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arta 자카르타
제가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간다고 하자 지인들 대부분이 발리나 롬복 등 유명 휴양지를 언급하더라고요. 고급 리조트들과 깔끔하게 정비된 거리,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도네시아 관광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니까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혹은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 섬 일대를 여행했다는 이들은 만나본 적이 없어요. 발리를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정도가 고작이죠.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카르타와 그 주변의 도시들은 볼거리가 가득해 요즘 가족 여행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답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길게 퍼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예요. 보르네오, 수마트라, 자바 섬 등이 대표적인 큰 섬으로, 적도 부근에 위치해 완전한 열대성 기후를 가지죠. 연중 25~27℃의 높은 기온을 유지하면서 건기(5~9월), 우기(11~3월) 구별이 뚜렷한데, 제가 인도네시아로 떠난 10월은 우기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무더우면서 비가 하루 한두 차례 잠깐씩 내리는 날씨였어요.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시내 거리를 보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이곳의 민족 구성이 다양하다는 거였어요. 이주해온 중국인들을 비롯해 인도인, 아랍인, 유럽인 및 그들의 혼혈 인종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종교 또한 자유로워서 종교에 따라 제각각인 사람들의 옷차림과 도심 곳곳에 위치한 사원들이 도시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고 있어요.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인 이스띠끌랄 사원 맞은편으로 유서 깊은 고딕 양식이 돋보이는 가톨릭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광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죠.
인도네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전 네덜란드령 동인도로 지배되다 1956년 독립국이 된 나라예요. 이 때문에 자카르타에는 서울 용산처럼 전쟁기념관, 독립기념관, 역사박물관 등이 모여 있죠. 특히 자카르타 중심부 땀린 가에 위치한 메르데카 스퀘어(자유의 광장)에는 이곳의 랜드마크인 독립기념탑 모나스가 위용을 자랑해요. 모나스는 137m 높이의 탑으로 자카르타 시내 어디에서도 탑 꼭대기의 34kg 금으로 도금했다는 봉화를 볼 수 있답니다. 모나스 하층부 지하에는 기도하는 공간과 역사박물관이 있고, 상층부에는 전망대가 있어 내부의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자카르타 시내는 물론 멀리 바다까지 볼 수 있다고 해요. 광장은 우리나라 월드컵공원만큼 넓어서 현지인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하더라고요.
1 2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도심 전경.
3 6 자바 섬 외에 다른 섬들의 전통 가옥 및 생활양식을 체험할 수 있는 따만 미니 민속촌. 소뿔처럼 솟은 지붕은 수마트라 섬의 전통 가옥이다.
4 5 안쫄 유원지 내에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씨푸드 식당이 있어, 갓잡은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7 저녁이 되면 자카르타의 중심부에 위치한 모나스가 더욱 빛을 발한다.
자카르타 근교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민속촌 따만 미니를 방문하기 위해 차를 타고 달리면서 자카르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에는 지하철이 없고 우리나라의 버스 중앙 차로 같은 버스웨이가 발달해 있어요. 시민들 대부분이 버스를 이용하고 버스 외에는 오젝(오토바이), 오젝을 개조해 만든 바자이, 자전거,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베짝(삼륜차) 등을 이용한다고 해요. 도로를 달리다 보면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차들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빈번해 깜짝깜짝 놀랐어요. 중앙선이나 신호등이 따로 없어 굉장히 혼잡하더라고요. 하지만 운전자, 보행자 모두 사고도 내지 않고 요리조리 잘 다니는 게 신기했답니다.
따만 미니 민속촌은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아름답게 조성해놓은 테마파크로 자카르타 최고의 관광 명소로 꼽혀요. 보르네오, 수마트라, 발리 등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지역의 특색 있는 가옥을 조성해놓고,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종족의 의식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해둔 곳이죠. 식물원, 새 공원, 수족관 등은 물론 놀이 시설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온 가족이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1천3백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겠다 싶어요.
민속촌을 둘러보고 향한 곳은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대규모 해양 위락단지 안쫄 유원지였어요. 안쫄 해변을 따라 놀이동산, 수족관, 요트장, 골프장, 볼링장, 수영장, 낚시터, 자동차극장 등 각종 오락 시설이 들어서 사시사철 나들이 인파가 붐비는 곳이라고 해요. 해변은 마치 부산 해운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었는데, 바람이 별로 없고 파도가 낮아 물놀이나 낚시를 즐기기 더 없이 좋겠더라고요.
◆ 자카르타 둘러볼 만한 곳
이스띠끌랄 사원 독립, 해방을 뜻하는 이스띠끌랄 사원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다. 테라스까지 활용하면 한꺼번에 10만 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50분이면 무슬림 남성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뿐짝 해발 1000m에 위치한 고산 지대 사파리 공원 지역. 87ha에 걸쳐 1만5천여 종의 열대 식물을 볼 수 있는 거대한 보고르 식물원과 에메랄드 빛 잔잔한 푸른 바다와 백사장으로 유명한 풀라우 스리부 등이 위치해 있다.
잘란수라바야 100m 가량의 길 전체가 골동품 및 공예품 가게들로 들어차 있는 거리. 전통 탈, 그릇, 인형, 장신구, 악기, 조명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에 50~60%는 깎아야 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라고.
1 보로부두르 사원을 상공에서 내려다 본 모습.
2 3 6 총 10층으로 돼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불상과 석가모니의 생애 및 가르침을 기록한 부조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4 5 우리나라의 황학동, 인사동 골목을 연상시키는 잘란수라바야 거리.
Yogjakarta 족자카르타
자바 섬 중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나 발리에서 비행기로 50분, 급행열차로 7~8시간 걸리는 곳이에요.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느낌으로 자바 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곳이죠. 자카르타에서 자주 눈에 띄던 고층 빌딩들도 거의 없고,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정감이 넘치더군요. 4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수도였던 터라 대통령 궁이 남아 있고, 30개가 넘는 대학이 위치해 있어요. 현지 60만 인구 가운데 40%가 학생일 정도로 교육 도시로 알려져 있는 곳이랍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가이드가 7명뿐이라는데 그만큼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원들과 인형극, 전통 무용, 바틱, 은세공 등 볼거리가 넘쳐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어요.
족자카르타 여행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세계 최대 불교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어요. 보로부두르란 산스크리트어로 ‘언덕 위의 승방(절)’을 뜻하는데 예배 드리는 신전이라기보다 깨달음을 얻는 교육의 장이라고 해요. 정방형의 6층 기단과 3층의 원형 기단을 따라 탑의 각 층에는 부처의 동상을 모셔놓은 총 72개의 스투파가 있고, 탑의 벽면에는 석가모니의 생애와 가르침이 부조로 새겨져 있어요. 근처에 있는 머라삐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무너진 후 복원을 했지만 비가 많이 와 다시 무너지면서 안타깝게도 많이 훼손됐더군요.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10년간의 복원을 거쳐 현재 모습을 갖추긴 했지만 이가 빠진 부조들과 머리 없는 부처상들이 눈에 띄었어요. 사원은 총 4km 거리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6시간 정도 걸려요. 탑의 최정상에 오르면 보살이 열반에 이르기 위해 통과해야 할 10단계를 일컫는 만다라 구조를 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7바퀴를 돌면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걸었답니다.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마거랑 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 입장하기 전에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의복인 바틱을 허리에 둘러야 해요.
바틱은 파라핀을 이용해 기하학적 무늬나 그림을 그려 염색하는 전통 염색 기법이에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그중 인도네시아 바틱은 세계 무형 문화재로 지정돼 있죠.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바틱으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사원을 떠나 바틱 공장들이 모여 있는 마을로 이동해 바틱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바틱은 면이나 실크에 손으로 모양을 그리거나 스탬프로 찍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져요. 세련된 모양을 완성한 것은 13세기 말경으로 당시에는 왕궁 귀부인들의 수예 활동에 지나지 않았지만, 16세기 말부터는 서민층으로 확산돼 다양한 의복과 실내 장식품에 사용되며 현재의 바틱이 완성됐다고 해요. 색깔과 문양은 비슷하지만 모두 수작업이어서 6개 이상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없고, 바틱은 양면 모두 무늬가 있는 것이 진품이랍니다.
족자카르타에서 바틱만큼 유명한 것은 은세공품이에요.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꼬따그데 지역은 은세공 공방이 모여 있는 마을로 족자카르타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은세공품이 이곳에서 만들어져요. 바틱과 마찬가지로 마을 공방에서 은세공 작업 과정을 구경할 수 있고, 완성된 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죠.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얇은 코일 형태의 은을 휘감고 붙이며, 각종 액세서리는 물론 배, 피아노, 집 등 입체적인 장식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사원과 바틱, 은세공 공방을 모두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는 야외 극장에서 열리는 전통 무용극 ‘라마야나’를 관람했어요.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인 가믈란 가락에 맞춰 화려한 힌두 고유 의상을 입고 춤을 추던 무용수들의 섬세하고 우아한 몸놀림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 족자카르타 그외 둘러볼 만한 곳
말리오보로 거리 뚜구 기차역 입구에서 술탄 왕궁인 끄라똔까지 2km 정도 이어진 길로 족자카르타의 번화가다. 골목마다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고 자카르타 전통 물품을 볼 수 있는 재래시장도 있다. 전통 교통수단인 베짝을 타면 베짝 몰이꾼이 가이드 노릇을 하며 말리오보로의 후미진 골목 구석구석까지 안내한다.
쁘람바난 사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동남아 최대 규모 힌두 사원. 보로부두르 사원의 웅장함과는 또다른 정교하고 세련된 균형미를 느낄 수 있어, 자바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넓은 벌판에 50여 개의 사원들이 건축돼 있으며, 중앙에 솟아 있는 시바 신전은 동남아 최대 규모. 16세기에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무너져 2백 년 이상 방치되다 일부 신전이 복원됐으며 나머지도 현재 복원 중이다.
끄라똔 1755년에 지어진 술탄 왕궁으로 왕궁 안에 박물관을 비롯 이슬람 사원이 있다. 박물관에는 역대 술탄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왕실 군대 훈련장으로 쓰이던 북쪽 광장은 종교 축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1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힌두 사원 쁘람바난 사원.
2 현재는 박물관과 이슬람 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과거의 왕궁 끄라똔.
3 스케치는 물론 파라핀, 채색 작업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바틱은 족자카르타에서 구입해야 저렴하다.
4 5 족자카르타의 대표 상품인 섬세한 은세공품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Bandung 반둥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170km 떨어진 고원 지대에 위치한 반둥은 연평균 기온 22.3℃로그리 덥지 않아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곳이에요. 20세기 초부터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피서지로 개발돼 유럽 양식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고, 자바의 파리라고도 불리면서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죠. 이곳에는 유명한 공과대학은 물론 지질 조사소, 파스퇴르 전염병연구소 등 저명한 교육ㆍ연구 시설이 많아 한국 학생들도 꽤 거주하고 있어요. 주말이면 쇼핑하러 몰려드는 자카르타 주민들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인들로 인산인해가 되는데, 자바 섬 서부에 많은 명품 브랜드 공장들로 인해 팩토리형 아웃렛이 반둥에 몰려 있는 탓이죠. 폴로, 버버리, CK 등의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보니 현지 쇼핑객들로도 발 디딜 틈이 없답니다.
반둥에서 쇼핑을 하고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오면서 야시장에 들러 기억에 오래 남을 맛있는 저녁을 먹었어요. 현지 서민들과 학생들이 자주 애용한다는 야외 포장마차였죠! 우리나라의 포장마차보다는 다소 넓은 면적에 천막을 치고 다양한 해산물과 현지 가정식을 팔고 있는데,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기가 막혔답니다. 생선, 게 등 찜 요리와 인도네시아의 미나리를 사용한 자캉쿵(오징어, 새우 등과 함께 볶아 먹는 가정식), 미고렝, 나시고렝 등은 여행하면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더라고요. 해외여행의 백미는 역시 그 나라의 음식 맛 보기! 꿈같은 3박5일의 일정을 맛있는 음식들로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답니다.
6 아웃렛의 천국 반둥은 현지인들의 쇼핑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7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러브 스토리를 화려한 힌두 고유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놀림으로 완성시킨 라마야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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