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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도시의 기적, 카라마주의 약속

글·사진 | 김숭운 미국 통신원

입력 2012.11.06 10:10:00

가난한 도시의 기적, 카라마주의 약속


카라마주(Kalamazoo)는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과 소수 민족이고 범죄율, 미성년자 임신율도 높은 편이다.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카라마주의 약속’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장학금은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다. 우선 부모의 소득이나 학생의 성적과 무관하다. 또 한 가지, 하버드나 예일 같은 다른 지역 명문대 진학생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으며 미시간 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인 인재보다 지역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이런 혜택을 노리고 전입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거주 기간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유치원부터 다닌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100% 지급하는 반면 고등학교 때부터 거주한 학생에게는 65% 정도만 지급하는 식이다.
‘카라마주의 약속’은 2010년까지 2천여 명의 졸업생들에게 2백억원(1천8백만 달러)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미시간 주에서도 가난한 도시에 속하는 카라마주가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다수의 선행이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11월 10일 이름 모를 한 독지가로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이듬해부터 기부금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지역 유지부터 이름을 밝히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기부자로 참여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전액 지급 학생들에겐 희망, 지역 경제엔 활력
이 프로그램은 대학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가난한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이 도시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와 직업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율은 줄어들고, 대학 진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인구가 줄고 나날이 시들어가던 가난한 도시에도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새로 이사 오는 가정이 늘어 침체됐던 지역 경제가 되살아난 것이다.
알고 보면 미국에는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알칸사스의 엘도라도 시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카라마주의 약속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 개별 학교 단위로 전 학생 장학금을 지불하는 학교들도 있다. 뉴욕 시에만 해도 의과대학 프로그램인 ‘소피 데이비스 생의학 대학’(아내인 소피와 남편인 데이비스가 기부한 돈으로 운영되는 의과 본과 2학년까지의 프로그램)이나 ‘쿠퍼 유니언’(증기 기관차 엔진을 최초로 개발한 피터 쿠퍼가 설립한 대학) 같은 학교들이 개인의 기부금 덕분에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학교들은 작지만 강한 명문에 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 폐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지역 경제도 침체되는 한국의 중소도시들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중소도시와 지역 대학의 연대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낮은 등록금을 부과하고, 또 지역에서 그 등록금을 부담한다면 도시 발전과 학교 발전 그리고 학력 증진이라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내 주머니는 움켜쥔 채 중앙과 지방 정부만 쳐다보는 자세로는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교육을 통한 지역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가난한 도시의 기적, 카라마주의 약속

1 ‘카라마주의 약속’을 홍보 문구로 내건 스쿨버스. 학생들에게는 희망과 자부심의 상징이다. 2 카라마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오바마 대통령.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자 Pace University 겸임교수.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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