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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LIFE IN NEW YORK

프리메이슨 피크닉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푸드칼럼니스트 미령·셰프 로랭 부부 맛을 탐하다

글·사진 | 이미령, 로랭 달레

입력 2012.09.18 15:49:00

프리메이슨 피크닉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1 롱아일랜드 포트 워싱턴의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과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 2 뉴욕 A지부 프리메이슨의 바비큐 모임은 여느 가족 피크닉처럼 유쾌하고 평화로웠다.



지금 우리 부부는 뉴욕 주 낫소 카운티 롱아일랜드 포트 워싱턴의 한 공원에 있다.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들, 선박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는 항구의 풍경에 눈이 저절로 시원해진다. 오늘은 피크닉에 초대를 받았다.
테이블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더니 “히틀러가 군림하던 시절, 독일에 살고 있었다면 나도 저들과 함께 가스실로 끌려갔을 테지요”라고 한다. 뭔 소리? 메르게즈(merguez: 북아프리카산 매콤한 소시지)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우물거리던 나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1950년대식으로 짧게 이발한 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소풍객들을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내게 “여기 모인 사람 중에 아는 사람 있어요?”라고 묻는다. “셰프 S 딱 한 사람 알아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나와 같은 처지군요”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영문을 몰라 하는 내게 그는 “셰프 S는 제 사촌동생이에요. 우리가 같은 테이블에 배정된 이유군요. 이렇게 프리메이슨(Freemason)들만 모여 있는 피크닉은 저도 처음이죠”라고 했다.
“프리메이슨 소풍?” 하고 내가 깜짝 놀라자 그는 오늘 소풍이 뉴욕 A 지부 프리메이슨 가족 및 친구들 간 연례 바비큐 모임인 줄 몰랐느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셰프 S가 프리메이슨인 것은 알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프리메이슨인 줄은 몰랐네요.”

히틀러의 핍박을 받은 프리메이슨과 공산주의자
면바지나 청바지, 바캉스용 버뮤다팬츠에 편안한 티셔츠를 입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을 새삼 다시 쳐다보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들이 마소닉 레갈리아(Masonic Regalia: 프리메이슨 예복)를 걸치기라도 한 듯 갑자기 특별하게 보였다. 그리고 셰프 S의 사촌형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히틀러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번개 맞은 듯 깨달았다. S는 자신의 사촌형 티에리가 프랑스 공산당(Parti Communiste Francsais) 소속 활동가이며 극좌적 이슈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에 대해 자주 다루는 프랑스 라디오 방송 노바(NOVA) 소속 저널리스트라고 했다. 그 티에리가 뉴욕에 온 것이다.
히틀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리메이슨과 공산주의자들이 대부분 유대인이거나 유대인과 관련이 있으며, 그들이 국제적으로 긴밀히 결탁해 지하정부를 만든 후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프리메이슨과 공산주의자들을 집단수용소로 보내 몰살하려 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눈 앞에 앉아 있는 공산주의자 남자와,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프리메이슨들은 히틀러 시절이라면 목숨이 남아 있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그런데 45달러나 되는 참가비를 받고 겨우 메르게즈 바게트 빵만 계속 서빙하는 것은 너무한데…. S의 말로는 뷔페가 준비된다고 했는데 벌써 오후 2시네요.”
티에리가 입을 삐죽 내밀며 불평을 했다. 도대체 제대로 된 점심 식사는 언제쯤 나오는 것인지 바게트 빵을 반으로 잘라 메르게즈 소시지 한 조각을 넣은 샌드위치와 음료수만 무한정 제공되고 있었다. ‘정말 음식은 이것뿐인가? 그렇다면 참가비가 조금 비싸군.’ 나도 속으로 티에리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사람 구경에 몰두했다. 저마다 한 손에는 와인 잔이나 각종 음료수 잔을 들고 메르게즈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저 남자들이 전부 프리메이슨이라고? 프리메이슨이라면 중세부터 지속되는 남자들만의 비밀 조합 아닌가? 내가 알고 있는 프리메이슨 관련 지식을 하나둘 되새기는 사이 로랭과 셰프 S가 레드와인과 로제 한 병씩을 들고 왔다.

프리메이슨 피크닉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1 오후 2시가 되자 피크닉 뷔페 식탁에 샐러드부터 각종 해산물, 채소 요리가 차려지기 시작했다. 2 바비큐 스탠드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굽다 잠시 기념 촬영에 응해준 셰프. 3 프리메이슨 피크닉에 등장한 와인들.



“사람 해골에 와인을 따라 마시나요?”
“두 사람 벌써 상견례 했군?”
유쾌하고 매력적인 S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티에리는 “이렇게 비싼 점심 식사가 제공되는 소풍은 처음이야”라며 먹고 있던 바게트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S에게 윙크했다.
“이런 이런. 점심 식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15분 후에 뷔페가 차려질 거야. 두고 보라고. 최고의 재료를 이용한 피크닉 음식들이 푸짐하게 마련됐으니까.” S가 조금만 더 참으라며 우리를 달랬다. 그러고는 레드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 와인 잔 4개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가 따르는 레드와인의 빛깔이 마치 프랑스 공산당 PCF 깃발의 빛깔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잔 안으로 와인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댄 브라운의 소설 ‘The Lost Symbol’을 보면 프리메이슨들이 ‘소설에서처럼 사람 해골에 와인을 따라 마시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 프리메이슨 주의 또는 제도)에 대해 별별 상상을 다 하는 것 같아요.”
이 말에 세 남자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그 자리에서 댄 브라운의 소설을 언급한 것이 좀 갑작스럽기는 했다. 나는 프리메이슨인 S가 와인을 따르는 모습을 보다 저절로 떠오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음모론자들은 별의별 설을 만들지요.”
S가 재미있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나를 모든 음모론을 진실로 믿으며 비관적인 세계관에 빠져 있는 지극히 안이한 사람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됐다. 그러나 나는 호기심이 많다. 나도 모르게 프리메이슨 가족 피크닉에 참가했으니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이참에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S에게 속 시원히 들어보기로 했다.
“음모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대의 프리메이슨리는 평화, 개인의 성장과 자유, 박애를 목적으로 하는 친목 단체일 뿐이에요.”
프리메이슨은 전 세계적으로 6백만 명, 미국과 영국에만 5백만 명이 있단다. 사실 성실하고 사람 좋은 S와 온갖 음모론에 등장하는 ‘그림자 정부’ 구성원들을 연결 짓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쯤에서 S의 건배에 모두들 “치어스! ”라고 답배했다.



텍사스식 바비큐 vs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프리메이슨리는 중세 석공들의 길드를 모태로 1717년 영국에서 출범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기원은 아무도 모르지만 중세 기사단을 넘어 고대 이집트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18세기 중반 전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며 많은 중산층과 엘리트들이 가입했다. 계몽주의 사조에 따라 도덕, 상식, 경험, 과학을 중시했으며 개인의 자유, 평등한 권리와 교육, 인본주의를 지향했다.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중요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각종 역사적 사건들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우주를 창조한 위대한 건축가인 ‘절대자(Supreme Being)’의 존재와 영혼 불멸을 믿으며 대부분의 로지들이 무신론자는 받지 않는다. 보통은 인종, 계급, 종교 차별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프리메이슨리를 국제적으로 통일된 거대한 단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향이 다른 데다 불화마저 발생하는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커다란 흐름 안에 각 나라와 지역마다 그랜드 로지, 그 하부 조직, 수많은 파생 조직들이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지부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서로를 자동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니며 대지부와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는 것도 아니다. 각 지부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배타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전 세계 프리메이슨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중앙 지휘 체계나 중앙지부가 존재할 수 없다.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듯 이 세상에 모든 비밀을 꿰뚫고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총괄본부나 빅브러더는 없다. 뉴욕에도 여러 로지가 있고 뉴욕 주 지역본부는 맨해튼 23번가에 있다. 이곳에는 유명한 프리메이슨인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대통령 선서를 할 때 맹세한 성경도 있다. S는 뉴욕 대지부(Grand lodge of New York : www.nymasons.org)에 소속돼 있다.
여기까지는 모두 S가 설명해준 것이다. S가 들려준 프리메이슨 역사에 귀를 쫑긋한 사이 우리 테이블 가까이에 뷔페가 차려졌다. 다양한 샐러드, 가재와 각종 해산물 요리, 훈제 연어, 라타투이와 같은 채소 요리가 푸짐하게 차려졌고 그 옆에 거대한 바비큐 스탠드가 설치됐다. 무더운 날씨에 커다란 몸집의 프랑스인 셰프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굽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시종 벌컥벌컥 생수를 들이켰다.
“오늘은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를 준비했어요.”
S가 내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미국식 바비큐라고 하면 텍사스식 바비큐가 전부인 줄 알았다. “아메리칸 스타일 바비큐 = 텍사스식 바비큐”로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 미국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친구로부터 텍사스 바비큐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바비큐의 차이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미국 바비큐의 원조는 단연 사우스캐롤라이나식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모든 바비큐 소스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밖에 없다고 자랑했다.
텍사스식 바비큐는 이스트, 센트럴, 사우스 텍사스 바비큐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그 역사가 길어야 1백50~2백 년밖에 안 됐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는 15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또 그릴은 매우 센 불에 짧은 시간 동안 고기를 굽는 것이고, 바비큐는 약한 불에 장시간 천천히 익히거나 뜨거운 연기를 이용해 훈제하는 것이라고 그릴과 바비큐의 차이도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그릴과 바비큐를 잘 구분하지 못해요.”
이 설명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는 바비큐가 아니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소스들을 이용한 그릴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머스터드 바비큐 소스, 입천장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레드 페퍼 소스, 비네거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프리메이슨 피크닉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1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는 센 불에 짧게 굽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바비큐라기보다 그릴에 가깝고,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2 3 5 6 피크닉 음식들은 ‘comfort food’라 해서 어머니의 손맛처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다. 고기든 채소든 큼직큼직하고 푸짐한 것이 특징. 4 가재 요리를 들고 카메라 앞에서 익살을 떠는 이 남자도 프리메이슨일까?



솜씨만큼은 끝내주는 프리메이슨 셰프
프리메이슨 피크닉은 여느 가족의 피크닉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은 프리메이슨 셰프들의 요리 솜씨가 끝내준다는 사실! ‘comfort food’는 늘 먹는 ‘어머니의 손맛’ 같은 음식들이어서조리법이 복잡하지 않고 맛은 편안했다. 더욱이 소풍에 참석한 사람들이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준비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프리메이슨들은 세계 유일 정부를 세우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야망보다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야망이 더 큰 것 같았다. 뉴욕에서 대단히 성공한 셰프로서 동료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는 S가 계속 날라다 주는 환상적인 피크닉 음식들을 열심히 먹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만일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 프리메이슨리가 세계 지배를 노리는 지하 결사 조직이며 최고 등급의 프리메이슨 엘리트들이 세계 유일 정부를 창설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해도, 오늘 내가 만난 이들에게서 그런 낌새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 같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혹은 지인들끼리 낚시를 하거나 페탕크(petanque: 경기장에 목재 공을 놓고 금속 공을 던지며 하는 게임)를 하고, 수영을 하다 낮잠을 자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나도 행복했다!

푸드칼럼니스트 이미령, 셰프 로랭 달레는…

프리메이슨 피크닉과 사우스캐롤라이나식 바비큐


로랭 달레는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 출신으로 파리 에콜 데 카드르, 시티 오브 런던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뉴욕에 오기 전까지 프랑스 르노 사와 브이그 텔레콤에서 일했다.
마흔 살이 되기 전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러 2007년 2월 말 뉴욕으로 와 맨해튼 소재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조리를 배우고 지금은 뉴욕 주재 프랑스 영사관 수 셰프로 근무하고 있다. 이미령은 연세대 음대,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뮤직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브이그 사에서 국제로밍 및 마케팅 지역 담당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뉴욕에서 Le Chef Bleu Catering을 경영하며 각종 매체에 음식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런던 유학 중 만나 결혼했다.
저서로는 ‘파리의 사랑 뉴욕의 열정’이 있다. mleedallet@yahoo.fr

여성동아 2012년 9월 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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