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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싱글녀에 대한 이상한 간섭

독일인 주부 유디트의 좀 다른 시선

기획 | 한여진 기자 글 | 유디트

입력 2012.09.06 10:50:00

한국 사람들의 싱글녀에 대한 이상한 간섭


“남자친구 있어요?”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한 남자교수가 어느 여강사에게 묻는다.
거의 마흔 살이 된 여강사가 “아니오”라고 대답하면서 머리를 숙여 자기의 식판을 내려다본다.
“빨리 남자친구를 찾아 결혼해야지!”라며 남자교수는 여강사에게 ‘조언(?)’을 한다. 혀를 차며 이야기하는 교수는 여강사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이런 경우를 몇 번이나 접했는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보았다. 한국에서는 ‘독신녀의 사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묻고 이러쿵저러쿵 소견을 말해도 되는 것 같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싱글녀의 사생활에 대한 대화’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다. 어느 여교수와 점심 식사를 하며 ‘그 여교수의 딸 문제’로 얘기를 나눴다. 여교수는 딸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딸이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딸이 결혼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딸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 교수는 ‘딸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잔다고 했다. 딸에게 여러 번 남자도 소개해줬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이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딸이 결혼하려 하지 않는 것이 그에게 큰 걱정거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여교수의 사고방식이 이상해 보였다. 그는 딸이 왜 결혼에 관심 없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딸이 왜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여교수에게 물었다. 여교수가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는 결혼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결혼하지 못한 여자는 불쌍해요. 여자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불행해져요.” 나는 다시 이렇게 질문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돈을 못 벌었으니까 혼자 사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요즘은 결혼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나요? 직장을 다니고 돈도 잘 버는 딸이 왜 불쌍하죠? 왜 결혼 안 하면 무조건 불행해지는 거죠?” 여교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글쎄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 주제를 바꿔버렸다.
싱글녀에 대한 이런 사고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많이 놀랐다.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교수의 딸처럼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까닭은 간단했다. 결혼 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직장을 다니고, 여행도 하고, 공부도 계속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문제 삼는 이는 내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내 머릿속은 결혼하지 않고 사는 멋진 여자들의 모습으로 꽉 차 있었다. 작가, 화가, 철학자….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사는 인생이 참 멋져 보였다.

한국 사람들의 싱글녀에 대한 이상한 간섭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부모님의 친구들이나 학교 선생님들 중에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꽤 있었다. 어린 내 눈에도 그들이 참 재미있게 사는 것으로 보였다. 성인이 돼서도 싱글녀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다. 지금도 독일에는 ‘아직(?) 싱글로 사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싱글녀들이 멋지게 사는 모습’을 나는 지금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만약 내가 독일에 있는 싱글 친구들에게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불쌍하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생각만 해도 창피하다.

여강사가 남자교수가 자기를 얕보는 것을 억지로 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같은 여자로서 강한 분노를 느꼈다. 오히려 그 남자교수가 그런 말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일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할 때마다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서른 살 넘은 딸이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는 그 여교수가 ‘사랑하는 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하는 것을 다른 곳에서 또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그 여교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젠 나도 안다. 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싱글녀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싱글녀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꿋꿋이 살아도, 싱글녀가 아무리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도, 싱글녀는 끝까지 ‘문제’로 남는다. 명절 때, 친척 결혼식에 갈 때, 싱글녀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나이를 점점 더 먹으면서는 심지어 결혼한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각오하고 나가야 한다. 매일 직장에서 동료가 묘하게 얕보는 것은 싱글녀에겐 이미 당연한 일상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거의‘마흔 살이 된 여강사’가 혹시 남자친구가 생기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나이 든 여강사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취미를 가진 남자교수는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을까? 혹시 10년 전에 만난 그 여교수는 싱글녀로 사는 딸이 ‘이 모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게 하려는 ‘배려’의 마음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 아닐까?

한국 사람들의 싱글녀에 대한 이상한 간섭


유디트(41) 씨는…
독일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 온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현재는 강릉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강의를 나가면서 강원도 삼척에서 남편과 고양이 루이, 야옹이와 함께 살고 있다.

일러스트 | 한은선

여성동아 2012년 9월 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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