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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이 아름다운 이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노래

글 | 김명희 기자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홍중식 현일수 기자, KBS 제공

입력 2012.10.15 15:24:00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시즌 3을 맞았다. 하모니 합창단, 청춘 합창단에 이은 이번 합창단의 주제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짠해지는 ‘가족’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투병, 장애, 가난…, 저마다 아픈 사연을 노래로 달래온 이들이 들려주는 감동의 하모니.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이 아름다운 이유


KBS ‘남자의 자격’은 2010년 젊은 세대로 이루어진 시즌1 하모니합창단에 이어 지난해에는 5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청춘합창단을 구성해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 패밀리합창단은 가창력보다 가족의 사연을 중심으로 단원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오디션과 차별화됐다. 오디션에 원서를 접수한 사람은 4천여 명. 제작진은 이 가운데 1백 팀을 1차 선발한 뒤 2차 오디션을 거쳐 27가족(66명)을 최종 멤버로 선발했다.
이 가운데는 얼마 전 ‘승승장구’ 차태현 편에서 몰래 온 손님으로 출연해 입담과 예능감을 선보였던 차태현 아버지 차재완 씨와 만화영화 ‘영심이’ 목소리 주인공으로 유명한 어머니 최수민 씨,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이준과 실용음악과 교수인 어머니 손방나 씨, 쌍둥이 개그맨 이상호·이상민과 아버지 이운우 씨 등도 포함됐다.
한편 몇몇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고 최진실의 자녀 환희·준희, 터프팅장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예린·민성 남매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의 하모니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 예쁘고 반듯하게 자란 최진실의 두 아이 환희·준희
환희(12)와 준희(10) 남매는 9월 9일 방영된 ‘패밀리합창단’ 오디션에서 손을 꼭 잡고 무대에 등장했다. 2008년 엄마 최진실에 이어 2010년 의지했던 삼촌 최진영까지 떠나보낸 남매는 주위 걱정과 달리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지만 엄마와 삼촌을 쏙 빼닮은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환희는 “제 꿈은 연예인이고 준희는 가수가 꿈이다. 합창을 하며 단합심을 기르고, 노래를 하면 연예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교성도 좋아지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의젓하게 말문을 열었다. MC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하고, 엄마에 관한 질문에도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아저씨가 엄마와 친했다”고 하자 환희는 “할머니께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환희는 어릴 때 엄마가 자장가로 자주 불러줬다는 ‘섬집아기’, 준희는 ‘하늘나라 동화’를 솔로곡으로 부른 뒤, 엄마 생일(12월 24일)을 기념해‘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라는 곡을 듀엣으로 불렀다. 준희가 다소 긴장하는 바람에 실수를 했지만 오디션 결과는 합격.

3개월 전 엄마와 함께 살던 집으로 이사
방송이 나간 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고 최진실의 빌라를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사연이 많은 집이다. 최진실이 2000년 조성민과 결혼하며 신혼집으로 마련했던 곳이고, 환희·준희가 태어나고, 최진실이 삶을 등진 곳도 이곳이다. 최진실의 모친 정옥숙 씨는 딸이 사망한 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최진영의 단독주택으로 옮겼다가, 최진영까지 떠나자 압구정동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잠원동 빌라로 다시 이사 온 지 3개월쯤 됐다. 아이들이 엄마와 살았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다.
집 앞에서 시장에 다녀오는 정씨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환희가 달려와 “할머니~” 하며 품에 안겼다. 김칫거리, 아이들 간식거리가 빼곡한 정씨의 장바구니 사이로 제사상에 올리는 황태포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장에 갔더니 마침 깨끗하고 좋은 물건이 있어 아들·딸 차례상에 올리려고 사왔다”는 그의 이야기가 참 쓸쓸하게 들렸다. “인터뷰는 잘 안하지만 이왕 왔으니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며 정씨가 집으로 안내했다.
정씨는 딸이 장만한 가구며 살림살이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아 집에는 최진실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진 속 그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정씨는 환희 간식부터 챙겼다. 새우, 홍합, 오징어가 들어간 푸짐한 떡볶이를 보니 생전 최진실의 요리 솜씨가 좋았다던 소문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씨는 환희가 간식을 먹는 내내 새우를 까주며 옆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고, 오늘 할 일을 점검했다. 준희는 학교를 마친 후 다른 곳에 들렀다가 온다고 했다.
“우리 환희 준희가 공부를 참 잘해요. 환희는 수학이 늘 백점이에요. 요즘은 엄마들이 워낙 많이 시키니까 영어가 조금 떨어져서 걱정이에요. 제 엄마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잘 가르쳤을 텐데….”
한창 성장기인 환희는 떡볶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뒤 할머니가 예쁘게 깎아준 복숭아를 집어들더니 영어 숙제를 해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환희는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제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할 만큼 철이 들었다. 환희가 공부하러 들어가자 정씨는 류머티스관절염 때문에 퉁퉁 부은 손으로 냉장고 정리, 설거지, 청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하며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였다.
“할머니가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아이들 몸에 좋은 음식 해 먹이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밖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만 나고, 우리 아들딸한테 너무 미안해서….”
얼마 전에도 속상한 일이 있었다. 준희가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며 펑펑 울더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참석하는 학교 예배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엄마와 함께 왔더라는 것이다. 정씨는 ‘할머니라도 갈 걸 그랬구나’ 하면서 아이를 달랬지만 그리운 마음은 그 역시 마찬가지다.
“환희는 지난봄 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는데 줄다리기를 시작하기 전 하늘을 보니까 엄마가 야구모자 쓰고 반바지 입고 응원을 왔더래요. 예전에 꼭 그 차림으로 진실이가 환희 운동회에 가곤 했거든요. ‘엄마’ 하고 부르려는데 선생님이 ‘시작’ 호루라기를 부는 바람에 엄마가 사라졌다고, 어찌나 아쉬워하던지….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으면 저럴까 싶은 게 안쓰럽죠. 그나마 환희는 엄마와 함께한 추억이 많은데 준희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없어서 더 안됐어요.”
“내가 울면 우리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하면서 정씨는 또 눈물을 훔쳤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인터뷰도 안 하고, 아이들도 방송에 안 나갔으면 했는데, 이번(패밀리합창단)은 저희들이 너무 하고 싶다고 해서 마지못해 시키게 됐죠. 선곡도 저희들끼리 동요집 찾아가며 직접 한 거예요.”
가수가 꿈인 준희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한다. 노래방에서도 마이크를 잡으면 좀처럼 놓지 않는다. 하지만 환희는 달랐다. 노래방에 가면 ‘할머니, 동생 다 나가라’고 하고 혼자 문을 잠그고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이번 오디션에선 환희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씨도 손자에게 그런 끼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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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실에 놓여 있는 사진들. 사진 속 최진실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2 학교에서 돌아온 환희가 할머니의 시장 가방을 나눠 들고 있다.





유재석을 좋아하는 환희, 가수가 꿈인 준희
“나는 우리 환희가 하도 노래를 안 해서 음치인 줄 알았다니까요(웃음). 그런데 심사위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음정이나 박자가 환희가 훨씬 더 안정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솔직히 나는 아이들이 오디션에서 떨어졌으면 했어요. 마침 그날 준희가 목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거든요. 속으로 ‘잘됐다’ 싶었죠. 최선을 다해서 대학·대학원까지 가르치고, 그 후에도 저희들이 연예인을 하고 싶다면 그건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 너무 일찍 방송을 시작하는 건 오히려 아이들한테 안 좋을 것 같아요. 오디션 하고 오던 날도 환희 준희가 진실이 진영이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해서 집에 와서 울었어요.”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모르는 아이들은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아직 어린 줄만 알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말도 차분하게 잘하더라고요. 환희가 ‘내가 잘 불러서 될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게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방송 끝나고 ‘잘했다. 환희야 남자는 그렇게 씩씩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칭찬해줬어요.”
환희 준희가 방송에 나간 후 “잘 커줘서 고맙다” “최진실 최진영 남매를 다시 보는 것 같아 뭉클했다” 등 네티즌들의 응원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저희를 모르는 분들도 우리 환희 준희 예뻐하고 칭찬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아이들도 이제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기사도 보고 하는데, 이왕이면 좋은 말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 아이들도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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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병 ‘터프팅장염’ 딛고 세상 울린 송예린·민성 남매
전 세계에서 10명 안팎의 환자가 있는 걸로 알려진 터프팅장염. 아주 드문 병인데 남매가 모두 이 병에 걸렸다. 엄마는 두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번 오디션에 신청서를 냈다. 터프팅장염은 대장과 소장의 상피 이상으로 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병이다. 두 아이가 선택한 곡은 ‘꿈꾸지 않으면’. 이 곡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교가다. 누나 송예린(11) 양과 동생 송민성(9) 군이 맑은 목소리를 내며 화음을 만들어나갔다. 첫 부분에서 박자를 살짝 놓치긴 했지만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심사위원들의 눈은 발갛게 충혈됐다. 두 아이가 힘든 투병생활 속에서 노래 가사처럼 각자의 꿈을 마음에 품고 살아온 것이 묻어나서였으리라.
가수가 되고 싶다는 예린, 의사가 되고 싶다는 민성이와 어머니 김연옥 씨를 9월 중순 서울 성북구 삼선동 근처에서 만났다. 김씨는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부담된다며 사진은 사양했고, 대신 아이들을 예쁘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남매는 환한 미소가 매력적이었다. 기자를 보고 낯을 가린 예린이와 달리 민성이는 애교 만점. 방송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이들 남매는 또래에 비해 키가 작았다. 예린이는 약물치료로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고, 민성이는 누나보다 조금 크긴 하지만 역시 또래들보다는 작아 겨울쯤에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을 예정이란다. 방송 출연 후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자 예린이는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됐고, 민성이의 경우 처음엔 반 친구들이 방송 출연 자체를 몰랐으나 선생님이 직접 방송을 보여주셔서 알게 됐다고.
어머니 김씨에게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노래도 잘했다고 했더니 “연습을 많이 못해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웃음 지었다. 다행히 두 남매는 66명의 참가자에 합류했다. 어머니에게 노래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있느냐고 묻자 “예린이가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동요 테이프를 들려준 것 외에는 해준 게 없는데 교회에 나가고 학교를 다니면서 노래를 배워 꿈이 가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예린이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해 더 많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동생 민성이는 노래보다 공부 쪽에 더 관심이 많다. 항상 책을 끼고 있고, 잠들기 전에 꼭 한 권씩 읽는다고. 예린이의 꿈이 쭉 가수인 데 반해, 민성이는 좋아하는 것에 따라 이리저리 바뀐다고 했다. 프로야구팀 LG트윈스에서 후원받고 있어 두 아이가 시구와 시타에 참여했는데 그때 야구선수들과 만난 뒤 민성이의 꿈은 야구선수가 됐다. 그 후로 아픈 누나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로 바꿨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다
예린이는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잡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가슴에는 영양분을 투여하기 위한 주사바늘을 항상 꽂고 있지만 그래도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이 잘 걷지 못할 때는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동묘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다녔죠. 아이들 끝날 때 기다렸다가 다시 데려오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게 되고, 노래할 수 있게 되니 엄마로서 자꾸만 욕심이 생겨요. 지금은 식구들이 먹고살기도 빠듯하지만,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는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어요.”
예전에는 두 아이가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양주사를 맞아야만 버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태가 다소 호전되고, 상주 간호사 대신 엄마가 주사를 교체할 수 있고 하루 정도는 주사 없이도 버틴다. 두 남매는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먹을 수 있지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배출 시간에 차이가 많이 나서 아이들도 이제는 스스로 음식을 가려 먹게 됐다고 했다.
두 남매의 1년 병원비는 3천만원 정도. 여러 단체를 통해 이를 후원받아 감당하고 있다. 터프팅장염은 안타깝게도 희귀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산정특례에 해당되지 않아 국가로부터 지원은 전무하다. 가족은 꾸준히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남매의 병은 평생 안고 가야 할 뿐더러 언제까지 후원만으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자 2010년 말 소망하던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해 인근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집에서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우울증에 빠지고, 아픈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자신이 싫어서였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립심을 키워주려고 해요. 제가 집에 없는 경우도 많아서 아이들에게 간단한 집안일을 시키고 있어요(웃음). 예린이보다 민성이가 더 꼼꼼하게 정리도 잘해요. 저도 제 삶이 있고, 아이들에게도 자신만의 삶이 있는데 서로 종속되면 곤란하잖아요.”
김씨는 좋아하는 영화를 더 볼 수 있고, 지금 사는 집보다 좀 더 햇볕이 많이 들어오고 안전한 집에 사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도움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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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몸은 작지만 꿈은 큰 예린·민성 남매. 두 아이의 미소는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전염돼 모두를 미소짓게 한다.



◆ 시청자 울린 사연 품은 가족들
가족 잃은 슬픔 딛다 | 이광기·연지 부녀
2009년 11월 당시 일곱 살이던 아들 석규 군을 신종플루로 잃은 아픔이 있는 배우 이광기(43)는 딸 연지(14) 양과 함께 합창단에 지원했다. 이광기는 “올해 초, 아들 준서가 태어나며 가족에게 웃음이 다시 찾아왔지만, 연지의 사춘기 때문에 집안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서먹해진 부녀 사이를 재건하고 싶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연지 양은 왜 아빠와 서먹해졌냐는 물음에 “아빠가 느끼하다. 저는 오글거리는 게 싫어서…”라며 주위를 폭소케 하기도 했다. ‘패밀리합창단’을 통해 오랜만에 TV에 등장한 연지 양은 폭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부녀가 선택한 곡은 알 켈리의 ‘I believe I can fly’. 음정이 불안한 아빠와 달리 연지 양은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여 합격했다. 합격 후 이광기는 “딸에게 뽀뽀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연지 양은 “작가 언니가 시켰다”고 응수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에 이광기가 다시 딸에게 뽀뽀하려고 하자, 연지 양은 극구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 부녀가 석규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나올 만큼 가족에게는 아직도 아픔으로 남아 있는 둘째 아들. 석규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이광기는 대지진 참사로 고통받는 아이티로 구호 활동을 떠났고, 아이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다. 이광기는 지난 2월 딸과 함께 두 번째로 아이티에 다녀왔다. 석규의 영어 이름 ‘케빈’을 딴 학교를 열기 위함이었다. 귀국일이 개학날과 겹쳐 고민하던 연지는 아빠의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러 함께 향했다. 그곳에서 배고픈 아이들의 ‘진흙쿠키’를 봤고, 아이들의 실상을 친구들에게 알리고자 쿠키를 들고 귀국했다.

가난한 삶 딛고 가수로 성공 | 이준·손방나 모자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24)이 자신과 닮은 엄마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엄마 손방나 씨는 현재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사랑보다 깊은 사랑’. 금난새는 두 사람의 노래를 듣고 “음악적으로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어울리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모습이 가족 합창단에 가깝지 않나 싶다”고 호평했다.
이들 모자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이준이 예술고등학교 출신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내면에는 가난한 삶의 아픔이 있었다는 것. 이준은 9월 12일 SBS ‘강심장’에 나와 어려웠던 지난날에 대해 털어놨다. 중학교 때 현대무용가 출신 배우 이용우의 동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한 달 연습 후 전국무용대회에 출전해 2위를 한 이준은 서울예고에 합격했지만 가족의 지원을 받고 오래 무용을 한 친구들과 실력 차가 갈수록 벌어졌고, 집안 형편도 나아지지 않았단다. 고교 3년간 무용복 한 벌과 발레 슈즈 한 켤레를 기워 입으며 버티고, 옷이 마르지 않아 시큼한 냄새를 풍겨 친구들마저 피했다는 그는 부단한 노력 끝에 ‘입학할 때는 꼴찌였지만 2등으로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모자의 집에는 바퀴벌레와 쥐가 들끓을 정도여서 바퀴벌레가 칫솔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이준이 “왜 우리 집은 이렇게 사냐”고 화를 냈고, 엄마는 이불 속에서 숨죽여 울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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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월 딸과 함께 아이티 구호활동을 다녀온 이광기는 패밀리합창단에도 합류했다. 2 엠블랙의 가수 이준은 실용음악과 교수인 어머니와 함께 오디션을 봤다.



공개 입양한 두 딸 키우는 강한 엄마 | 이아현·형부 우창빈
부부, 모자나 모녀, 부녀나 부자, 형제가 주로 신청한 ‘패밀리합창단’에 특별한 사연으로 신청서를 낸 배우 이아현(40). 그는 오디션 참여 사연에 대해 “딸 둘이 아빠가 없어서 형부를 많이 따른다. 내가 좀 더 형부랑 가까워져야 할 것 같아 신청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다 미국에 있고, 언니와 형부, 그리고 이아현과 입양한 두 딸이 의지해 살고 있는데 유독 형부와는 친해지기 어려웠다는 것.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형부 우창빈은 딱 보기에도 조용한 학자 타입이다. 이아현은 이어 “나는 싱글맘이다. 아이들이 나한테 입양돼서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에게서 ‘입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아현은 2006년 두 번째 결혼 당시 아이가 생기지 않자, 첫째 유주(6)를 입양했다. 둘째 유라(3)는 2010년 공개 입양했지만 유주 입양 당시 이아현은 연예계 일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돼 말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2011년 두 번째 이혼. 이혼하며 첫째 유주도 입양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아끼며 키우는 엄마. 자신의 옷보다 아이들의 옷을 더 챙기고, 먹을 걸 챙기는 ‘제비 엄마’다.

지적장애 극복하고 예술고 입학한 예비 화가 | 조순옥·서은정 모녀
서은정(18) 양은 다섯 살 때 자폐 성향의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엄마 조순옥(49) 씨는 처음 딸이 자폐 판정을 받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고. 조씨는 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는 미술과 음악뿐이라며 많은 사람과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무대에 섰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은정 양과 엄마가 선택한 곡은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 환한 미소를 품고 모녀가 부른 노래는 뛰어난 가창력과 화음을 함께 인정받으며 심사위원들을 감동케 했다.
은정 양은 지적장애인 최초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할 만큼 미술에 재능이 있다. 입학이 쉽지는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처음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은정 양에게 입학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 엄마는 당당히 실력으로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딸에게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은정 양은 한 예술고등학교가 주최한 중학생 실기대회에 참여해 입상했고,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 시내의 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은정 양은 이중섭이나 나혜석 같은 화가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이 아름다운 이유

3 이아현과 마음으로 낳은 두 딸. 그녀는 형부와 오디션에 참가했다. 4 지적장애에도 불구, 예고에서 꿈을 키우는 예비 화가 서은정 양과 어머니 조순옥 씨.



‘남자의 자격’ 정희섭 PD 인터뷰

환희·준희 남매를 섭외하게 된 계기는.
“휴먼 다큐 ‘사랑’ 등을 통해 아이들이 노래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할머니께 출연 요청을 드렸더니, 아이들 의사를 물어보고 응해주셨다. 처음엔 아이들이 조금 긴장한 듯했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 노래하는 걸 즐기며 열심히 한다.”
가창력보다 가족의 사연 위주로 멤버를 선발했다고 하던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오디션 오는 분들이 모두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부른다. 가창력은 드러나 보이는 부분이고, 심사의원들은 진정성을 많이 고려하신 것 같다.”
앞선 두 지휘자 박칼린, 김태원 씨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 금난새 씨를 선택한 이유는.
“합창단 진행을 원활하게 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난새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촉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아마추어 합창단을 이끌기에 적합한 분이라고 판단했다.”
하모니합창단과 청춘합창단이 워낙 반응이 좋아 부담이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전혀 부담이 없다.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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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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