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방학은 보통 7월 말에 시작되지만 핀란드에서는 6월 초에 방학이 시작돼 아이들은 벌써 신나게 놀고 있다. 핀란드의 겨울방학은 2주밖에 안 되지만 여름방학은 두 달 반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긴 편이다.
인간이 가장 살기 좋다는 20℃ 전후 기온에 살랑거리는 바람, 쏟아지는 햇살… 1년 내내 이런 날씨가 이어진다면 정말 좋으련만, 신은 이런 날씨를 1년에 딱 두 달만 핀란드 땅에 허락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해가 나지 않고 춥디추운 겨울에는 부지런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대신 1년에 얼마 되지 않는 뜨거운 여름에는 자연 속에서 충분히 놀고 쉰다. 놀 때는 화끈하게 놀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핀란드에는 방학숙제라는 것이 애당초 없다. 아이들은 각종 취미 캠프에 참여하거나 호숫가 여름 별장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낸다. 간혹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 휴가를 즐긴다.
1년 중 가장 살기 좋은 여름, 맘껏 놀 수 있는 여름방학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핀란드에서는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많기 때문에 개인이 미래를 대비해 저축할 필요가 별로 없다. 저축이라고 하면, 겨울과 봄에는 여름휴가를 위해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돈을 모으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빈곤한 가정은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식에서도 여유 있는 가정보다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핀란드 신문 기사를 검색하다 ‘돈 없이도 보람차게 방학을 보내는 법’이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필자도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려면 아직 한 달 이상 남아 있기에 자연스레 이 기사에 관심이 갔다. 이 글에서 소개된 여러 방법은 돈을 아끼려는 차선책이라기보다는,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 같아 이 중 10가지를 소개한다.
1 아이들과 함께 짧은 그림동화 써보기. 대사를 다 채운 후에 아이와 함께 그림동화를 읽으면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 보물 찾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숨겨놓은 후 그 장난감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그려진 보물 지도를 아이에게 그려준다. 아이는 이 지도로 보물 찾기에 나선다. 이 밖에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 번 다 모아보라고 해볼 수도 있다.
3 아이와 함께 식물을 심고 그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같이 지켜본다.
4 아이와 의논해 아이 방을 함께 재배치해본다.
5 현재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을 천천히 살펴보고 그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보는 도시 탐험에 나선다.
6 아이에게 카메라나 그림 도구를 주고 집이나 이웃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 5컷을 찍거나 그리도록 한다.
7 오래된 옷이나 철 지난 옷으로 아이와 함께 패션쇼를 열고 사진을 찍는다.
8 집 근처 재래시장에 가서 시장 분위기를 익히며 맛있는 시장 음식이나 거리 음식을 사 먹는다.
9 아이와 함께 집 안의 모든 장난감을 점검해 고칠 것은 고치고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중고 상점에 기증한다.
10 아이 친구들과 함께 공동으로 미니 올림픽을 개최해본다. ‘장화 던지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종목으로 올림픽을 구성하며, 결과에 대해 메달도 수여한다.
1 숲 속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2 핀란드 사람들은 긴 여름방학과 휴가 동안 가족여행을 하거나 숲 속 별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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