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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개콘’보다 웃기고 리얼 다큐보다 흥미진진

글 | 김명희 기자, 이자은 콘텐츠K 프로듀서 사진 | KBS 제공

입력 2012.11.15 15:35:00

속이 후련하다.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신현준의 원맨쇼, 쩍벌남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김정은의 희생정신 덕분에 5초마다 웃음이 빵빵 터진다. 여기에 처지가 뒤바뀐 남편과 아내가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은 부부관계를 다룬 케이블 방송의 리얼 다큐처럼 적나라하다.
그래서 ‘울랄라 부부’는 이 시대 부부들을 위한 힐링 드라마다.
‘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에는 종종 문제 커플이 등장한다. 불륜, 폭력, 시월드와의 갈등, 가사분담…. 부부관계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커플에게 제시하는 솔루션 중 하나가 역할극이다. 상대방의 처지가 돼보면 아내가 왜 그랬는지, 남편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고 소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울랄라 부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드라마다.

‘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울랄라 부부’는 직장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매너 좋기로 유명하지만 아내에게는 안하무인인 고수남(신현준)과 나여옥(김정은) 부부의 이야기다. 고수남은 직장 부하 직원 빅토리아(한채아)와 바람을 피우다가 여옥에게 발각돼 끝내 이혼을 당하는데, 법원에서 이혼수속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중상을 입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던 중 여옥과 영혼이 뒤바뀐다.
여기서부터 역지사지가 시작된다. 나여옥의 몸을 빌린 고수남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티도 나지 않는 살림에 나가떨어지기 일쑤. 세상에 둘도 없이 좋은 줄만 알았던 엄마는 알고 보니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였다. 고수남의 몸을 빌린 나여옥 역시 여자의 눈으로 보면 별 일 아닌 일 때문에 VIP 고객에게 오밤중에 호출당하는 봉변을 겪는 등 직장 생활의 애환에 눈뜬다.
영혼 체인지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현준과 김정은은 환상의 콤비다. 신현준은 여자의 말투, 몸짓, 걸음걸이를 코믹하게 재현해내고, 김정은은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연기를 소화해 여배우의 한계를 넘었다. 웃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드라마 ‘울랄라 부부’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EPISODE 1 태안 해변에서 첫 촬영하던 날
아직은 따가운 햇살 아래 얼굴을 찡그리며 서 있는 스태프 사이로 서먹서먹한 기운이 현장을 감돈다. 저 멀리서 신현준이 안경을 쓰고 더벅머리 가발을 얹은 채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다.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내는 김정은 역시 한들한들 핑크 원피스를 걸치고 활짝 웃으며 제작진에게 인사를 건넨다. 현장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오늘 촬영은 주인공 여옥과 수남이 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첫 촬영의 첫 만남. 하지만 물에 빠진 수남을 구하는 여옥의 모습을 그릴 것이기에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허우적대며 물에 연거푸 빠지기를 수차례 거듭하는 신현준의 연기와 슛이 들어가기 전 끊임없이 자체 리허설을 하는 김정은의 열정에 스태프도 차츰 각자 포지션에서 집중력을 높여가고 있다.
바닷물에 젖은 옷을 걸치고 화장도 머리도 엉망이 된 상태지만 두 배우는 감정 잡기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부부로 지내야 하는 운명(?)이기에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엔 서로에 대한 어색함을 친근함으로 바꾸기 위해 배려하느라 바쁘다.
이정섭 PD의 “컷” 소리와 함께 FD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를 외친다. 이 PD가 해변을 돌아 내려오며 중얼거린다.
“우리 배우들 목숨 걸고 연기하네. 와….”



‘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EPISODE 2 드라마센터에서 여옥의 게이샤 장면 찍던 날
수남과 여옥은 전생에서 여러 번 인연을 쌓은 끝에 현생에서 부부가 됐다. 그중 독립군과 그를 돕는 게이샤로 만난 적도 있다. 오늘 촬영 장면은 게이샤 사유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신이다. 알려진 대로 게이샤 분장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분장과 가채를 손질해서 얹고 의상을 입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 독특하게 매화나무를 통째로 옮겨 심어놓은 세트 안에 음악이 흐르고 두 손에 부채를 든 김정은이 게이샤 춤을 추기 시작한다. 김정은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적게는 하루에 4시간, 많게는 8시간씩 서울시문화재위원인 경임순 교수로부터 춤 지도를 받았다. 채시라도 드라마 ‘해신’ 때 경 교수로부터 춤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이날 촬영장에서 김정은은 한시도 선생님을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고 손 모양 하나하나 지도를 받으며 10시간 가까이 촬영했다. 혼신의 노력을 다한 덕분인지, 그녀의 춤에는 독립운동가 주환을 향한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감정이 묻어났다. 현생에서 이혼을 감행한 이 부부의 운명의 깊이가 이렇게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정작 본인들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1 2 드라마는 시트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웃기지만 대본 연습 현장은 진지함 그 자체. 3 신현준, 김정은, 정재순 등 주연 배우들은 회식을 하면서 첫 방송을 함께 시청했다. 4 극 중 빅토리아로 출연하는 한채아는 수영장에 빠진 고수남을 구하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사실은 맥주병이라고.



MINI INTERVIEW | ‘여자보다 여자 마음 잘 아는’ 최순식 작가

‘울랄라 부부’ 촬영장에 가다
드라마만 보면 ‘울랄라 부부’의 작가는 적어도 주부 경력 10년 이상의 내공을 지닌 중년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이 드라마를 집필한 최순식 작가는 1982년 ‘못잊어’를 시작으로 ‘한지붕 세 가족’ ‘TV 손자병법’ ‘창공’등을 탄생시킨 남자 작가다. 최근에는 ‘돌아와요 순애씨’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에서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지만 가장 즐거울 최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대작 드라마들 사이에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기분 좋습니다만, 더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가 상상력을 두 배 이상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작가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굵은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코믹 드라마라는 특성상, 재미있는 에피소드 공급이 중요한데, 늘 머리를 쥐어짭니다.”
이번 드라마는 주부들의 애환, 부부나 고부 간의 문제를 잘 짚어내 ‘주부들을 위한 힐링 드라마’라고 불리는데, 남자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주부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요.
“드라마란 궁극적으로 오늘날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삶에 대한 관찰이 중요해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처지에서만 생각하는데, 저는 항상 상대편 처지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이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스토리의 많은 부분이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굉장히 좋은 남편, 아빠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늘 반성하지만 남자의 본성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신현준, 김정은 씨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이 좋은데 두 사람의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요?
“정말 좋은 배우들이고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작가로서 행복합니다.”
그간의 작품을 보면 사랑이나 결혼생활을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있는데요.
“늘 좋은 작품을 쓰자고 생각합니다만, 늘 어렵습니다. 남자 작가로서 아침 드라마를 4편이나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랑과 결혼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과 결혼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요. 해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은 삶이잖아요.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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