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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권우중 셰프의 시골 장터 이야기

인천 소래포구의 봄

주꾸미와 간자미가 제맛

기획·이진이 기자 | 글& 사진·권우중

2013. 04. 01

주꾸미와 간자미가 소래포구의 봄을 알린다. 북적북적한 소래포구 시장에는 뭔가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솟는다.

바깥 공기가 제법 포근해졌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도 겨울의 칼바람과는 다른 따스한 바람이 분다. 봄바람을 맞으며 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인 인천 소래포구를 추천한다. 동해안이나 남해안은 거리가 멀어 큰마음 먹고 어려운 걸음을 가야 한다면 소래포구는 접근성이 좋아 장을 보거나 바람을 쐬기에 적당한 코스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늘 인파로 북적인다.
소래포구에 도착하니 서해안에 봄이 왔다는 신호를 알리는 주꾸미가 눈에 띈다. 주꾸미는 수확량이 많아 서해안의 봄맞이 해산물로 이 시기에 머리에 쌀알 같은 알이 꽉 차 먹는 재미가 있다. 살아 있는 주꾸미를 구입해 샤브샤브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바지락과 파·배추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후 주꾸미를 넣고 살짝 데쳐서 먹는다. 먼저 익는 다리를 잘라서 먹고 내장이 있는 머리는 마지막에 먹는다. 이맘때쯤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또 다른 해산물은 간자미다. 간자미는 가오리의 새끼로 크기가 작고 삭히기 전 홍어와 맛이 비슷한데 암모니아 냄새가 적어 요리하기 좋다. 손바닥 2개만 한 간자미는 5천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니 한 마리쯤 집에 가져와 찜을 해 먹어보길 권한다. 간자미를 통째로 찬물에 살짝 헹궈 채반에 밭쳐 청주를 조금 뿌리고 찜통에 쪄낸 다음 고춧가루·매실청·참기름·들깨 등을 넣어 무친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봄의 신선한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곳곳에 꾸덕꾸덕 말리고 있는 생선들도 즐비하다. 포구에 넘쳐나는 생선들을 다 소비하기 위해 해풍에 반쯤 말려 먹는다. 해풍에 말린 생선은 짭짤하고 진한 맛을 내 구워 먹어도 맛있고 국이나 지리를 끓여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서해안은 새우가 많이 잡히는 바다이므로 새우들이 가득한데 그중 내 시선을 끈 곳은 젓갈상회다. 산처럼 쌓여 있는 새우젓을 하나 집어 맛을 보니 짭짤하면서도 뒤에 오는 감칠맛과 단맛이 일품이다. 일반인들이 싱싱한 새우젓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단, 머리가 까맣게 변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므로 주의한다. 조금 있으면 새우젓을 담글 시기인데 생새우의 비릿한 맛이 짭짤한 감칠맛으로 변하는 젓갈의 신비를 보면 참 신기하고도 놀랍다.
소래포구에는 서해안의 생선뿐 아니라 동해와 남해의 해산물도 다양하다. 굳이 서해에 가서 동해나 남해의 해산물을 맛볼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재료가 잔뜩 있는 걸 보니 봄철 입맛과 활력이 없는 분들에게 소래포구 방문을 추천한다.

인천 소래포구의 봄


1 소래포구는 서울에서 가까워 장을 보거나 바람을 쐬기에 적당한 코스다.
2 인파로 북적이는 소래포구.
3 서해안에 봄이 왔다는 신호를 알리는 주꾸미는 이 시기에 머리에 쌀알 같은 알이 꽉 차 맛이 좋다.
4 간자미는 가오리의 새끼로 크기가 작고 암모니아 냄새가 적어 요리하기 좋다.
5 산처럼 쌓여 있는 새우젓은 짭짤하면서도 뒤에 오는 감칠맛과 단맛이 일품이다.
6 해풍에 말린 생선은 짭짤하고 진한 맛을 내 구워 먹어도 맛있고 국이나 지리를 끓여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인천 소래포구의 봄


권우중 셰프는…
경희대학교 조리과학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활동했으며, 올리브TV, SBS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 이스트빌리지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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