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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정리 | 김명희 기자 사진·자료제공 | 혜교의 시간(낭만북스)

입력 2012.09.27 16:17:00

‘순풍산부인과’의 막내딸로 데뷔한 게 어느덧 14년 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아름다운 외모로 사랑도 받았지만 인기를 얻을수록 대중과의 담도 높아져갔다. 연애사, 사소한 외모 변화 하나까지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그렇게 서른, 송혜교가 마음에 꼭꼭 눌러 담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송혜교(30) 는 14년간 배우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내면을 가꿔왔다. 드라마, 영화를 뛰어넘어 패션과 뷰티 영역까지 대한민국 여성의 ‘대표 얼굴’로 활동했다. 대중의 머릿속엔 아직도 14년 전 ‘순풍산부인과’의 철없고 만만한 막내딸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래서 그에겐 유독 인색했던 것 같다. 통통 사진으로 굴욕을 안기고 연기력에도 그닥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최근 10년간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한 탓에 국내 팬들과 만날 기회도 적었다.
이번엔 그가 먼저 팬들에게 손을 내밀어 소통을 시도했다. ‘혜교의 시간’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그는 책에서 시트콤으로 데뷔한 탓에 정극이 어려워 자신감이 부족했던 신인 시절부터, 타고난 센스가 부족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는 고백, 애교가 없고 살갑지 못한 성격이라 대인관계는 물론 연애할 때도 수동적이라는 이야기, 홀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여배우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민낯을 솔직히 드러냈다.

꿈이 없던 아이
사춘기가 없이 지나간 어린 시절에는 장래 희망도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재미없는 어린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대답을 한참 망설였을 정도다. 둘러보면 남자아이들은 과학자, 여자아이들은 디자이너를 주로 말하길래 한번은 나도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답했다. 특별히 유명해지거나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냥 어느 날, 연기를 하게 된 거였다. 그래서 나는 연기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원래 꾸던 꿈이 없으니까 지금 하는 일이 유일한 꿈이다.

애정과다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홀어머니의 외동딸, 그러면 어쩐지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만 나는 엄마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랐다. 엄마의 모든 관심은 오로지 나에게로 집중해 있었다. 엄마와 아주 밀착됐던 어린 시절….
사람은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을 줄 수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아직 넉넉하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 사랑이 엄마에게, 사랑하는 강아지에게, 연인에게, 내 식구 같은 스태프들에게 골고루 가기에는 내 생활이 너무 바쁘고 일상은 다소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자람 없는 사랑을 되돌려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는다.



엄마는 사진가
또 엄마 얘기. 사실 엄마 얘기를 다 쓰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 엄마는 내 어릴 적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진으로 남겼다. 성장의 매 순간 엄마는 내 옆에서 작은 꼬물거림을 발견해주는 사람이었고 항상 사진으로 남겼다. 지금처럼 편리하게 사진을 찍고 현상하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엄마의 정성이 참 대단했던 거다. 덕분에 나는 어릴 적 모습을 모두 알고 있다. 뾰로통한 표정, 웃는 얼굴, 뛰는 모습, 잠버릇까지 몽땅 손바닥만 한 사진에 남았다.

귀엽지 않아
체격도 아담하고 데뷔작은 막내딸 역할이었으니까 대충 내 성격에 어리광이 있겠거니 짐작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귀엽지 않은 사람이다. 양손이 오그라들 것 같은 행동이나 말은 아예 못하는 편이고, 촬영 때도 그런 귀여움을 강조한 포즈를 취해야 할 때 가장 난감하다. 오히려 무뚝뚝한 편에 가깝다. 말은 직선적이고 좋고 싫음이 잘 안 숨겨진다.

미식과 다이어트
밥을 참 맛있게 먹는다. 여배우라 불리는 사람치고는 잘 먹고, 또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행복하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러다 보니 몸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여자니까. 게다가 남에게 보이는 직업이고, 키도 아담한 편이라서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티가 난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 바로 뉴스거리가 돼 살이 엄청나게 많이 찐 것처럼 회자되기도 하고. 딱히 살이 갑자기 찌거나 빠지는 체질이 아니어서 내 눈에는 늘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보시는 분들 의견에 따라 자신의 몸을 재평가하게 되는, 뭐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화장을 많이 안 해
하루 한 번 얼굴에 팩을 붙인다. 내가 매일 하는 유일한 피부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물은 많이 마시려 노력하고, 일상에서는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한다. 아침을 잘 먹어야 피부에 좋을 텐데 버릇이 들어버려 바꾸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피부과에 간다. 그리고 촬영이 없을 때는 거의 맨얼굴로 다닌다. 메이크업을 잘 안 하고 다녀서 오히려 가끔 메이크업을 하면 지인들이 낯설어 한다. 사실, 나도 가끔 낯설긴 하다. 무엇보다 촬영을 끝내고 개운하게 세수했을 때 기분을 너무 좋아한다.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다.

연기 욕심

늘 연기를 한다고 했지만 데뷔가 시트콤이어서 초반에는 정극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자신감이 부족했고 노력하는 것만큼 연기가 늘지 않아 답답했던 시간.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를 만났다. ‘그사세’의 주인공 준영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준다. 내게도 정말 소중한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그 작품 이후 ‘연기자’로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이후 개봉한 영화 ‘오늘’은 또 다른 행운이었다. 영화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나를 언급해주기 시작했다. 상도 받고 작게나마 인정도 받고, 비록 크게 흥행하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15년 만의 칭찬’ 같은 작품이었다. 겉으로는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척했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바라게 된다. 아니, 사실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너무 듣고 싶다. 노력한 만큼은 듣고 싶다.

돈$$$
어린 시절 엄마와 둘이 살던 집은 화려한 곳이 아니었다. 이사도 자주 다녀야 했고, 짐을 싸고 풀고 할 때마다 엄마를 돕던 나는 책임감으로 꽉 찬 꼬맹이였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집을 넓힐 수 있었고 차도 살 수 있었다. 삶도 편해졌다. 여자로서 외모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입을 옷도 많아지고 가방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스케줄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니까 사실 내 손으로 재테크를 할 여유는 없다. 엄마께 모두 맡기고 그냥 일에 몰두한다. 셈에 밝은 편도 아니고, 그냥 돈을 직접 만진다는 것은 어쩐지 겁이 나는 일이다.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에게는 어쨌든 신비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역을 볼 때, 관객이 그 캐릭터를 상상하면서 볼 수 있으니까. 사생활이 너무 많이 노출되면, 관객이 그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캐릭터가 그 배우로 보일 테니까. 극 중 인물이 아닌 ‘송혜교’로 보이고 싶지 않다. 어떤 작품을 해도…. 요즘엔 사생활을 감추기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일부러 조심하려고 하는 편이다.
연애도 원치 않았는데 공개된 적이 있었다. 경험해보니 역시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여배우로서는 말이다. 나의 연애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아니 내가 연기하는 배역을 볼 때 남자 친구를 떠올린다든지 하는 연상 작용이 부담스럽다. 화면 속 나와 화면 밖의 관객이 함께 몰입해서 만들어내는 힘을 믿는다.

서른 살 송혜교 여배우의 삶에 대하여


말이 통하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다. 조고조곤 오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어릴 때는 이런 사람이 좋다, 이렇게 생기면 멋지다 식으로 외적인 모습을 두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특히 주변의 많은 선후배로부터 ‘인간관계’에 관한 경험담을 듣다 보면 결국 연애도 사랑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그리고 상대방도 완벽한 인격체일 수는 없으니까 두 사람을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를 이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을 억지로 바꾸려 하면 서로 힘들어진다. 단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작은 소유욕
소유욕이 강한 편이다. 특히 사람에 관한 것들이 그래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 번 내 것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내려놓는 것도 참 빨랐다. 예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에 관한 소유욕이 강한 편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엔 연애를 하면 다른 누구도 안 만나면 좋겠고, 나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 그 점이 나 자신도 신기하다. 앞으로는 연애할 때 상대가 밖에 돌아다니고 누굴 만나든지 무조건 믿을 것이다. 누군가를 충분히, 그리고 온전히 믿고 싶은 마음이다. 되는 사랑이면 될 거고, 안 되는 일이면 어떻게 하든지 안 될 거니까. 무조건 믿자고 마음을 먹어야 나도 편할 것 같다. 나도 얽매이는 것을 안 좋아하니까. 살아온 대로 못하는 것은 나도 싫어하니까 상대방도 똑같이 싫겠지, 생각할 거다. 왕창 믿고 소유욕은 아주 쪼끔만….

후유증
남자 친구와의 이별은 두 가지 경우. 그 친구가 먼저 실망을 준 경우라면 나는 좀 가차 없어진다. 그러면 이별 후에도 다시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다른 이별도 있었다. 딱히 서로 실망을 준 것도 아닌데 여건이나 상황이 연애를 위한 시기가 아니었을 때 만났다는 것. 너무 힘든 상황이 반복되다가 헤어진 경우에는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계속 만났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뭐, 그렇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고 상처받았던 이별에 비해 여운이 남는 정도라는 거다.

결혼은 어려운 일이다
결혼에 관한 생각은 하루에도 수없이 바뀐다. 다정한 커플을 보면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새삼 외로움을 타기도 한다. 그러다가 친구들이나 스태프들이랑 신나게 놀고, 새로운 작품 구상하고, 촬영이 순조롭게 풀릴 때는 지금이 좋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혼자 집에 들어가는 어떤 날, 아,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엄마 집에 가서 머리도 안 감고 강아지들과 뛰놀다 보면 지금 이대로가 딱 좋다는 마음이 생기는 식이다. 결혼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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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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