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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민호·준기·천희 3색 매력

지금 브라운관은 ‘李가 남자’ 전성시대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조영철 지호영 이기욱 기자, MBC SBS 헤븐워드 포토그라피(www.heavenward.co.kr) 제공

2012. 09. 19

언젠가 한씨 성을 가진 여배우들이 대세라는 기사가 떴다. 당시 거론된 여배우는 (예명을 포함해) 한예슬, 한가인, 한효주, 한지혜 등이었다. 요즘 대세는 이씨 성 남자 배우가 아닐까. ‘신의’로 돌아온 이민호, 제대 후 ‘아랑 사또전’으로 날개를 단 이준기, 동료 연기자 전혜진과 결혼 후 더 편안해진 ‘천 번째 남자’의 이천희. 극 중 캐릭터의 목소리로 들어본 세 남자의 매력.

민호·준기·천희 3색 매력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세상에 미련 없는 고려 남자 무사 최영이 보는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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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황실 호위부대장 최영이다. 우달치 부대의 대장을 맡고 있다. 세상 자체에 미련이 없어서 여자도 돈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죽는 것도 안 무섭다. 잔머리 따위는 굴리지 않는다. 작전 짜는 것보다는 정면 돌파가 자신 있다. 성공하면 다행이고. 죽으면? 할 수 없지 뭐. 유일한 희망 사항은 지긋지긋한 궁을 떠나 자유인으로 사는 거다. 취미는 잠자기, 특기는 오래 자기다. 생각 같은 건 별로 안 한다.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뿐.
공민왕을 호위하던 중에 피습을 당해 왕비마마(노국공주)가 목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정치 같은 건 모르고 어릴 적부터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공민왕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왕이 되자마자 나라를 말아먹게 놔둘 수는 없다. 그가 죽어버리면 원나라와 고려의 관계도 엉망이 되고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그래서 전설 속 화타가 열어뒀다는 하늘 문을 통해 6백 년을 뛰어넘어 ‘신의’를 찾으러 서울로 향했다. 어명이라는데. 그곳에서 납치해 온 의원이 유은수(김희선)다. 유은수 역의 김희선은 나를 연기하는 배우 이민호(25)와 꼭 10년 차가 나는 연상의 여인이지만 그냥 봐서는 나이 차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동안이 아닌 것이 좋을 때도 있구나 생각했다. 타고난 외모가 멋지긴 하지만 이민호는 남몰래 유은수가 개원할 예정이었다던 성형외과라는 곳에서 비타민 관리도 받는다고 하더라.
나를 연기하는 이민호는 굉장히 몸을 잘 쓰고 운동 실력이 좋은 배우다. 혹자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비주얼’이라는 말도 했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무술을 해도 태가 난다. 장군 역을 맡아 무술을 연마하면서 7kg을 뺐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처럼 강렬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나가면 누군가한테 뒤통수나 맞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순둥이라고 한다. 의외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김희선과 영상적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월화드라마의 ‘비주얼 커플’로 불린다. 무사 최영을 연기하려니 원래 성격을 죽이고 ‘조금 더’ 하고 싶어도 꾹꾹 눌러 담는다고. 많은 사람이 그에게 ‘잘 놀 것 같다’ ‘술 잘 마실 것 같다’ ‘여자 좋아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갖지만 보기와는 달리 술도 잘 못 마시고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친해지고 나면 ‘반전’ 있는 성격이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작품 대본을 받고 나서부터 꼭 출연하고 싶었다는 그를 매료시킨 것은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만의 매력이었다나. 나 같은 무사를 연기하려니 초반에는 경직된 상태였다. 지금은 그런 부분을 고쳐나가는 중인 것이 눈에 보인다. 열심히 하는 친구라 금방 해결될 문제 같다. 원래 그는 평상시에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를 구사하지만, 내 대사를 칠 때는 말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내뱉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눈빛에 버금가는 대사 처리와 호쾌한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아주, 열심히,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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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는 무사 최영이 되기 위해 힘있는 대사 처리와 무술을 연마했다.





MBC 수목드라마 ‘아랑 사또전’
까칠한 조선 남자 사또 은오가 말하는 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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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은오. 까칠하고 시크한 사또님이시다. 원래부터 성격이 이런 건 아니었다. 원치 않게 영적인 존재를 보는 능력이 있거든. 이런 능력, 개나 줬으면 좋겠다. 피곤하기가 그지없다. 귀신을 볼 줄 아니 한 맺힌 영혼의 청을 얼마나 많이 듣겠나. 그러다 보니 만사가 귀찮고 지치더라. 덩달아 성격도 까칠해졌다. 하인인 돌쇠 말로는 “미안타” “고맙다” “사랑한데이”는 내가 몰라서 못하는 말이라고 하더라. 그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 배워서 뭐하겠나.
그래도 너무 미워하면 섭섭하다. 가슴 한편에는 언제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밀양에서 행적이 끊긴 어머니를 찾아 떠나던 중에 아랑이라는 처녀 귀신에게 그야말로 말려들었다. 숲 속에서 쫓길 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내가 피워놓은 모닥불 앞에서 계집아이가 조심성 없이 저고리를 훌훌 풀어 젖히는 거다. 귀신을 볼 줄 안다는 걸 알면 귀찮아지니까 겨우 참았는데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아오! 안 들린다고. 그놈의 “내 말 좀 들어줘” 때문에 귀에 딱지가 앉은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졸지에 아랑의 계획에 넘어가 이 기억실조증 걸린 처녀 귀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사또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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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연기하는 배우 이준기(30)는 이 작품이 군 제대 후 첫 작품이라더라. 2년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신통하게 하는 것이 군대에서 몸이 근질근질해서 어찌 살았나 모르겠다. 작품 연출을 맡은 김상호 PD가 “이렇게 즐겁게 촬영하는 배우는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니 말 다했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해 한번은 혼나기도 했다. 스태프들이 수다스러운 그를 감당하지 못하더라. “주연 배우가 컨디션 조절 안 하고 이렇게 떠드는 건 처음 봤다”라며 자중하라는 소리를 듣고도 기죽지 않고 해맑은 모습이었다.
군 생활하면서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배우들과 만나고 현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들뜬 것 같다. “현장의 1분 1초가 소중하다”나 뭐라나. “군 생활을 마치자 태도도 딱딱해지고 말투도 무뚝뚝해졌다”라더니 일부러라도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겠다며 더 오버하는 눈치다. 아랑만큼이나 피곤한 청년이다. 아랑 역을 맡은 신민아는 조용하고 내성적인데 이준기는 정말이지 조잘조잘 시끄럽다. 그 덕에 상대역인 신민아가 금방 스태프들과 동화된 것은 뭐, 장점으로 쳐줘야겠군. 오죽했으면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도 즐겁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촬영하겠다”고 하겠나. 군대에서 무기 다루는 실력 말고 연기 실력도 늘었는지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덕에 시청률이 나쁘지 않다. 방영하자마자 수목극 1위에 올랐다. 내 하인인 돌쇠 역의 권오중은 배역을 넘어 실제로도 그에게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알고 보니 이준기가 엄청난 애주가라던데. 오랜만에 좋은 술친구 만났다며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모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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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가 연기하는 은오는 여자도 출세도 관심 없었지만,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아랑과 모험을 떠난다.



사극이 처음은 아니란다. 데뷔작인 ‘왕의 남자’는 1천만 관객을 넘겼고 기생오라비 같은 예쁜 얼굴로 공길 역을 맡아 여심 좀 홀렸던데.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신하는 건 좋게 봐줄 만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나 ‘일지매’ 등을 통해 얼굴로만 먹고사는 배우가 아닌 걸 증명했으니. 두 차례 사극을 했는데 왜 또 사극을 해서 이 몸을 연기하나 싶은데, 정통 사극을 하면 정형화된 범주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참신한 게 필요했단다. 그래, 내가 좀 참신한 조선 남자긴 하지.
게다가 그는 대책 없는 긍정남이다. 촬영할 때 불볕더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찜질하는 것처럼 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땀을 많이 흘리니까 살이 빠져서 좋다”라고 하질 않나, 부상당하고서도 “멋진 장면일수록 희생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며 “감수해야 한다”고 프로 의식을 내비치는데 아, 선수구나 싶었다. 기존 작품과 다른 이미지로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를 만들어보겠다는데 이 친구, 도와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아랑이 내게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MBC 금요시트콤 ‘천 번째 남자’
럭셔리한 원테이블 레스토랑 사장 김응석이 본 이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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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이블 레스토랑 오너 김응석이에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이 세상 모든 여자가 꿈꾸는 완벽남이랄까, 외모, 능력, 마음씨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들 하더군요. 단점이 있다면 시한부 인생이라는 거죠. 살 날이 3개월밖에 안 남았거든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맛보여 주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예약도 까다롭게 받죠. 손님이 날짜와 시간, 메뉴를 정하는 게 아니라 제가 정하니까요. 함께 일하는 셰프 경석이 형은 프랑스 요리학교 선배인데 저더러 “다 좋은데 사람 못 믿는 게 좀 그렇다”라고 하더라고요.
구미진(강예원)과는 비행기에서 만났는데 아~ 악연이었어요. 기상악화로 기체가 좀 흔들린 것으로 벌벌 떨더니 생판 처음 보는 제 손을 덥석 잡는 거예요. 그래서 안대를 벗었는데, 아는 사람과 제가 닮았다는 되지도 않는 구린 작업 멘트를 치더라고요.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여자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9백99개의 간을 먹었고 한 개의 간을 더 먹으면 사람이 되는 구미호라나요. 우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나서는 영업 끝났는데 와서 술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죠. 그런데 이상한 게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고요.
저를 연기하는 이천희(33)는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멀쩡한 허우대와 달리 어수룩한 천데렐라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죠. 그의 말로는 “배우 이천희는 ‘패밀리가 떴다’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하더라고요. ‘패밀리가 떴다’ 출연 전에는 밝고 재미난 역이 안 들어왔다면, 출연 후에는 반대로 진지한 역 섭외가 줄어들었다고요. 제가 보기에는 유쾌하고 밝은 모습이 아직까지는 인기가 더 많은 듯해요. 평소 모습과도 비슷하고요. 지금은 레스토랑 오너인 김응석을 연기하며 까칠하면서도 도도한 면모로 색다르게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죠. 음식에도 조예가 깊고요. 과거의 남자로 분하느라 사극 분장도 했어요. 시트콤이긴 해도 수중 연기까지, 할 건 다 하는 배우죠. 개봉 예정인 영화 ‘바비’에서는 욕설을 달고 사는 폭력적인 나쁜 남자로 나올 거래요. 그건 또 그것대로 기대되는 부분이네요.
강예원은 전작에서 이민기와 열연한 적이 있어요. 이천희와 이민기의 매력을 비교해달랬더니 “총각과 유부남, (이천희는) 이미 가버린 사람”이라고 한마디 하더군요. 하, 그때 이천희의 표정이란. 그가 본 이천희는 차분하고 얌전한 데다 곁에 있으면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래요. 저도 여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로맨틱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인데 그가 잘 소화해낼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드네요. 시청률 내기를 할 때마다 제대로 맞춰본 적이 없다는 이천희 씨, 15~20%가 넘어가면 직접 구미호 분장이라도 하겠다고 ‘무리수’를 던지더라고요.
8년 만에 연기에 도전하는 개그맨 서경석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아요. 서경석 씨가 연기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자 당황하더라고요. 그러고는 한 대답이 “사실 저도 잘 모르는데…”라고(웃음). 얼결에 서경석의 연기 선생님이 됐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 정말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배우죠.
얼마 전에는 아내 전혜진, 딸 소유 양과 돌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는데 관계자 말로는 “톱스타 병이 없는 스타”였다나요. 딸바보 면모를 보인 건 물론이고요. 그가 “헤헤” 하며 웃는 모습,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더운 날씨에 야외 촬영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힘든 내색 하나도 안 하고 밝은 모습으로 촬영해서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죠. 결혼 전에도 캠핑 마니아였는데 아이가 생긴 다음부터는 가족 나들이에 관심이 많다고 하네요. 아내 전혜진이 부럽네요(웃음).
전혜진은 그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배우로서 든든한 서포터가 돼주고 있죠. 그의 말로는 전작인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촬영 당시에도 대본을 함께 맞춰주고 A4 용지에 빼곡하게 캐릭터 분석을 해서 주는 등 내조를 톡톡히 했다는군요. 그에게는 결혼 후 첫 작품이었는데 아내 덕에 부담을 덜었겠더라고요. 야, 아직 전 결혼도 못했는데 좀 부러운데요.

민호·준기·천희 3색 매력

1 이천희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천데렐라 이미지를 벗고 까칠한 레스토랑 오너로 변신해 강예원과 호흡을 맞춘다. 2 아내 전혜진, 딸 소유 양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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