을 동원했다는 내용이 큰 관심을 모았다. 많은 이들이 공적 관계를 사적인 일에 동원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숙제가 많기에 10명이 나서야 했느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문제의 숙제는 ‘고향의 변화를 보여주기’라는 주제로 사진 촬영, 그림 그리기, 동영상 제작 및 인터넷에 올리기였다.

‘4多3小’ 현실 해결 위한 교육 개혁안
최근 베이징 시 교육당국이 새 학기를 맞아 초·중학생의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육 개혁안을 발표했다. 우선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의 중간고사를 전면 금지했다. 기말고사는 어문, 영어, 수학 등 3과목에 한해 치르도록 했다.
또 교육기관이 학업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의 서열을 매기거나 학교 내 개인 성적 순위를 공개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아울러 교내 보충수업을 제한하고 학교 단위의 각종 경연대회를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중국의 숙제 개혁

과다한 숙제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자 중국 정부는 숙제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숙제 부담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단 중학생 기준으로 숙제 시간이 1시간 30분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숙제를 금지하고, 3~4학년은 30분, 5~6학년은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분량으로 제한했다. ‘숙제 없는 날’을 지정하기도 했다. 감독관을 학교에 파견해 숙제량을 검사하겠다는 액션플랜도 함께 내놓았다.
이는 바로 중국 학생들의 ‘4多3小’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중국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4가지는 ▲학습 시간 ▲숙제 ▲순위 경쟁 ▲과외다. 반대로 너무 부족한 3가지는 ▲잠자는 시간 ▲체력 단련하는 시간 ▲자유 시간이다.
이번 개혁안은 ‘성공만큼이나 성장이 중요한 시기’에 미래 꿈나무들에게 ‘꿈꿀 시간을 주자’는 단순한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숙제 줄여도 중국 교육 병폐 해결에는 한계

사실 평소 숙제하는 것만으로도 자정이 되기 일쑤라는 학생들이 많다. 어문,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이외에 과목별로 경쟁적으로 숙제를 내주기 때문이다. 한때 숙제를 내주는 것이 체벌의 일종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숙제가 그냥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가정 숙제’ ‘부모 숙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적으로나 난이도로나 벅차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이 도와주는 것만으로 모자라 ‘방과 후 숙제방’이나 전문적인 숙제 대행업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방과 후 숙제방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는 오후 4시 30분부터 숙제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부방 형태의 학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맞벌이인 중국 가정에서 방과 후부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기능에 숙제 도우미가 결합된 형태다. 학교 근처 식당이나 아파트 단지 학원 등에서 1대1 혹은 그룹을 짜서 운영한다.
숙제를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기간이 길고 숙제가 많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이들 숙제 대행 업체의 호황기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대행 업체 사이트,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초·중생 대상의 숙제 대행 시장이 형성돼 있다.

중국의 숙제 개혁

숙제의 분량이 방대해 부모가 도와주거나 숙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 ‘숙제 대행’을 검색하면 63만 건이 뜬다. 대부분은 방학 숙제 대행과 관련된 광고다. 이들 숙제 대행 업체는 ‘배송비 무료’ ‘숙제 확인 후 결제’ 등 다양한 홍보 전략과 문구를 내세워 학생들을 유혹한다. 아르바이트로 3명이 팀을 이뤄 방학 숙제 대행을 한다는 한 대학생은 초·중·고등학교 등 단계별로 차별화해 다른 금액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수학, 국어, 외국어, 작문, 일기 등을 따로 가격을 매겨 짭짤한 수입을 거두고 있으며, 주문량이 많은 방학에는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는 후문이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학교별로 세부적인 이행안이 나오고 있지만 교사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사들의 경우 숙제 시간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개개인의 이해도와 능력에 따라 차이가 확연한데 시간별 제한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울러 반별 성적이 교사의 평가에 반영되는데 그저 숙제를 내지 말라고 하면 될 일이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한편 중국어는 어려서부터 오랜 훈련과 반복학습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암기식·주입식 반복 학습과 숙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사 출신의 한 친구는 “한글이나 영어는 자음 모음의 배합 원리를 이해하면 글을 익히기 쉽지만 한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배우고 익히는 훈련의 단계가 필요하다”면서 “기본적인 한자와 성어를 익히는 데만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만큼 중국 학교에서 어느 정도 숙제는 필요악”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다른 한 친구는 “중간고사를 없앤다고 해도 기말고사는 있게 마련이고, 초·중학교 숙제를 줄여도 중카오(中考·고교 입시), 가오카오(高考·대학 입시)가 있지 않느냐”며 “숙제 감소가 중국식 입시 교육의 도미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숙제를 둘러싼 학업 부담 경감 안건에 대한 학교, 학부모, 학생의 동상이몽은 한 신문에서 본 중학생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실제로 30분이면 끝낼 수 있는 숙제를 한 시간 두 시간 끌기도 한다”며 “숙제를 다 했다고 하면 피아노 학원에 가든지 다른 학원에 가야 할 텐데 차라리 숙제를 오래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결국 숙제 줄이기를 비롯한 학업 부담 경감 안건은 대증요법일 뿐 현재 중국 교육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를 거쳐 CJ 중국법인 대외협력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중 2, 중 1 아들을 두고 있다.

여성동아 2013년 4월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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