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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그 겨울, 바람이 분다 VS 아이리스2

최강 비주얼에 걸맞은 명품 연기 송혜교

글·김유림 기자 | 사진· SBS 제공

입력 2013.03.15 11:59:00

데뷔 17년 차 송혜교에게 드디어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 같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두 번째 부름을 받은 송혜교는 시각장애인 연기는 물론이고, 폭발할 듯 억제하는 감정 연기로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눈부신 외모는 두 말 하면 잔소리.
최강 비주얼에 걸맞은 명품 연기 송혜교


송혜교(31)에게 ‘그 겨울’은 그동안 연기자로서 부족했던 2%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첫 회부터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송혜교의 눈부신 연기력이다. 특히 초점 없는 눈빛 연기와 불안한 손동작 등은 시력을 잃음과 동시에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린 오영의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해준다.
오영은 얼핏 보기엔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함 없는 것 같지만, 왼쪽 눈은 완전히 멀었고 오른쪽 눈은 2, 3cm 정도 가까이 있는 것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터널 시력을 지녔다. 외출 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아 한 손으로 립스틱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입술 선을 만지며 꼼꼼하게 립스틱을 바르는 연기는 극 초반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실제로 송혜교는 이번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복지관 등을 찾아 직접 시각장애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교본을 보며 만반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에 앞서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시각장애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내 연기가 시각장애인들에게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많이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관에서 잠시 생활하면서 병의 강도나 증상에 따라 시각장애의 형태도 매우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흔히들 생각하는 동공 연기는 시력이 옆에 있어 동공을 많이 움직여야 하지만, 영이는 정면에 시력이 있는 터널 시력이라 얼핏 보기엔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건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영이의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을 일부러 만들어내려 하지 않아도 저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이라 연기에 몰입하기는 편한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몸이 저릿저릿한 느낌 처음이에요”

최강 비주얼에 걸맞은 명품 연기 송혜교


노희경표 대사 전달력도 한층 좋아졌다. 송혜교는 노희경의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어색한 내레이션 처리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차갑게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그의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그만큼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어간 송혜교의 연기를 발견할 수 있다. 노희경과의 작업이 두 번째라고 해서 첫 번째 때에 비해 편해진 건 아니라고 한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하죠. 특히 이번에는 감정 연기도 버거운데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까지 있어서 과거에 비해 두 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매 신이 만들어질 때마다 그만큼 보람도 더 크고 저 스스로 기대감도 더 커져요. 드라마 초반에 영이가 오빠 오수를 처음 만나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 찍을 때는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감정이 솟구쳐 올랐어요. 지금껏 연기하면서 그런 감정은 처음 느낀 것 같아요. 앞으로 드라마를 마칠 때까지 힘든 여정이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최강 비주얼’ 명성에 걸맞은 명품 연기를 향해 전진해가고 있는 송혜교. ‘그 겨울’ 인기 비결의 절대적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 사람 냄새 나는 작가 노희경

최강 비주얼에 걸맞은 명품 연기 송혜교


드라마는 ‘작가빨’이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의 지혜가 담긴 폭포수 같은 대사, 문영남 작가의 끈적함, 일상과 엽기의 경계에 서 있는 임성한 작가…. 노희경(47) 작가의 드라마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가 집필한 작품에는 출생의 비밀도 없고 신데렐라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만나거나 겪어봤을 법한, 저마다 사정 있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공존이 있을 뿐이다.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며 그들의 내밀한 감정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배우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노 작가의 작품을 거친 배우들은 연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송혜교와 군 제대 후 처음 드라마에 복귀하는 조인성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데는 이런 작가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자극적이거나 트렌디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에 시청률은 ‘중박’ 안팎이지만 작품 수준이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한국 드라마계에 몇 남지 않은, 마니아를 거느린 작가이기도 하다. 2011년 한 조사에서는 김수현 작가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PD들이 뽑은 최고의 작가에 선정됐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10부작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이 원작이다. 와타베 아츠로와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았다. 우리나라에선 2006년 김주혁·문근영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이와 관련해 노희경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원안이 있는 작품이라 이미 다 아는 얘기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너무 일본적이라 이해할 수 없었다. 살 가치가 없는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살려고 하나, 시각장애인이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가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수와 영이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원작에는 없는데 나는 궁금했다. 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오빠가 아니라 남자로 사랑할 수는 없었나. 안 한다고 결정을 내리고도 이런 생각들이 떠나질 않아 하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털어놨다. (글·김명희 기자)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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