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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글·구희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13. 01. 04

중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하이. 그러나 막상 가보면 안내책자에 나오는 뻔한 곳만 둘러보고 오기 일쑤다. 상하이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주말의 짧은 일정에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상하이의 숨은 명소를 돌아봤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명·청 시대풍으로 조성된 위위안 상설시장의 화려한 건물들.



긴 휴가를 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도 주말을 이용해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중국 상하이다. 효율적으로 상하이의 숨은 명소를 즐길 수 있는 알찬 일정을 준비했다. 동선은 짧게, 볼거리는 넉넉하게. 우리가 몰랐던 상하이의 매력적인 모습을 만나보자.
서울 김포공항에서 중국 상하이 훙차오(虹橋) 국제공항까지의 평균 비행 시간은 1시간 40분. 1999년 10월 개항한 푸둥(浦東) 국제공항이 신공항, 훙차오는 구공항으로 불린다. 훙차오 국제공항은 상하이 시내로부터 남서쪽으로 13km, 푸둥 국제공항으로부터는 약 40km 떨어져 있다. 중국과 한국의 시차는 1시간이니, 공항에 내리자마자 시곗바늘을 1시간 전으로 돌리자. 스마트폰이 있다면 자동 로밍돼 현지 시각에 맞춰진다.
숙소는 상하이 화이하이루(淮海路)에 위치한 신진장호텔(新錦江大酒店)로 정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하이를 방문할 때 묵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주요 관광지와도 인접해 숙소를 거점으로 잡고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호텔 로비 벽면에는 유명 인사들의 사인보드가 걸려 있다.

중국 같지 않은 중국, 상하이를 만나다
이제 짐을 풀고 몸을 가볍게 해서 거리로 나서 상하이를 즐겨보자. 도보로 20여 분 거리에 산책하기 좋은 쓰난루(思南路)가 있다. 1900년대 초 서양식 고급 빌라가 들어서며 외국인을 비롯해 상하이 정부 관료들과 유명 인사들이 모여 산 동네다. 한적한 주택가로 가로수와 함께 고풍스러운 유럽식 주택이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중국이지만 중국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2010년 쓰난공관(思南公館)을 새롭게 정비하며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상하이의 명소 신톈티(新天地) 못지않은 ‘제2의 신톈티’로 떠오르는 곳이다. 아직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이곳에 쑨원(孫文, 孫中山)의 고택이 있다. 그가 상하이에서 활동할 당시 살았던 집이다. 입구에 있는 동상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삼민주의를 기초로 한 혁명가이자 정치가였던 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그가 일하고 아내와 담소를 나누던 공간, 잠을 잤던 공간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1968년 우리 정부가 그에게 임시정부를 지원한 공으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맞은편에는 중국인이 존경하는 정치가이자 중국 공산당의 창당 멤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살던 붉은 벽돌집이 있다.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과 동시대를 살며 27년간 총리직을 역임했는데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한가로이 산책하며 중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니 슬슬 출출해진다. 점심은 상하이미술관 5층의 식당 ‘캐서린스 5(Kathleen’s 5)’로 정했다. 상하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서양식 식사와 주류를 판매한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가볍게 맥주 한잔과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제격이다.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허기도 채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킬 차례. 다음에 갈 곳은 패션의 거리 쥐루루(巨鹿路)와 창러루(長樂路)다. 상하이 젊은이들의 핫한 쇼핑 거리이자 동서양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거리다. 명품 브랜드 외에도 젊은 디자이너 가게나 액세서리 전문점 등 아기자기한 가게가 가득해 굳이 뭔가를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한국의 삼청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느낌을 준다.
온종일 걷느라 지친 발과 다리에 호사를 누리게 해줄 차례. 발 마사지로 여독을 풀고 근육을 이완시키자. 저녁은 베이징의 이허위안(和園)과 함께 중국의 대표 정원으로 손꼽히는 위위안(豫園)에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난샹만터우뎬(南翔饅頭店)은 현지 사람들도 줄 서서 먹는 만두집으로 유명하다. 전통 상품과 기념품을 파는 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곡교가 있는 연못 한복판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부도 방문한 찻집 후신팅(湖心亭)이 있다. 신년이면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한 해를 맞이한다고.
상하이의 최고 명소 와이탄(外灘)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조명이 켜지면 더욱 화려함을 자랑한다. 이곳의 야경을 보고 나면 웬만한 나라의 야경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듯.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유람선과 468m의 거대한 동팡밍주(東方明珠), 샹그리라호텔, 88층 하얏트호텔, SWFC 등의 건물 조명이 상하이인의 젖줄로 불리는 황푸강(黃浦江)에 반사된 모습이 장관이다. 단, 야경은 밤 10시까지만 볼 수 있다. 이후에는 전원이 차단된다.
반대편에는 역사가 오랜 금융 거리가 조성돼 있다. 월가의 ‘황소’와 같은 작품이 이곳에도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야말로 상하이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인 셈이다. 아름다운 상하이의 모던한 밤을 즐기며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잡스러운 생각은 사라지고 편안함과 여행의 기쁨만이 남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고급 빌라와 레스토랑, 카페가 모여 있는 쓰난루.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1 쥐루루와 창러루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쇼핑 거리다. 2 3 상하이 시내 IFC몰. 규모와 입점된 명품 브랜드가 상당하다.





상하이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면 이동을 조금 서두르자. 현지인의 일상을 살펴볼 좋은 기회다. 루쉰 공원(魯迅公園)은 20세기 초 외세의 침략과 근대화의 혼란 속에서 중국 근대 사상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작가 루쉰을 기념하는 곳이다. 옛 이름은 훙커우 공원(虹口公園). 내부에 자리한 커다란 호수에서 배도 탈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춤을 추거나 태극권을 연마하고, 경극을 선보이며 노래를 부르는 등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상하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붓으로 물을 찍어 바닥에 글을 쓰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데, 이런 행동들도 운동의 일환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인 걸 알아보고 한국어로 글씨를 쓰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공원은 윤봉길 의사가 물병 폭탄을 투척한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공원 안에 그를 기리는 매정(梅亭)이라는 기념관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1 와이탄의 화려한 야경. 2 3 4 와이탄에서 역사가 오래된 금융 거리. 월가의 황소 동상도 만날 수 있다.



이제 뚜어룬루(多倫路) 문화명인거리로 가보자. 한국의 인사동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조계지 시절 조성된 거리로, 실제 상하이 시가 관광지로 만들어 보존하기 위해 서울의 인사동을 모델로 삼아 복구했다. 루쉰 공원에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천천히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다. 루쉰과 지식인들이 모여 거닐던 거리로, 이들이 모였던 집과 다방 등이 보존돼 있다. 관광객들이 북적대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사람에 치이는 여행이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공간이 예쁘게 조성돼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치파오 같은 전통 복식 차림으로 웨딩 사진 촬영을 하는 현지인 부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다가 가깝다 보니 상하이는 해산물 맛보기에도 그만이다. 어패류와 채소가 가득한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자. 매콤한 쓰촨 요리와 달리 달콤짭짜름하게 조리된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상하이의 예술 거리인 종합예술단지 모간산루(莫幹山路) M50을 만나볼 차례. 예술 작품 보는 걸 좋아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코스다. 본디 방직 공장이 있던 곳을 예술단지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신톈티 남부의 타이캉루(泰康路)와 함께 상하이의 문화예술지대로 손꼽히는 곳인데, 독특한 갤러리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늘어선 분위기가 닮았다. 건물 구석구석 열린 갤러리에서 신진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원하는 작품은 살 수도 있다.
골동품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면 둥타이루(東台路) 골동품 시장에 들르자. 단, 처음에 상인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물건을 사면 ‘바가지’를 면치 못한다. 계산기와 손짓 발짓으로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쁜 디자인 가구와 생활소품 쇼핑을 하고 싶다면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IKEA) 매장이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없는 게 없어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냥 구경하러 들어갔다가도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름신’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가족단위로 와서 생활용품을 수레 가득 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도 많고, 매장 규모도 워낙 크다 보니 계산할 때 20~30분씩 걸리는 것이 단점. 물건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만만디’ 정신으로 느긋하게 기다리자.
종일 걸어다녔으니 이번에는 유람선을 타고 상하이를 둘러보자. 쑤저우허(蘇州河) 인근은 10여 년 전부터 취수하고 개발을 해온 곳으로, 집값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환경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개발되기 전 방문했던 사람들은 발전된 상하이의 모습에 매우 놀란다고. 유람선은 편도와 왕복을 선택할 수 있다. 편도로는 40분 정도 걸린다.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서커스를 보면서 마무리하자. 상하이에는 서커스를 하는 극장이 여러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ERA 퍼포먼스팀의 마시청(馬戱城) 서커스는 미리 표를 사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매일 저녁 7시 30분에 공연한다. 단순히 기예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추구해서 더욱 인기가 있다.
즉석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밴드가 곡을 연주하는 등 생동감을 더한다. 음악과 조명, 영상만으로도 스토리 이해가 가능하니 중국어를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 명의 남녀가 안전장치 없이 실크 리본에 몸을 맡기고 공중에서 회전하며 선보이는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일품이다. 둥근 원통에 오토바이 8대가 들어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아찔하고 환상적인 마지막 무대를 놓치지 말자.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어제와 오늘이 다른 중국 상하이 두 발로 찾아낸 숨은 명소


1 2 3 루쉰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4 루쉰 공원 내 윤봉길 의사 기념관.
5 상하이 시내. ‘아이 러브 상하이’라고 쓰인 의류 브랜드 간판이 보인다.
6 둥타이루 골동품 시장.
7 상하이 미술관.
8 모간산루 M50은 예술을 사랑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
9 골동품 시장에서 흥정의 재미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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