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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With specialist | 김선영의 TV 읽기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고령화 시대의 사랑법

글·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사진제공·JTBC

입력 2013.01.09 10:51:00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고령화 시대의 사랑법

1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는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잇는 김수현표 가족 드라마다. 2 결혼 60년 차 호식, 금실 부부와 첫째 아들 희재와 아내 지애의 단란한 한때. 3 희재, 희명, 희규 삼형제는 각기 다른 중년의 사랑 방식을 보여준다.



김수현 작가도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어떤 젊은 작가보다 왕성한 현역이다. 재밌는 것은 그녀의 주인공들도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동시에 점점 회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가족극을 보면 ‘육십청춘’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60대 주부의 자아 찾기,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60대 재혼 부부의 생의 찬미가 그려졌다.
작가의 이런 변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대 수명 1백 세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노년기는 더 이상 황혼기가 아니라 제2의 청춘기로 간주된다. KBS ‘남자의 자격’이 실버 합창단 이름을 ‘청춘’이라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김수현의 최신작 ‘무자식 상팔자’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중노년층 부부 이혼율이 해마다 상승하는 현실에서 그들 사랑의 가치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즉 ‘무자식 상팔자’는 고령화 시대 중노년 부부의 사랑법을 그린 드라마다. 첫 회 시작부터가 80대 호식(이순재)과 금실(서우림) 부부의 일상이다. 호식의 습관적 잔소리를 유하게 받아넘겨주던 금실이 가끔 폭발할 때 남편은 한발 물러나 아내를 토닥여준다. 결혼 60년 차에도 아이들처럼 투닥거리다 금세 화해하는 그들 모습은 노년기 부부의 활기와 연륜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다 본격적으로 중노년 부부 사랑법이 드러나는 것은 호식의 세 아들 부부를 통해서다. 장남 희재(유동근)와 지애(김해숙), 차남 희명(송승환)과 유정(임예진), 막내 희규(윤다훈)와 새롬(견미리)이 그 주인공. 희재와 지애는 은퇴 뒤 삶이 안정기에 들어선 60대, 희명과 유정은 이제 막 퇴직한 50대 후반, 그리고 희규와 새롬은 쉰을 전후한 한창 나이다.
이들 부부의 각기 다른 사랑 방식에서 작가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대화법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부 싸움이 심화되는 원인 1위가 ‘배우자 말투’로 꼽혔듯이 화법은 부부간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혼 체인지 판타지를 통해 부부간 소통을 강조하던 ‘울랄라 부부’에서도 오죽하면 “남편 바람피우는 것보다 무시하는 말투”가 더 싫다고 했겠는가. 말투의 힘은 그만큼 강력하다.
‘무자식 상팔자’에서 제일 사이 나쁜 부부 희명과 유정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들의 갈등은 퇴직 우울증에 걸린 희명과 자린고비 유정의 성격 차 때문인 듯 보였다. 그러나 협의이혼을 앞두고 진심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밝혀진 사실은 좀 달랐다. 제일 큰 문제는 서로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비아냥 투’였던 것이다. 결국 둘은 ‘서로 좋은 말 하기로 노력하자’는 데 협의하고 화해한다.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신혼부부의 말투를 그대로 따르는 희규와 새롬의 ‘달달 화법’. 서로를 ‘베이비’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건 기본, 늘 ‘우리 자기 최고’라는 예찬을 늘어놓고 수시로 입을 맞추는 등 스킨십에 밀착한 화법이다. 가끔 철없고 가벼워 보여도 그 모습이 실은 불임의 슬픔을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애교도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법. ‘닭살’ 알레르기 부부들이 가장 본받을 만한 방식은 바로 희재와 지애 부부의 ‘공감 화법’이다. 이들은 대화할 때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늘 서로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 ‘공감 화법’은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나타난다.
결국 이 작품의 중노년 부부 사랑법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희재의 다음 고백에 잘 드러나 있다. “당신이 좋고, 정답고,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난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아. 우리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라 숙성되는 거야. 발효하는 거야.” 피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공감의 사랑법. 이것은 긴 세월의 희로애락을 함께 공유한 이들이 터득할 수 있는 체험의 지혜일 것이다.
긴 세월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그런 ‘숙성된 사랑’의 핵심이라는 것을 노작가는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 말하고 있다.

여성동아 2013년 1월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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