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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조영남 조수미 손숙…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2.12.04 17:56:00

무관심, 치기, 부주의한 말 한마디, 너무 바빠서 혹은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놓쳐버린 것들이 이후의 삶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는 것을 경험하며 종종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물들이 허물을 벗을 때마다 성장하는 것처럼 인간도 역시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성숙한다. 명사들의 오늘을 있게 한 후회담을 엮어봤다.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1. 이혼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사람들이 나를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부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울컥하면서 무너진다. 조영남이라는 인간이 가정을 박차고 나와 자유를 얻었는가? 결코 아니다. 내가 즐겨 입고 다니는 군용 점퍼의 상의 주머니에 새긴 ‘628723’이라는 숫자는 내 두 아들의 생일이다. 6월 28일과 7월 23일.
가정 문제를 엉망으로 만든 것, 이것이야말로 내 삶에서 유일하게 후회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윤여정 씨와의 이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하여, 나는 지금 천벌을 받고 있다. 평생을 이혼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궁상맞게 살고 있다. 더군다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그 당시 가정을 박차고 나온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내가 지금 아무리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한다고 해도 씻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까지 저버릴 정도로 그 당시 내 사랑은 그리 절절하지 않았다. 용서를 빌고 다시 가정을 지키겠다는 맹약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나의 치기와 자만이 너무 컸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다시 꾸린 가정조차 나는 지키지 못했다. 그 역시 나의 이기심과 만용이 만든 결과였다.
이혼을 꿈꾸고 있는가? 내게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가수 조영남

2. 아버지의 건강검진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어느 날 아버지께서 “요즘 뒷골이 자주 땅기고 가끔 어지러운데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하셨을 때, 집에 있던 실습용 혈압계로 혈압을 재고는 “혈압은 괜찮은데 너무 무리하시니까 그렇죠. 야근도 잦고”라고 대답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는 경비와 잠복근무에 동원되는 날이 많았고 가끔 그렇게 두통과 피곤을 호소하셨기 때문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아버지는 늘 든든한 바위 같은 분이셨기에 나는 당시 의대생이었음에도 아버지가 편찮으실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뇌 깊숙이 생긴 지주막하 출혈이었다.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당시로서는 수술이나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중환자실에 보호자로 있는 내내 견딜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하셨을 때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았던 소홀함을 후회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 후 26년의 세월 동안 매년 아버지의 기일이나 추석이 되면 뼛속 깊이 시리고 시린 후회가 되살아난다.
의사·경제평론가 박경철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3. 스물한 살의 결혼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나는 스물한 살, 대학 3학년 때 결혼했다. 오직 사랑 하나만 붙들고 친정엄마의 반대에 꿋꿋하게 맞섰다. 하지만 결혼은 낙원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 남자도 몹시 힘들고 지쳐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경제적 문제가 사랑 따위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나는 아름답고 우아한 현모양처를 꿈꿨지만 현실은 나를 자주 악처로 만들었다.
결혼은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다음, 그 나이에 할 일들을 어느 정도 이룬 다음,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 말고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남자 만나서, 인생을 걸 만큼 큰 기대 하지 말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연극배우 손숙

4.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살면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2006년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가족들은 ‘청중과의 약속이다. 공연을 마쳐야 한다’며 귀국을 말렸다. 결국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바꿔 공연을 강행했다. 노래를 부르는지도 의식 못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져 간신히 공연을 마치고 아버지께 달려갔지만 죄송함과 슬픔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음악 이외의 다른 부분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삼라만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문학이나 미술 작품들과 같은 예술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더라면 내 음악세계는 더 풍부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성악가 조수미

5.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알았더라면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출연작 중 영화 외적으로 후회막급인 작품은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다. 극 중 대통령 역을 맡은 나는 3개월 동안 피아노 연습을 하고 개인지도도 받았다. 당시 나는 악보를 볼 줄 몰랐다. 워낙 기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악기든 하나라도 스스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나 취미 생활을 위해서 등등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껏 익히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영화배우 안성기

6. 그녀에게 말 걸지 못한 것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열일곱 살 때 순도 100% 사랑의 대상인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이 사는 집 대문 앞을 수백 번 왔다 갔다 하면서도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3년 후 독서실에서 여학생과 재회했지만 말을 걸기는커녕 제대로 눈길 한 번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 환갑 나이에 이르러서도 그때 그 순간을 되새기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후회가 된다. 어떻게 보면 내 삶은 그 어이없는 후회를 만회하기 위한 질주였는지도 모른다.
극작가·연출가 이윤택

참고도서 |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위즈덤경향)

여성동아 2012년 12월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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