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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마흔 넘으니 일하는 재미 알겠어요”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3.03.19 09:23:00

예전부터 신동엽은 방송 제작진 사이에서 “노력파보다 개그 천재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타고난 재능은 뛰어나나 성실하지는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데뷔 이후 10여 년을 승승장구하던 신동엽은 최근 7~8년 사이 사업 실패와 방송 부진으로 ‘한물간’ 연예인이 되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톱 MC 반열에 재입성했다.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했을까.
신동엽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지난해부터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종합편성 채널까지 섭렵하며 국민 MC 자리를 다시 꿰찬 신동엽(42). 결국 그는 10년 만에 2012 KBS 연예대상을 거머쥐며 부활을 선포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SBS ‘강심장’ 새 MC로 투입되며 강호동의 빈자리를 너끈히 메웠고,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깨알 같은 진행을 선보였으며, 케이블 채널 tvN ‘SNL 코리아’를 통해서는 ‘19금(禁) 개그의 대가’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해가 바뀌자 그를 찾는 프로그램은 더욱 많아졌다. 1, 2월 두 달 동안 그가 참석한 제작발표회는 무려 5개. 1월 초 방영을 시작한 채널A ‘웰컴 투 돈월드’를 비롯해 QTV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 E채널 ‘용감한 기자들’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 tvN ‘SNL 코리아 시즌4’가 그것이다. 빽빽한 스케줄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신동엽은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을 통해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 큰 듯 보였다. 프로그램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일로 받는 스트레스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예전에는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특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방송을 오로지 일로만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보내주시는 사랑도 솔직히 고맙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하지만 마흔을 넘기며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애를 쓰는지 깨달았고, 방송에 흥미를 되찾게 됐어요. 예전에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의식했다면 이제는 저 스스로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방송국에 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이렇게 점점 철이 드는 거겠죠. 하하.”
한꺼번에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신동엽은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즐겁게 일하면 몸도 힘들지 않다”고.
“예전에는 방송이 어느 정도 사랑을 받고 궤도에 올랐다 싶으면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생각부터 했어요.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는 사람(진행자)을 바꾸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해피투게더’나 ‘러브하우스’ ‘헤이헤이헤이’도 중간에 그만뒀고, SBS ‘동물농장’만 빼고 1년 정도 일을 쉰 적도 있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일을 많이 벌였는데, 지금이 데뷔 후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마음이 즐거우니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저 자신도 신기할 정도죠(웃음).”

주식 실패로 한 달에 몸무게 8kg 빠져
그동안 신동엽은 꽤 오랜 시간 개인적인 송사, 사업 실패 등 방송 외적인 일로 슬럼프를 겪었다. 얼마 전 그는 E채널 ‘용감한 기자들’ 진행 중 “현재 많은 프로그램 출연료를 어디에다 쓰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아직까지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그는 “예전에 보증을 잘못 서기도 했고, 투자를 좀 무리하게 했다”고 말한 뒤 이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잠깐 (녹화) 끊고 가겠습니다” 하고는 특유의 재치로 상황을 모면해 웃음을 선사했다.
또 얼마 전 채널A ‘웰컴 투 돈월드’에서는 ‘창업’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자신의 주식 실패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방송에서 그는 “1990년대 코스닥 붐이 일었을 때 술자리에서 주식 전문가가 알려준 정보를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그 일로 몸무게가 한 달에 8kg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과거의 실패를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여긴다. 평소 그가 방송에서 자신의 성공담보다 실패담을 주로 얘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웰컴 투 돈월드’를 진행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성공비법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지식보다는 ‘이건 절대 하지 마라’와 같은 말을 귀담아듣죠. 항상 사고는 주변 사람에게서 시작되더라고요. 친한 형, 아는 누나가 하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 그럴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려는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것 같아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요즘 신동엽은 진행자를 넘어서 제작진의 마음으로 방송에 더 큰 애정을 쏟고 있다. 2월 중순 첫 방영된 SBS 토크쇼 ‘화신’은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SBS ‘야심만만’을 연상시키는 랭킹 토크쇼로,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생활밀착형 질문을 매주 10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묻고 답변을 게스트들이 공개하는 방식이다. 신동엽은 ‘화신’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뒤 제작진에게 이런 식의 랭킹 토크쇼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방송을 하면서 가장 탐이 났던 프로그램이 바로 일반인들의 설문조사를 통한 랭크쇼였어요. 차인태, 황인용 선배님이 진행했던 ‘퀴즈 100인에게 물어봅시다’ 등 랭크쇼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죠. 물론 ‘화신’은 과거에 비해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기존의 틀을 깬 파격적인 시도도 이뤄질 거예요. 무엇보다 저와 잘 맞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많은 준비를 했어요.”

신동엽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데뷔 22년 만에 개인기 안겨준 이영돈 PD에 감사



신동엽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신동엽은 tvN ‘SNL 코리아’에서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패러디한 코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동엽의 이 같은 의지는 ‘SNL 코리아 시즌4’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11년 첫 방영된 ‘SNL 코리아’는 미국에서 38년간 인기리에 방송된 라이브 TV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오리지널 한국 버전으로 매주 스타들이 호스트로 출연해 파격적인 변신과 감춰왔던 끼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담당 연출자인 안상휘 CP에 따르면 신동엽은 시즌4를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일 대표적인 콩트가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풍자 개그인데, 그동안 방송을 통해 소방관의 실상을 엿볼 기회가 많았던 신동엽은 적극적으로 PD에게 관련 소재를 제공했다고. 이에 대해 신동엽은 “리얼한 비판과 풍자가 가능한 무대가 ‘SNL 코리아’인 만큼 이번 시즌에는 비단 소방관뿐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재미있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동엽은 ‘SNL 코리아 시즌3’에서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 코너를 통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번 시즌4에서도 이 코너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현재 채널A 간판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패러디한 것으로, 이영돈 PD의 다소 경직된 말투와 행동들을 신동엽이 섹시 코드와 적절히 섞어 재치 있게 따라 하면서 화제가 됐다. 자연스럽게 신동엽과 이영돈 PD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는데, 두 사람은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한다.
“이영돈 PD와는 몇 번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말투가 다소 사무적이고 딱딱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재미있고 마음이 열려 있는 분이에요. 과거 KBS에서 ‘소비자 고발’을 진행할 때부터 화면을 통해서 보는 모습과 분명 다른 면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죠. 사실 저만큼 개인기가 없는 개그맨도 드문데, 이영돈 PD 덕분에 이제야 드디어 제대로 된 성대모사를 하나 갖게 됐어요(웃음). 그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지난 시즌 때 이영돈 PD를 호스트로 초대한 적이 없는지 궁금해하자 그는 “한번 나와주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대본을 보냈더니 너무 야해서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사양했다. 이번 시즌에는 꼭 한번 모시고 싶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국민 MC인 유재석, 강호동과 비교했을 때 신동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콩트의 대가’라는 점이다. 콩트에 대한 그의 애정은 신인 시절부터 남달랐다. 1991년 데뷔작인 SBS ‘토요일 7시 웃으면 좋아요’에서 “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MBC 청춘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이어 SBS ‘헤이헤이헤이’를 통해 신동엽표 콩트 연기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또 하나를 첨가하자면 신동엽의 가장 큰 장점은 기발한 애드리브다. 부드럽다 못해 능글맞은 표정과 입담으로 방송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밉지 않게 상대방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가 하면 코너에 몰린 순간에는 특유의 언변과 순발력으로 기가 막히게 탈출한다. 특히 그는 과거 ‘헤이헤이헤이’ 시절 살짝 맛보였던 ‘19금’ 콩트를 ‘SNL 코리아’를 통해 마음껏 발산했고, 이는 시청률 견인에 큰 힘이 됐다. 결국 그는 데뷔 20여 년 만에 드디어 ‘19금 콩트의 대가’로 우뚝 섰다.

예나 지금이나 몸에 밴 ‘19금 토크’

신동엽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이런 그의 특기는 ‘SNL 코리아’에서뿐 아니라 SBS ‘화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신동엽과 함께 진행을 맡은 김희선, 윤종신은 얼마 전 ‘화신’ 제작발표회에서 신동엽의 성인 개그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김희선은 “신동엽 씨의 19금 개그는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자칫 더러울 수(?) 있는 얘기도 정말 재미있게 잘 소화해낸다”고 극찬했고, 윤종신 또한 “신동엽의 개그는 단순히 19금이 아니라 25금, 31금, 40금 등 연령대별로 좀 더 세분화해야 할 만큼 디테일하다. 김구라의 성인 개그가 남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마초적인 느낌이라면 신동엽은 여자들이 서너 명 끼여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그래서 더 긴장감 있고 능글맞은 19금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신동엽 자신은 19금 토크의 대가라는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작정하고 야한 얘기를 하지는 않아요. 방송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들이 연출되고 22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발휘해 최대한 밉지 않게 하려고 하죠. 저는 어려서부터 성인 시트콤을 하고 싶었고, 성인들이 즐겨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15년 전부터 끊임없이 해왔어요(웃음). 그동안 일관되게 제 스타일대로 해서 그런지 시청자도 제 개그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NL 코리아’의 경우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하루 종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신동엽은 생방송 당시의 기분을 “안전 장치 없는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조금만 손잡이를 놓쳐도 공중으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 아무리 19금 개그의 대가라 하더라도 생방송 앞에서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청자들은 모르겠지만 그동안 방송을 하면서 아슬아슬한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방송이 끝난 뒤 저희끼리 심하게 자책하고 반성한 적도 많죠. 하지만 롤러코스터의 경사가 높으면 그만큼 짜릿하고 재미있잖아요. 그 맛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제 신동엽을 칭하는 수식어가 조금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과거의 ‘개그 천재’에서 ‘노력하는 개그 천재’로 말이다. “노력하는 것에 비해 티가 안 난다”는 그의 투정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앞으로도 계속 입증해주길 바란다.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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