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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교육 철학 담은 아름다운 학교

글 ·사진 | 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입력 2012.12.03 17:35:00

핀란드의 교육 철학 담은 아름다운 학교


요즘 세계 교육계 관계자들은 핀란드를 방문할 때, ‘교육 성지 순례’를 왔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만큼 핀란드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일생에 꼭 한 번은 방문하고 싶은, 그리고 방문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교육 성지 순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물론 실제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다. 필자도 최근 통역을 위해 한국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핀란드 학교를 여러 번 방문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핀란드는 원래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나라기 때문에 학교 시설이 대체로 훌륭하다. 하지만 중류층 이하,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의 학교일수록 시설과 환경이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를 방문할 때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이 학교가 사립인가요?” 물론 핀란드에서는 99%가 공립학교이므로 여기서 답은 ‘공립학교’다. 오늘은 지금까지 방문했던 많은 학교 중 특히 시설이 훌륭하고 아름다웠던 키르코야르벤 종합학교(초·중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학교는 헬싱키 인근 에스포 시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다. 학교 건물은 2011년 국제건축상(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이 수여하는 ‘최고 글로벌 디자인 상’도 수상했다.
교장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책상이었다. 책상은 위로 뚜껑을 여닫을 수 있어 사물함처럼 아이들의 물품을 보관할 수 있고, 수업 과목에 따라서 책상의 경사도가 자유자재로 조절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책상 문을 꽝 닫을 때 아이들 손이 다치지 않게 뚜껑과 본체가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장치도 설치해놓은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핀란드의 교육 철학 담은 아름다운 학교

1 2 키르코야르벤 학교의 외관과 학생 휴게실. 3 가난한 지역일수록 학교 건축물과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배려는 핀란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보이지 않는 자양분이 된다.



가난한 아이들일수록 아름다움 음미할 기회를 줘야
음악실에는 피아노 외에 드럼, 기타, 전자 기타 등 실용 음악 악기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거의 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가르치는데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이어 방문한 미술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하고, 빛을 차단하거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창이었다.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가마와 사진 현상을 할 수 있는 암실도 마련돼 있었다.
과학실에는 뜻밖에도 낚싯대가 있었다. 아이들은 생물 시간에 학교 옆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연구를 하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 먹기도 한다고 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 학생들이 과학 과목에 강한 이유가 이론 위주가 아닌 실생활과 연결시켜 공부하기 때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 위치한 식당은 많은 학생이 모이는 곳인 만큼 조용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소음 방지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비록 단체 생활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최대한 안정된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였다.
시설을 다 돌아볼 즈음 방문객들은 교장실로 안내됐다. 첨단 시설을 완비한 교실과 달리 교장실은 좁은 공간에 소파도 없이 책상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권위는 근사한 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주는 모습에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조언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대화에서 교장 선생님은 또 한 번 감동을 안겨주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집이나 주변에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만이라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을 음미하고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여성동아 2012년 12월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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