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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故 임윤택의 열정&아내 이혜림 씨 애틋한 작별 인사

“너무 아팠던 당신, 고통 없는 곳으로… 잘 가요 리단 아빠”

글·권이지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13.02.27 11:35:00

위암 4기 투병 중에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2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아름다웠던 그의 삶, 그리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던 아내 이혜림 씨 심경.
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故 임윤택의 열정&아내 이혜림 씨 애틋한 작별 인사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1일 저녁, 위암 4기 투병 중이던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이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3세. 최종 사인은 ‘진행성 위암 4기 암종증’이었다. 병세가 악화돼 한 달 전부터 음식을 전혀 입에 못 대고 영양주사로 버텨왔지만 평소처럼 툭툭 털고 일어날 거라 믿었던 가족, ‘울랄라세션’ 멤버와 팬들에겐 충격이었다. 유족으로는 부모와 형, 2012년 8월 결혼한 아내 이혜림(30) 씨와 딸 리단(1) 양이 있다.
임윤택의 공식 활동은 지난 1월 15일 열린 ‘2013 아시아모델상 시상식’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인기가수상을 수상하러 무대 위에 오른 그의 얼굴은 안타까울 만큼 야위어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는 지난했던 투병 생활을 마감했다.

눈물의 입관식과 이어진 추모 물결
임윤택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울랄라컴퍼니 이유진 대표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병상 위 임윤택이 “꽂고 있던 호스도 스스로 뺄 정도로 무척 힘들어 했다”고 입원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임윤택이 입원한 건 사망 3일 전인 2월 8일. 임윤택은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가족, 울랄라세션 멤버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아내 이씨에게는 사망 전날 “리단 엄마, 너무 슬퍼 마라. 울지 마라”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세상을 뜨기 하루 전부터는 혼수상태에 빠져 더는 유언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임윤택의 멘토이자 결혼식 주례를 섰을 만큼 절친했던 소설가 이외수는 멤버들의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을 찾아 가족, 멤버들과 함께 임종을 지켰다.
임윤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누구보다 충격이 컸던 이는 아내 이혜림 씨. 이유진 대표는 “(입관식 때) 이혜림 씨가 울음을 터뜨리고 몇 번씩이나 혼절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이들도 눈물바다가 됐다. 멤버 중에는 특히 박승일의 충격이 컸다”라고 전했다.
헤어디자이너인 아내 이혜림 씨와 임윤택은 2011년 5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연인이 됐다. 이씨는 임윤택이 투병 중인 사실을 알았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승일은 임윤택과 고등학교 때 만나 2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온 절친 중 절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슈퍼스타K3’ 참가자들을 포함해 수많은 동료 연예인과 팬들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싸이는 공연 일정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중 2월 12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빈소를 찾아 유족과 멤버들을 위로했다. 싸이는 지난해 5월 발매된 울랄라세션의 첫 타이틀곡 ‘아름다운 밤’을 작사·작곡하며 임윤택과 인연을 맺었다. 조문을 마친 후 곧장 말레이시아 일정으로 출국한 싸이는 측근을 통해 장례식 비용 일체를 지불했다.
발인일인 14일 오전 7시 40분까지 공식 팬클럽 ‘울랄라센세이션’ 소속 팬들과 임윤택이 나온 서울예대 선후배들이 함께 빈소의 마지막 밤을 지새웠다. 새벽에는 서울예대 선후배들이 15분가량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매우 지친 상태였던 멤버들은 함께하지 못했으나 임윤택의 부모는 그들의 공연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 대표는 “임윤택은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신나게 웃고 떠들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선후배들이 마련한 무대였다고 밝혔다.

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故 임윤택의 열정&아내 이혜림 씨 애틋한 작별 인사

1 임윤택의 위패와 영정사진, 유골함을 든 행렬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파크 봉안당으로 향하고 있다. 2 비통해하는 울랄라세션 멤버 박광선(왼쪽), 김명훈(오른쪽). 3 임윤택의 어머니 송경자 씨가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4 비공개로 진행된 추모 의례. 그를 기리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故 임윤택의 열정&아내 이혜림 씨 애틋한 작별 인사

임윤택 부인 이혜림 씨가 작은 상자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이씨는 장지로 가던 중 트위터에 남편을 그리는 글을 올려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월 14일 오전 7시 40분. 그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위패를 들고 그의 매니저 겸 친구가 앞장서 빈소를 나섰다. 그 뒤를 박승일이 수척해진 얼굴로 영정을 들고 따라 나왔다. 영정 사진 속 임윤택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명훈·박광선·군조(이영진) 울랄라세션 멤버, 부모, 아내 이혜림 씨와 소속사 대표 이유진 씨, 가수 심은진·백승희, 배우 이형철, 그리고 함께 밤을 새운 고인의 친구와 팬들이 뒤를 따랐다.
임윤택의 장례식에 유난히 일반인 팬들이 많았던 건 그의 삶이 던진 메시지 때문이다. 불우했던 청소년 시절, 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그의 열정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그의 청소년기 절반은 춤이었고, 절반은 싸움이었다. 싸움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힘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는 가차 없이 응징했다. 그로인해 정학을 당하기도 했고, 두 번의 자퇴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춤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박승일의 제안으로 가창력을 겸비한 멤버를 영입해 미사리 무대에 올라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임윤택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팀은 리더의 부재로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팀원들을 다시 소집해 꿈을 이루려던 임윤택은 2011년 1월, 위암 4기 통보를 받는다. 멤버들은 그를 위해 다시금 뭉쳤다. 그 또한 독한 항암 치료에 쓰러지지 않고 멤버들과 함께 ‘슈퍼스타K3’에 도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열정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것이다.
임윤택은 2012년 7월 출간한 자서전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더 많은 이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거짓이라 매도한 악성 댓글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슈퍼스타K3’ 출연 당시부터 ‘암 투병은 거짓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2년 6월경 결국 주치의인 라선영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 과장)가 임윤택은 위암 4기이며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이라는 소견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조차 믿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보다 못한 친지들이 악성 댓글 유포자를 고소하라고 말했지만 임윤택은 “안티 팬도 팬이다”라며 오히려 감싸 안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악플 많이 쓰는 사람 중에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해오면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겠다. 직접 공연을 보고도 정이 안 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연락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암과 악성 댓글 모두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고자 한 것이다.

딸에게 자신의 일부 남기고 떠나
그의 유해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장례식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보안요원이 곳곳에서 돌발 상황을 대비해 통제했다. 이곳에서 이유진 대표를 다시 만나 공동 기자회견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임윤택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하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멤버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상태는 어떤가?
“입원했을 때부터 계속 함께 곁을 지켰는데, 장례식 3일째 오후부터는 실신 상태였다. 빈소에 마련된 객실에서 발인 전까지 잠시라도 쉬라고 억지로 들여보냈다. 박승일이 가장 지쳐 있었다.”

▼ 가족들은 좀 어떤가?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었지만 이번에도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 생각해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아내 혜림 씨도 이제는 좀 나아졌다. 알고 보니 임윤택 가족이 많지 않더라. 생전에 함께 일한 스태프들이 성심성의껏 열심히 도왔다. 그들에게 고맙다.”

▼ 고인이 딸 리단에게 남긴 말이 있나?
“임윤택이 병상에 있을 때 자신의 유골분 일부를 목걸이로 만들어 딸 리단이에게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갑자기 그렇게 갈 줄 몰라 잊고 있다가 급하게 주문했다. 화장하자마자 담아야 한다고 했다.”

말기 암도 꺾지 못했던 故 임윤택의 열정&아내 이혜림 씨 애틋한 작별 인사

강렬한 퍼포먼스와 가창력, 혼을 쏙 빼놓는 무대 장악력까지 고루 갖추고 2011년 ‘슈퍼스타K3’에서 당당히 우승한 울랄라세션. 방황하던 이들을 한데 모은 이는 다름 아닌 ‘임단장’ 임윤택이었다. 멤버들에게 임윤택은 사랑하는 형이자 구세주였다.



▼ 발인 행렬이 길었다. 어떤 사람들인가?
“50명은 가족과 멤버, 스태프들이고 나머지 50명은 함께 밤을 지새운 팬들이다. 함께한 이들이 정말 고마워 장지까지 같이 가자고 말했다. 장지로 곧장 오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 같은 소속사 연예인인 심은진 씨와 이형철 씨가 쭉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심은진이 선배 가수다 보니 임윤택이 그를 깍듯이 대하며 따랐다. 얼마 전 소속사 사람들과 함께 1박2일로 워크숍을 다녀오면서 친분이 더 돈독해졌다. 이번에도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줬다.”

▼ 고인이 그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암 환자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슈퍼스타K3’를 하면서도 꾸준히 소아암 환자들을 찾아 공연도 하고 힘도 불어넣어줬다. 이후에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홍보대사 형식으로 치료비 50%를 감면받고, 다른 환자들을 위한 강연과 공연을 했다. 우리도 모르게 치료비가 없어 전전긍긍한 환자들에게 기부도 했더라. 떠나기 전까지 받은 만큼 주고 간 셈이다.”

약 3시간의 화장 절차를 마친 뒤 그의 유해는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겨 장지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옮겨졌다. 날은 다소 추웠지만 하늘은 맑았다. 고인의 생전 표정처럼 햇살이 강렬히 빛났다. 이곳에는 가수 김현식과 듀스 김성재, 탤런트 박용하, ‘광화문 연가’의 작곡가 이영훈이 영면하고 있다. 작곡가 이영훈의 옆에 위치한 봉안당에 임시 안치한 뒤, 날이 따뜻해지는 3월에 봉안묘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봉안당에서의 추모 의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보라색 우주복을 입은 리단이는 할아버지 품에 안긴 채 아빠를 떠나보냈다.

“이젠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사람. 이토록 멋진 남자의 아내인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참 행복합니다. 우리 다시 만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제 곧 세상과 안녕이네. 내 품에서 떠나보낸다는 게 참 힘들지만. 하나님 품으로 보낼 생각하니까 안심이 돼요. 따뜻하고 평안한 곳에서 내가 있는 이 세상 내려다봐요. 너무 아팠던 당신.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기뻐. 잘 가요 내 사랑 리단 아빠.”
2013년 2월 14일 오후 12시 10분경 아내 이혜림 씨의 트위터 중

이혜림 씨는 장지로 가는 길에 이 두 개의 트윗을 남겼다. 남편을 묻었지만, 차마 두고 가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였을까. 멤버들과 임윤택의 부모가 추모 의례 후 곧장 봉안당을 빠져나왔으나 이씨가 보이지 않았다. 시아버지가 “리단아, 리단 엄마!” 하고 몇 차례 부른 뒤에야 긴 행렬 뒤에서 이씨가 고개 숙인 채 따라나섰다. 그 직후 가족들과 멤버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고 임윤택이 잠든 봉안당 앞에서 그가 ‘슈퍼스타K3’ 경연에서 부른 노래 ‘서쪽 하늘’의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해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라는 소절이 귓가에 맴돌았다.
임윤택은 1년 전 학교폭력 예방 강사로 임명돼 서울 강남구 단국공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일진 시절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던 그는 “지금 힘으로 군림하는 것보다 죽었을 때 친구 1백 명, 5백 명이 장례식장을 찾아와 슬퍼해주는 것이 폼 나고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 이야기를 직접 실천해 보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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