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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eoul vs New York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푸드 칼럼니스트 미령·셰프 로랭 부부 맛을 탐하다

글·이미령, 로랭 달레 | 사진제공·REX

입력 2013.01.17 10:11:00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오랜만에 서울에 온 로랭과 나는 남동생 부부를 따라 대형 마트에 갔다. 월요일은 쇼핑객이 별로 없다는 동생 말에 퇴근 시간에 맞춰 갔는데 웬걸, 영등포에 있는 한 대형 마트의 주차장 입구에 차들이 뱀꼬리처럼 늘어서 있었다.
“이게 사람이 없는 거야?”라고 묻자 동생은 “이 정도면 준수한 거야. 주말에 와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야”라며 씩 웃었다. 지하주차장의 진입조차 힘들어서 우리는 건물 밖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마트로 들어갔다.
매장 안에는 물건을 산더미처럼 채운 카트를 바쁘게 끌고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해 어리바리하다가는 충돌 사고라도 날 것 같아 우리는 눈치 보기 바빴다. 빨리 사서 빨리 계산하고 빨리 집에 가겠다는 ‘빨리빨리족’들의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정다운 장터는 아니군” 하고 중얼대자 옆에 있던 로랭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뉴욕 퀸즈에 온 것 같아”라고 한다. 퀸즈에 한인타운이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마치 미국 내 한인타운을 연상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듣고 보니 이곳이 미국과 다른 점은 거대한 몸집의 미국인들이 어슬렁어슬렁 카트를 끌고 다니는 모습만 없을 뿐이었다.
대형 마트들, 특히 창고형 할인매장은 물건을 대량 묶음으로만 팔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산물, 육류 등을 구입하는 우리에게 적합한 쇼핑 장소가 아니다. 동생 부부는 손님 초대를 한다며 이것저것 잔뜩 장을 보았다. “여기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야 해서 두세 가족이 나누는 일도 많아. 누나도 살 거 있으면 같이 살까?”라는 동생의 권유에 우리는 구경이나 하겠다고 했다.

하루 종일 뭔가를 먹고 마시는 미국인들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미국의 대표적인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미국 전역에 4백50여 개 매장이 있다. 한국에는 8개가 있고 그중 서울에만 3개가 있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점은 하루 매출 13억원으로 전 세계 매장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식품이나 기본적인 일상용품조차 차를 타고 나가야 구입할 수 있는 미국에서 한꺼번에 일주일 치 이상 쇼핑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게다가 저렴하면서도 크고 양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창고형 할인매장은 구미에 딱 맞는 쇼핑 공간이다. 그러나 2010년 통계로 독신 가정이 4백만 가구를 넘어 전체의 25%에 가깝다는 한국에서 대형 할인매장이 북적거리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문제는 이런 매장에서 값싸고 푸짐하게 파는 가공식품들이 대부분 염분, 설탕, 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음식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은 젊은 나이에도 당뇨병, 심장병, 비만, 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세계에서 45위밖에 안 된다.
뉴욕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늘 일회용 컵이 들려 있고, 전철이든 길바닥이든 아무데서나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식사 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질 만큼 하루 종일 뭔가를 먹고 있다. 소프트 음료는 더운 날에만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아니다. 음료수 종류는 뭐가 그리 많은지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되는 자판기 안에 각양각색 음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소프트 음료는 설탕물에 지나지 않아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대형 사이즈 소프트 음료를 팔지 못하게 하는 규제안을 마련했으나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뉴요커들의 원성만 샀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뉴욕 거리의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먹기도 전에 엄청난 양에 질려버린다. 접시 안에는 정체 모를 사이드 디시들도 많고, 소스는 대부분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지다. 신선도가 의심되는 튀김 요리도 많다. 무슨 기름을 사용했는지 색도 시원찮고 후줄근하게 늘어져 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메뉴에 비슷한 맛이다. 서민들은 이런 질 낮은 음식을 먹으며 소프트 음료를 연거푸 리필해서 마신다. 그들의 한 끼 음식과 음료수의 열량이 얼마나 높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1 즐겁게 도넛을 먹는 아이들. 이런 간식들은 영양은 부족하고 열량만 높아 금방 배가 꺼진다. 2 3 햄버거에 감자튀김이 곁들여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러한 사이드 디시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져서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년 살 빼기 결심하지만 80%는 실패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많은 양의 음식과 슈퍼사이즈 소프트 음료를 즐기고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의 새해 소망(New Year’s Resolution)을 들어보면 해마다 비슷하다. 자주 1순위에 오르는 내용을 보자. “올해는 꼭 살을 빼 몸매와 건강 관리를 하겠다.” 물론 80% 이상 실패한다. 단번에 쉽게 살을 빼기 위해 수술대에 올라 복부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몇 개월 안에 보란 듯이 예전의 거대한 몸으로 돌아온다. 한번 뚱뚱해지면 살 빼기가 참 어렵다. 보통 의지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인들의 단골 결심이 되는 것이다. 올해에는 꼭 살을 빼겠다고!
미국의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각급 학교의 급식을 바꾸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학교 급식 메뉴에서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자나 감자튀김을 빼버리고 과일, 채소,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 등의 식품 배식을 늘리고 염분과 설탕 섭취량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식단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상·하원은 식품 회사, 육가공 회사, 피자 제조 업체 등의 치열한 로비 활동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먹을 자유를 달라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굴복해, 학교 급식 메뉴에서 피자나 감자튀김의 퇴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피자에 사용되는 토마토 반죽 등을 이유로 피자가 마치 ‘채소’처럼 대우받게 됐다. 그뿐 아니라 옥수수, 강낭콩 등의 녹말 채소(90% 이상 유전자 조작)도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나 냉동식품제조협회(AFFI)를 비롯한 각종 가공식품 회사, 곡물 생산 업자의 로비와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아무래도 대통령 부인이 꿈꾸는 ‘건강한 학교 급식’ 개혁이 실현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버클리대의 생물학자인 토드 도슨(Todd Dawson)은 평균 미국인들의 몸에 있는 탄소를 들여다보면 마치 다리가 달린 옥수수칩처럼 보인다고 풍자했다. 실제로 옥수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들은 수도 없다. 변성옥수수전분(modified starch), 옥수수전분(unmodified starch), 액상포도당,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 아스코르브산, 크리스털린프룩토오스(crystallinefructose), 젖산, MSG, 캐러멜 색 등등. 특히 보통 설탕보다 당도나 열량이 매우 높은 옥수수가공시럽(high-fructose syrup) 같은 첨가물은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사니 사람들이 더 많이 먹게 되는 거야.” 로랭은 남동생이 집어든 냉동 갈비를 카트에 함께 넣어주며 내게 말했다. “미국 사람들의 슈퍼사이즈 음식이 한국 식탁 위에 등장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어.” 그러면서 로랭은 자신의 머리 크기 세 배쯤 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통을 가리키며 그걸 사달라고 떼쓰는 남자아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게다가 하루 종일 스낵킹(스낵이나 간식을 섭취하는 것) 하는 미국 사람들처럼 한국 어린이들이 간식이나 군것질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조한나 기억나지?”
조한나는 우리가 운영하는 케이터링 서비스 회사 르 셰프 블루의 고객으로, 요리사를 상주시킬 만큼 큰 부자는 아니지만 가끔 디너파티나 칵테일파티 때 우리에게 자주 의뢰했다. 그녀가 요구하는 식자재와 음식들은 매우 까다로워서 특별히 신경 써서 메뉴를 준비해주곤 했다. 어느 날 조한나가 로랭에게 일주일에 두 번 저녁 식사를 미리 준비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디너파티는 아니지만 저녁 식사를 만들어 보관했다가 데워 먹겠다는 것이었다. 로랭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단골 고객이라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음식을 준비할 때 설탕이나 염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하고, 버터나 기름도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세요. 우리는 건강에 대단히 신경 쓰고 있거든요.”
조한나는 이렇게 로랭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조한나가 떠올랐을까.
“기억나고 말고. 우리에게 염분, 설탕 어쩌고 하더니 어린 자녀들 점심으로 반가공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라고 했잖아. 게다가 아이싱이 잔뜩 발린 커다란 도넛을 마음껏 먹도록 내버려두었지?”
로랭이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러 조한나의 집에 들렀을 때 마침 아이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설탕, 염분, 지방을 질색하던 그녀가 정작 아이들에게는 정크푸드를 잔뜩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로랭은 그날 아이들이 늘 비실비실하고 피곤해하는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설탕과 염분만 잔뜩 먹고, 좋은 단백질이나 칼슘, 비타민 섭취는 턱없이 부족했던 거야. 영양소별 섭취에 불균형이 생기면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으로 대신해.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사 한 번이면 될 것을. 그 집에 얼마나 간식이 많은지 알지? 창고 전체에 아예 쌓아놓고 먹게 하잖아.”
로랭의 말대로 조한나의 아이들은 물론 많은 미국 아이들이 식탁이 아닌 응접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스낵 같은 것을 끊임없이 먹거나, 출출하면 아무 때나 반가공식품들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포크만 가져다가 플라스틱 포장지째로 먹는다. 영양은 부족하고 열량만 높으니 금방 배가 꺼진다. 그러니 TV를 보다 햄버거나 핫도그,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 광고를 보면 또 먹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없다.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1 카트가 넘치도록 장을 보는 미국인들. 2 대형 마트에서 파는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 3 4 뉴요커들의 손에는 늘 먹을거리가 들려 있고, 시도 때도 없이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공식품 천국이 되고 있는 한국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 널려 있는 식품들을 보라. 합성향료, 인공조미료, 감미료, 방부제, 이름도 모르는 화학첨가물들이 잔뜩 들어 있는 음식들. 엄밀히 따져 음식이 아닌 음식들도 많다. 한국에서 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첨가물만 6백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언젠가 ‘첨가물들이 한 가지 식품에만 있는 게 아니어서, 기준치 이하로 섭취해도 체내에 조금씩 쌓여 연간 식품 첨가물 섭취량이 자기 몸무게 정도의 양이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난 4월 영국 데일리메일에 실린 스페인 라스팔마스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런 인공적인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1%나 더 높다고 한다.
정직하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재배된 신선한 재료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드는 음식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그런 ‘정직한’ 음식들을 섭취하면 대부분의 보조 영양제는 필요 없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Let food be thy medicine(음식이 약이다).” 같은 의미로 한국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한다.
“20년도 안 돼서 한국인도 미국인들처럼 뚱뚱해지겠다.”
로랭이 마트를 나오면서 내게 말했다.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뉴욕에서 흔히 보았던 비만 환자들을 아직 서울 거리에서 만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소망 1순위로 ‘살 빼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푸드 칼럼니스트 이미령, 셰프 로랭 달레는…

뉴요커 새해 소망 1순위는 살 빼기


로랭 달레는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 출신으로 파리 에콜 데 카드르, 시티 오브 런던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뉴욕에 오기 전까지 프랑스 르노사와 브이그 텔레콤에서 일했다. 마흔 살이 되기 전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러 2007년 2월 말 뉴욕으로 가 맨해튼 소재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조리를 배우고 뉴욕 주재 프랑스 영사관 수 셰프로 근무하다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미령은 연세대 음대,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뮤직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브이그사에서 국제로밍 및 마케팅 지역 담당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Le Chef Bleu Catering을 경영하고 각종 매체에 음식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런던 유학 중 만나 결혼했다. 저서로는 ‘파리의 사랑 뉴욕의 열정’이 있다. mleedallet@yahoo.fr

여성동아 2013년 1월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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