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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재현의 스포츠와 건강

건강을 위해 체중을 뺀다? 체중을 위해 건강을 빼다니…

체중에 울고 웃는 사람들

글 | 이재현 운동생리학 박사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2.10.04 11:27:00

유럽에서 10년간 이루어진 추적조사 결과 저체중인 사람이 비만한 사람들에 비해 기대수명이 낮다는 보고가 나왔다.
또한 잦은 다이어트로 몸무게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 사람이 같은 기간 일정한 체중을 유지해온 사람들에 비해 심장 질환 발병률은 80%, 2형 당뇨병 유병률은 123%나 높았다는 보고도 있다.
전 국민 다이어트 시대, 무엇이 문제인가.
건강을 위해 체중을 뺀다? 체중을 위해 건강을 빼다니…


고가의 MRI, CT, 혈액검사 등 첨단 장비로 건강 상태를 진단받을 수 있는 방법이 넘쳐난다. 아무리 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이라도 종합건강검진에서 빼놓지 않는 항목이 체중이다. 비만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변인일 뿐만 아니라 측정도 간편하다. 로드 셀(load cell: 전자저울에서 무게를 숫자로 표시하는 측정 소자)로 측정하기 때문에 병원, 피트니스센터, 목욕탕, 집에서 얼마든지 체중을 잴 수 있고 기기 간 편차도 크지 않아 변화의 추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체성분을 분석해 비만 여부를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체중을 이용한 평가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체감하는 것은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뼈의 밀도, 체지방량이 아닌 바로 체중이다. 분명히 체중은 건강과 관련해 하찮게 여길 요소가 아니다. 체중에 울고 웃는 사람들을 통해 그 무게를 가늠해보도록 하자.

운동선수들의 눈물겨운 체중 감량
운동선수들의 체중에 대한 민감도는 종목별로 차이가 있다. 투척, 사격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체중에 덜 민감한 종목이 있는 반면 유도, 레슬링, 권투 등 체급이 있는 대부분의 격투기 종목 선수들은 시합 전에 이미 체중 감량과의 사투를 벌일 정도다.
본래 체급 경기가 만들어진 것은, 서로 시합하는 두 선수 간의 육체적 불균형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부상을 없애고, 어떤 체격의 선수라도 기본적으로 공평한 상황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자기 체중대로 시합에 출전하지 않고 상대편보다 유리한 체격, 근력, 파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합 며칠 전 급속히 체중을 감량해 체급을 낮춰 출전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체중을 감량하다 보니 결국 수분을 빼는 데 주력하게 되는데 식사 다이어트, 땀복 입고 운동하기, 사우나는 기본이고, 침 뱉기, 손발톱 자르기, 헌혈까지 시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감량하는 체중이 적게는 3~4kg, 많게는 10kg 이상 된다. 시합 당일 아침이나 전날 무사히 계측을 통과하기까지 이와 같이 혹독한 체중과의 전쟁을 치르고 본 게임에 나서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회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의 정지현 선수가 대회 이후 체급을 올린 것도 체중에 대한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중 감량 후 컨디션 회복 수준이나 회복 속도가 떨어져 좋은 경기력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체급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선수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경기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수 생명을 좌우하는 것은 선수 자신의 건강이다. 과도한 체중 감량을 하는 동안 선수들은 힘이 없거나 어지럼증, 속쓰림을 경험하면서 위장병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량의 수분과 전해질 손실로 근육 경련도 훨씬 잦아진다. 심지어는 심한 탈수와 고된 훈련이 겹쳐 사망에 이르는 일까지 생긴다. 공정한 게임과 부상 예방을 위해 개발된 체급 시스템이 경쟁력을 높이려는 욕구와 맞물려 오히려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 스포츠 세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전 인류가 치르는 비만과의 싸움
체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선수들보다 보편적이고 다양하다. 그 중심에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의 적신호로 여겨지는 비만이 버티고 있다. 청소년이나 20대 젊은 층들은 매력적인 몸매를 갖기 위해, 40~60대들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고령자들은 삶의 질 또는 수명과 관련해 비만을 기피한다. 음식, 운동, 약, 침, 수술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비만 예방과 치료에 돈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운동선수들의 눈물겨운 체중 조절 노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이것은 비단 외모나 건강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비만 유병률의 계속적인 증가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 자료들은 비만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각종 학회에서 발표하는 비만의 폐해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결국 비만 해소를 위한 노력과 투자의 당위성과 가치를 부여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1995년에 발표된 세계적 의학 저널의 한 논문은 보통 신장의 여성이 정상 체중보다 약 5kg만 더 나가도 사망률이 60%나 증가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으며, 따라서 약간의 과체중도 조기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현재 건강 체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신체질량지수(체중/키의 제곱) 18.5~25에서 더 나아가 이 수치가 18.5~21.9 사이로 유지될 때 ‘질병에 의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하버드 의대 연구원의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힘입어 개인은 계속적으로 표준 체중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건강 관련 전문가들은 이를 권장하고 독려해왔다고 하겠다.

과체중보다 저체중, 잦은 체중 변화가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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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에서는 체중 감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 확고한 믿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주장들이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유럽에서 10년간 이루어진 추적조사 결과 가장 긴 기대수명이 과체중에 속하는 신체질량지수 26~28에서 나타났으며, 오히려 저체중인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비만한 사람들에 비해 낮았다는 보고다. 또한 마른 사람들이 정상 체중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약 2배 높다는 보고와,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잦은 체중의 등락을 보인 사람들이 같은 기간 일정한 체중을 유지해온 사람들에 비해 심장 질환 발병률이 80%, 2형 당뇨병 유병률이 123% 높았다는 보고도 있다.
즉, 오히려 건강을 걱정한다면 약간의 과체중보다 저체중이, 그리고 잦은 다이어트의 반복으로 인한 체중 변동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한 ‘비만 히스테릭(지성사)’의 저자 이대택 교수는 저마다 다른 태생적 후천적 조건을 가진 개인들에게 천편일률적인 표준 체중을 제시하기보다, 잘 먹고 잘 활동하는 건강 생활을 장기간 유지하는 동안 형성된 체중을 그 개인의 적정 체중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을 기존의 틀을 깨는 독특한 발상으로만 넘길 것이 아니라 한번쯤 그 메시지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마른 편에 속하면서도 다이어트 시도율은 제일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 기이한 현상을 쫓아가느라 심리적 육체적으로 피곤한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고민해보자. 체중인가, 건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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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 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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