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펭귄, 곰, 병아리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러나 ‘라바’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애벌레다. 도심의 하수구에 사는 두 마리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는 트림은 예사에, 콧물로 그네를 타고,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어댄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진화가 아니라 퇴화다. 그런데 이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11년부터 지하철 9호선과 경기·인천 버스 등의 홍보용 TV, 어린이 채널을 섭렵한 두 애벌레는 올해 들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학교폭력예방 홍보대사, 문화부의 에너지절약 홍보대사 등을 맡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최근 시즌2(KBS1,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방영)로 돌아온 두 애벌레는 이제 하수구를 벗어나 더 넓고 화려한 공간에서 배꼽 빠지는 에피소드를 전하고 있다.
캐릭터 | 착하지는 않지만 개성 만점!
라바의 주인공은 노란색 애벌레 ‘옐로우’와 빨간색 애벌레 ‘레드’다. 옐로우는 어벙한 미소가 매력적인 ‘식탐종결자’. 까불까불한 레드는 늘 옐로우를 놀리지만 결국 당하고 마는 ‘찌질이’다. 트림과 방귀를 분사하고 둘 사이에 주먹이 오가는 모습은 아이들이 싸우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라바를 탄생시킨 맹주공 감독은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만화 ‘톰과 제리’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블랙(장수풍뎅이), 블루(파리), 브라운(쇠똥구리), 바이올렛(정체불명의 벌레) 등이 등장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3년 현재 라바의 캐릭터성이 인정돼 60여 개 라이선싱 파트너사와 함께 5백여 개 품목의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이다. 제작사 TUBA엔터테인먼트 측은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착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파트너사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웃음 포인트 | 지저분한 슬랩스틱 코미디
남녀노소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코미디의 대표 장르는 찰리 채플린, 심형래가 주로 이용한 슬랩스틱일 것이다. 라바를 보며 3세부터 80세까지 웃기를 바란다는 제작진은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을 자주 삽입한다. 식탐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장면은 물론이고 괴력의 장수풍뎅이 블랙이나 정체불명의 거대한 벌레 바이올렛에게 한 방에 당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생태계의 기본 원칙이 약육강식인 것을.
별다른 말 없이 몸 개그로 매 에피소드를 이끌어간 점은 오히려 라바의 성공에 장점으로 작용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라바를 쉽게 인지하게 된 데도 소리 없이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한몫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대사가 없고 단순하며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 2013년 현재 해외 20여 개국에 방영권 및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출 국가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장소 | 찻길 옆 하수구에서 사람 사는 집으로!
맹주공 감독
시즌1의 주요 배경은 하수구로, 비가 오면 물이 넘치고 눈이 오면 눈에 파묻히는 좁고 우울한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옐로우와 레드는 하수구를 탈출해 고층 빌딩 사이의 낡고 초라한 집에 불시착한다. 시즌2의 배경이 된 이 집에서 두 애벌레는 오래된 스피커 라디오, 고장 난 장난감 로봇, 오뚝이 인형 등을 갖고 놀며 즐거워하는가하면 혼자 차지하겠다고 티격태격하다 이따금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개와 앵무새 캐릭터도 추가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제작사 측은 “시즌1 때 라이선스 영업을 하며 하수구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장소가 한정돼 있고, 하수구라는 이미지가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시즌2에서는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가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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