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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열혈 아줌마와 여전사 오연수

청춘 스타 프로가 되다

글·김명희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2013. 03. 15

백일섭은 사석에서 실물이 가장 예쁜 여배우로 오연수를 꼽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드라마 ‘아들과 딸’을 촬영한 건 꼭 20년 전이다. 스물두 살의 오연수는 마흔 둘이 됐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열혈 아줌마와 여전사 오연수


젊은 날 우상이었던 배우가 나이 들면서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젊은 날 아름다웠던 배우가 나이를 부정하고 늘 팽팽한 얼굴을 고집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안타깝긴 매한가지다. 물론 여배우들은 아름다워야 할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존재들이지만 과유불급,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오연수(42)는 가장 자연스럽고 성실하게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로 꼽힌다. 그는 1990년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로 데뷔해 안방극장의 대표 미인 스타로 군림해왔다. 1998년 선배 연기자 손지창과 결혼한 후 ‘두 번째 프러포즈’의 억척스러운 이혼녀 캐릭터를 거쳐 ‘달콤한 인생’ ‘나쁜 남자’ 등에서 도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변신해온 그가 최근에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강단 있는 섬 아줌마와 드라마 ‘아이리스2’의 국가안전국(NSS) 부국장 역, 두 가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남쪽으로 튀어’는 학생 운동가 출신의 영화감독인 최해갑(김윤석)과 그의 가족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향해 남쪽 섬으로 떠났다가 섬을 리조트로 개발하려는 업자들과 부딪히게 되는 내용을 그렸다. 극 중 오연수가 연기한 안봉희는 최해갑의 아내로, 운동권 출신에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학교에 가서도 교장 선생님의 비리를 캐는 당찬 여성이다.
평소 그의 단아한 이미지에 비추어 안봉희 캐릭터는 반전이다 싶은데, 정작 오연수는 “내 성격이 보이는 것처럼 단아하지는 않다”고 실토했다. 이 영화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김윤석도 “오연수 씨는 돌직구 스타일”이라며 “지금까지 만난 어떤 여성보다 털털하고 정감이 간다. 촬영장에서도 캐릭터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거의 화장을 하지 않더라. 동성이었다면 친구가 되고 싶을 만큼 마음이 넓고 강하다. 촬영하면서 오연수가 아들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가 다 무섭더라”고 거들었다.
영화에서 그는 평범한 주부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8kg이나 늘렸다. 20대 여배우들은 종종 커리어를 위해 몸무게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이기도 하지만 40대 여배우가 그런 모험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연수의 경우엔 ‘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이 지나가는 말로 “너무 말랐다”라고 한 것에 자극받아 스스로 살을 찌웠다. “봉희에게서 살 냄새가 난다”는 말이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는 그는 “나이가 들면서 볼살이 빠지는 것 같아” 찌웠던 살의 절반을 남겨뒀다고 한다.

살림과 연기, 동시에 두 마리 토끼는 잡지 않는다는 철칙
‘남쪽으로 튀어’가 ‘기막힌 사내들’ 이후 15년 만의 영화 출연작이라면 드라마 ‘아이리스2’는 국내 최초의 정보기관 여성 국장 캐릭터라는 점에서 오연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가 연기하는 최민 부국장은 테러로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물로, 아이리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미국 국방부 펜타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을 두루 거쳐 NSS에 파견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 나이 또래에 이런 역을 맡은 것이 저한테는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고 싶은 장르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액션 연기가 많아서 힘들다고 하던데, 저는 대부분 실내 촬영이라 조금 미안하기도 해요.”
오연수의 연기 경력을 살펴보면 데뷔 후 201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출연해왔음을 알 수 있다. 유일하게 지난해에만 출연작이 없는데, 이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와 드라마 ‘아이리스2’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생긴 공백이다. 손지창과 결혼해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도 성실하고 알차게 꾸려왔다. 집안일과 연예계 일을 병행하는 그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두 가지 일을 같이는 못하겠더라고요. 일할 때 저는 엄마나 아내로서는 빵점이에요. 촬영장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여기 나와서 집 생각, 아이들 생각 하다가는 이도 저도 다 놓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대신 촬영이 없을 때는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가정에만 충실하려고 노력하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영화 무대 인사 때 아이들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때? 엄마 괜찮지?’ 하고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반, 아이들이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반이다. 아이들이 볼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배우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외모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더 이상 외모가 언급되지 않는 순간부터 이뤄진다. 그래서 오연수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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