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게임 중독’인 것 같다. 적어도 부모들에게는 그렇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 청소년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46분인 반면, 핀란드 청소년은 10분에 그친다”는 통계 조사를 인용한 적이 있다. 기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역시 이 통계는 곧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2009년, 핀란드는 2000년 통계를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자료를 비교하면 한국과 핀란드 청소년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80분 정도로 비슷하다.
핀란드에는 아직 길을 걸으며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이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청소년은 없지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 필자 역시 게임 시간 문제로 아이들과 마찰이 잦다. 아이들이 게임에만 매달려 있게 할 수 없기에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서 게임 시간을 제한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때로는 게임 세계와 가상 전쟁이라도 선포하고 싶은 심경이다.
최근 이뤄진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부모 4명 중 3명은 원칙을 세워 아이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핀란드 부모들은 주로 컴퓨터를 자녀의 방이 아닌 부모가 감시할 수 있는 거실 등의 장소에 두거나, 인터넷 서핑 할 때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고 방문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명령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정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자녀를 인터넷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게임 중독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야외에서 더 많이 뛰어놀게 하거나 부모와 산책, 여행을 하는 등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가정도 많다.
핀란드 어린이들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80분 정도로 최근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핀란드 아동보호협회가 추천하는 인터넷 사용 시간은 1회 최대 1시간이다. 반드시 1시간 사용 후에는 휴식을 가질 것을 권한다. 1주일 중 인터넷 사용 요일을 정해서 어떤 날은 전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추천한다. 특히 어린 학생일수록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꼭 필요하며, 또 어린 아이가 처음으로 인터넷 세계에 입문할 때 보통 어른이 사용할 때 곁눈질로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는 부모가 어린이에게 올바른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주며 바른 첫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문제는 게임 중독만이 아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활동이 활발해지며 여러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왕따도 늘어나고 있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최악의 경우는 아동 성범죄자)에게 개인 정보가 유출돼 위험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자녀 페이스북 방문하고 소셜워크 감시, 가상 세계에도 부모가 필요하다
평상시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자녀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자유를 허용한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에 있어서 생각보다 엄격한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14세 중학생 딸을 둔 한 어머니는 TV 인터뷰에서 “딸의 페이스북을 자주 방문해 노출이 심하거나 야한 포즈로 찍은 사진, 혹은 신상이 노출될 정도로 정면 근접 촬영된 사진이 있는지, 댓글에 욕설은 달지 않았는지 혹은 달려 있지 않은지 등을 노심초사 살핀다”고 말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에 관한 한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가상 현실이 진짜 현실을 잠식해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상 현실 세계에서도 현실 세계처럼 부모가 필요하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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