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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장기기증에 이어 인체조직기증 서약하며 선행 릴레이”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2. 10. 16

KBS 사극 ‘대왕의 꿈’이 기대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며 방영 초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극불패’로 불리는 최수종이 있다. 극 중 삼국통일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 정치를 펼치는 그는 실생활에서도 ‘더불어 사는 삶’을 외치며 봉사 활동에 앞장서는 휴머니스트. 얼마 전에는 부부가 자진해서 인체조직기증에 서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진정으로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퓨전 사극이 대세인 요즘,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찾아온 정통 사극 KBS ‘대왕의 꿈’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80부작으로 이뤄진 이번 작품은 김춘추(최수종)가 김유신(김유석) 등 신라 중흥의 주역들과 의기투합해 정권을 장악하고 삼국통일 실현을 위해 펼치는 치열한 외교 정치를 선보인다. 김춘추는 진골 출신으로 최초로 왕에 등극한 인물. 드라마 후반에는 문무왕이 김춘추의 유업을 이어받아 고구려를 패망시킨 뒤 친당파를 숙청하고 한반도에서 당나라 군사를 몰아내며 삼국통일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려낼 예정이다.
드라마는 정통 사극을 표방한 만큼 짜임새 있는 기획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사극의 제왕’으로 불리는 최수종(50)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으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 8회까지는 아역이 이끌고, 성인 연기는 이후에나 감상할 수 있지만 1, 2회만으로도 앞으로 펼쳐질 최수종의 발군의 연기가 기대된다.
최수종은 이번 작품에서 김춘추라는 한 시대의 영웅을 그리며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리더는 어떤 인물인지를 표현해내야 한다. 그 역시 “역사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이 동시에 든다”며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신창석 PD는 9월 초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최수종을 “사극계의 박지성”이라 표현하며 극찬한 바 있다. 그러자 최수종은 “박지성 선수도 10명의 선수들과 화합을 통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좋은 감독과 작가, 연기 잘하는 선후배 연기자들과 함께하는 것에 감사하다. 나는 그 중심에 서 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실제로 최수종은 방송가에서 PD들이 선호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 전 준비 과정도 철저하기 때문이다. 2006년 사극 ‘대조영’에 출연할 때는 2년 동안 쌀, 밀가루 음식을 끊을 만큼 치열하게 자신을 단련했다. 그 밖에도 그는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생활을 자기 관리 비결로 꼽았다.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오래전부터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지천명의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액션과 야외 촬영이 많은 사극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체력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다. 김유신과 비교해도 내가 더 나은 것 같다”며 화통하게 웃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최수종은 김춘추의 리더십과 포용력을 표현하려 애쓰고 있다. 정치 개혁을 통해 국론을 통일하고,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능동적인 외교술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카리스마 있게 선보일 예정. 이는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김춘추는 대의명분을 취할 수 없으면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에요.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를 포용할 줄 아는 인자함도 갖췄죠. 국민들이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발 앞서 알고 이거다 싶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리더십도 보여줘요. 극 중 선덕여왕의 대사 가운데 이런 말이 있어요. ‘백성이 힘들고 아플 때 내 살을 떼어서라도 그들의 고통이 줄어든다면 그렇게라도 하겠다.’ 진정한 리더십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백성이 없는 나라는 없잖습니까. 조금 있으면 대선인데, 이런 분이 부디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요.”
최수종은 지금껏 정통 사극만 고집해왔지만 요즘 대세인 퓨전 사극에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캐스팅이 안 돼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위엄 있는 왕의 모습뿐 아니라 코믹한 모습도 자신 있다고.
“사실 연기자란 직업은 굉장히 수동적이에요. 아무리 욕심나는 작품이라도 선택당하지 못하면 할 수 없죠. 2년 전 ‘전우’라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때 시트콤에 출연하려던 차였어요. 뒤늦게 섭외가 들어온 ‘전우’가 욕심나는 바람에 시트콤을 고사했죠. 그래서인지 늘 마음 한켠에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웃음). 꼭 한 번 다시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시트콤, 퓨전 사극에도 도전하고파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KBS1 주말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최수종은 삼국통일 프로젝트를 추진한 김춘추 역을 맡았다.



촬영장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늘 모범을 보이는 최수종은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 다정한 아빠로 알려져 있다. 평소 그는 아내 하희라, 두 아들딸과 함께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부가 자진해서 인체조직기증에 서약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부부가 함께 장기기증도 서약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필요 없는 인체의 일부(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 판마 혈관, 각막)를 기증하는 것으로, 이는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생명을 되찾아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사고로 평생 고통받고 살아야 하는 유·소아 화상 환자들과, 10대 성장기 청소년에게 많이 발생하는 뼈암(골육종)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하희라의 언니를 통해 인체조직기증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처형과 나눔과 봉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선진국에서는 인체조직기증이 활성화돼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아 외국에서 피와 뼈를 수입하고 있는데 그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하희라 씨가 먼저 우리나라에는 인체조직기증과 관련한 어떤 조직이 있는지 알아보자고 했고,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있다는 걸 알고는 그쪽에 전화를 걸어 기증서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이후 저희 두 사람 모두 인체조직기증 서약을 하고 다시 우편으로 보냈죠. 복잡하거나 어려울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고귀한 일인 만큼 많은 분들이 동참하면 좋겠어요.”
이와 관련해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신해숙 국장은 “상담원을 통해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자진해서 서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직까지 장기기증은 알아도 인체조직기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두 분의 선행이 많은 시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인체조직기증 서약 후 기증자 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통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기증서약 보도가 나간 뒤 약 2주 동안 기증 희망자가 6백69명에 달해, 지난 3개월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고 한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1995년 만성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던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수술비를 후원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분야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하트하트재단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지난해 화상 환자 어린이들과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초대해 복음 성가 쇼케이스를 열었으며, 오는 10월에도 같은 행사를 열 계획이다. 최수종은 “얼마 전 녹음을 마쳤는데, 이날 행사에서 하희라 씨와 매형인 조하문 목사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복음성가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수익금은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이처럼 부부가 꾸준히 선행에 앞장서는 이유는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함이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나 아내나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재능으로도 누군가를 돕고 기부를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어요. 저희 부부는 호호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도 나눔 활동에 동참할 생각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엄마 따라 사회복지사 꿈꾸는 아이들
두 사람의 선행은 아들 민서(13)와 딸 윤서(12)에게도 대물림되고 있다. 엄마 아빠의 선행에 늘 동참하고 있는 두 아이는 얼마 전부터 장래 희망으로 사회복지사를 꿈꾼다고 한다. 최수종은 “아내가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 중인데 아이들이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엄마보다 아빠를 어려워하면서도 존경심을 보인다고. 그가 한동안 지방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라도 거실에서 현관까지 뛰어나와 와락 안기며 아빠를 반긴다고 한다.
두 사람이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이들을 어른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것. 과거 하희라는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아이들을 위해 직접 쓴 기도문을 보여준 적이 있다. 기도문에는 ‘아이를 화나게 하지 않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칭찬받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잘한 것만 칭찬하지 말고 실패에도 칭찬할 수 있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평소 하희라는 이 기도문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고 했다.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평소 아이들에게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수종·하희라 부부. 사진은 2009년 아들, 딸과 함께 복음 성가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모습.



내년이면 결혼 20주년을 맞는 두 사람은 같은 연기자로서,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가정의 배경에는 서로를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로 여기는 부부가 있다. 최수종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연기자로서 작품에 충실하고, 내 가족뿐 아니라 주위 이웃도 돌아볼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체조직기증이 절실한 이유
현재 우리나라 인체조직 기증은 1백만 명당 3명에 불과해 필요 물량의 약 7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증 비율이 최소한 1백만 명당 20명 이상이어야 인체조직이 필요한 환자들을 살리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조직기증은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사후(死後)에 인체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으로 인체조직기증을 서약했다 하더라도 유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기증이 가능하다. 인체조직을 적출하는 만큼 신체 훼손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장례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다른 보형물로 신체를 복원할 뿐만 아니라 장례지도사에 의해 염습과 입관이 이뤄진 뒤 유가족에게 인도한다.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신해숙 국장은 “아름다운 죽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이뤄지면 좋겠다. 사후에도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선행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는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과 건전한 기증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8년 10월 설립된 보건복지부 지정 비영리 법인이다. 희망서약 및 후원 문의 1544-0606, www.kost.or.kr
‘발해 건국한 사람은 누구?’ 최수종, 사극의 역사 되기까지…

사극 절대 강자 ‘대왕의 꿈’ 최수종
발해를 건국한 인물은 누구일까? 대조영? 아니면 최수종? 초등학생들에게는 헷갈릴 만도 한 문제다. 얼마 전 최수종은 방송에서 때 아닌 굴욕을 당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애정남 최효종이 더 이상 사극에 출연해서는 안 되는 연기자로 최수종을 지목하며 “학생들이 발해를 건국한 사람을 최수종으로 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한 것.
얼마 전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4차원 소년 방장군이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은 이수만, 고려를 개국한 사람은 최수종, 주몽의 어머니는 김을동이라는 논리를 펴 아버지를 당황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웃음을 샀다.
최수종의 사극 출연은 신인이던 1988년 ‘조선왕조 500년 한중록’으로 시작됐다.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차기작으로 사극을 택했고 결과는 대성공. 당시 앳되고 예쁘장한 얼굴로 사도세자 역을 맡은 최수종은 사극이기에 가능한 선 굵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최수종은 연기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니시리즈와 주말연속극을 바쁘게 오가며 주인공을 맡았다. 그러다 그가 다시 사극으로 돌아온 건 2000년 ‘태조왕건’. 오랜만의 사극 출연이었지만 최수종은 역시나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며 한국 사극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으로 만들어냈다. ‘태조왕건’의 최고 시청률은 60.2%. 이는 2000년 이후 드라마 중에서 ‘허준’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그리고 4년 뒤 ‘해신’에 이어 2006년 ‘대조영’ 그리고 ‘대왕의 꿈’까지 최수종의 사극 출연은 계속됐다. 남들은 고생스럽다는 이유로 일부러 사극을 피하기도 하지만, 그는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매번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친다. 물론 우스갯소리겠지만 아이들이 역사 속 인물과 최수종을 헷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사자인 최수종 또한 자신이 개그 소재로 쓰인 것에 대해 그리 언짢아하지 않는다. 그는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준 거라 생각하면 기분 좋다. 최효종 씨가 ‘앞으로 50년은 사극에 나오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것 때문에 이번 ‘대왕의 꿈’에도 캐스팅된 게 아닌가 싶다”며 허허 웃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사극을 하는 요즘보다 청춘물을 할 때가 더 좋지 않았냐고 물어보세요.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하이틴 스타로 각광받았을 때도 그 나름의 희열이 있었지만, 사극 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알린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있거든요. 지금 제 나이에맡을 수 있는 배역에서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얼굴에 주름살이 더 많아지겠지만, 또 그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맡아서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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