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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무대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뻔뻔해지는 천생 개그우먼, 예쁜 척도 자꾸 하니 익숙해져”

글 | 김지영 신동아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2.07.16 16:25:00

‘멀쩡하게 생겨서 뻔뻔하게 망가지는’ 것이 특기인 개그우먼 신보라. 그는 최근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개그 코너를 통해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까지 인정받으며 개그계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그의 무대 밖 자화상을 엿봤다.
‘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우리의 용감함을 보여주지!) 여자에게 인기 많은 남자들/ 여자 친구 쇼핑할 때 6시간 기다려/ 니가 사줄 거 아니면 입 다물고 기다려/ 화장실에 가면 가방 들고 기다려/ 그 백이 니 몸값보다 비싸/ 음식 사진 찍을 땐 먹지 말고 기다려/ 니가 먹을 수 있는 건 무한리필 빵/ 화장하는 동안 2시간을 기다려/ 이쁘다고 안 하면 넌 다이/ 기다려, 기다려….”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새 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2월 첫선을 보이자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용감한 녀석들’은 개그우먼 신보라(25)와 개그맨 박성광, 정태호가 동명의 힙합 트리오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 개그와 음악을 접목한 색다른 시도와 세태를 풍자하는 랩, 무엇보다 신보라가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내지르는 노랫소리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후 신보라는 ‘용감한 녀석들’ 팀과 동명의 그룹을 결성해 음원을 발매한 데 이어 SBS 드라마 ‘유령’ 삽입곡까지 부르는 등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과 활동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팬들은 그가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과 개그맨이 되기 전 한국기독교음악(CCM) 합창단인 ‘헤리티지 메스콰이어’ 3기로 활동할 당시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원래 ‘무림의 고수’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왜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이 됐을까. 실제로도 ‘용감한 녀석들’에서처럼 거침없이 용감할까. 아니면 생뚱맞은 장소에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생활의 발견’에서 하듯이 뻔뻔하고 엉뚱할까. 5월 말, 많은 궁금증을 안고 그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개그우먼 되고 나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있어요”

‘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 ‘개그계의 대세’로 불릴 만큼 인기 절정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제 코너와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뿐이에요. 개인적인 인기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아요. 3년간 개콘을 하면서 코너가 사랑받고 캐릭터가 사랑받을 순 있지만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사랑받는 현재에 감사하며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해요.”

▼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그룹명으로 발매한 음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제 정식으로 가수가 된 건가요?
“음원을 내긴 했어도 가수에 뜻을 둔 건 아니예요. 개그맨이 만든 유행어는 저작권이 없어서 다른 방송이나 광고에서 가져다 써도 보호받을 길이 없어요. 그게 안타까웠는지 개콘 제작진이 먼저 음원을 내서 저작권을 인정받으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엔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 그 다음엔 ‘I 돈 CARE’라는 음원을 코너와의 시너지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KBS ‘뮤직뱅크’에 출연했을 때도 팬층이 나뉘지 않고 다 같이 응원해줘서 무척 감동받았죠.”

▼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대학교 1학년이던 2006년 말 블랙가스펠 그룹인 헤리티지 공연을 보고 홀딱 반했어요. 크리스천이라 종교적으로도 끌렸고 블랙가스펠을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스쿨에 지원했어요. 거기서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 4년 가까이 활동하며 고음뿐 아니라 저음 내는 법을 같이 배웠어요.”

▼ 헤리티지 메스콰이어 2집 첫 곡을 솔로로 불렀던데 그 정도면 가수로 데뷔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수가 되겠단 생각조차 못했어요.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에 몸담으면서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마음껏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대중가수로 나설 자신감이 없어서요. 중·고등학교 때도 가요제에 나가면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저 스스로 ‘서울에 노래 잘하는 이들이 널려 있을 텐데 거제도에서 잘해봤자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오히려 개그우먼이 되고 나서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구나, 연기도 재미있구나, 하면서 미처 몰랐던 제 자신을 알아가고 있어요.”

‘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1 2 신보라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용감한 녀석들’팀. 그녀 외에 양선일, 박성광, 정태호 등으로 구성됐다. 3‘생활의 발견’ 송준근(왼쪽)은 신보라가 가장 친한 동료로 꼽은 인물. 신보라 오른쪽은 김기리.



학창 시절엔 재미있고 만만한 아이

‘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합격하기 전까지 그는 거제도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엔 전교어린이회장, 중학교 때는 회장, 고등학교 때는 부회장을 지낸 ‘엄친딸’이다. 이런 부류의 학생에겐 공통점이 있다.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리더십이 뛰어나거나. 그런데 그는 학창시절 줄곧 임원을 한 비결을 묻자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놨다.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서 성적이 딱 한 만큼만 나왔어요. 모의고사보다 내신 성적이 더 좋았던 걸 보면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를 임원으로 뽑아준 건 재미있고 만만해서일 거예요. 선생님 흉내 내면서 웃기고, 공부하기 싫을 때 나가서 시간 때워주고 해서 인기가 있었어요. 아무 때나 장난치고 놀릴 수 있는 아이라서…. 친구들이 절 엄청 놀렸어요. 신정환 씨 닮았다며 ‘만능 신정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광수생각의 ‘신뽀리’라고 놀리기도 하고…(웃음).”

▼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나 PD가 되고 싶어서…?
“방송 쪽 생리를 알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자나 PD가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도 몇 번 받았지만 기자란 직업에 흥미나 호기심이 생기진 않더라고요. PD도 제가 도전하기에 버거운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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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쩌다 개그우먼이 된 건가요?
“4학년 1학기 마치고 취업이 현실이 되면서 휴학을 했어요.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뭘 해야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한 끝에 얻은 결론이 개그였어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 흉내 내면서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하고, 상대가 웃어주면 마냥 행복하고 그랬거든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개그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길에 도전해볼 용기가 생기더군요. 휴학하고 얼마 후 마침 개그맨 시험 공고가 나서 바로 지원했죠. 돌아보면 어떤 길로 풀릴 줄은 몰랐지만 제 안에 개그우먼이 되고픈 욕구가 꿈틀대고 있었나봐요.”

▼ 개그우먼 되고 나서 가족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제가 친구들이랑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개그우먼 됐을 때도 많이 놀라진 않으셨어요. 오빠도 처음엔 놀라더니 지금은 연예인 동생 둔 게 싫지 않은 눈치예요. 지난 연말에는 제가 상 받을 때 자기 이름 안 불렀다고 서운해하더라고요.”

‘먼 친척’ 유희열, 존재만으로도 든든
서울대 출신 방송인 유희열도 그와 혈연관계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마른 체형과 ‘엄친아’였다는 공통점을 들어 “피는 못 속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가 방송에 관심이 생긴 것도 유희열의 영향일까.
“오빠와는 아무 상관 없어요. 6촌 간이라는 것을 중학교 2학년 때 알았고, 내가 개그우먼이 된 걸 알고 오빠도 무척 놀랐어요. 이 길은 순전히 저 혼자 결정했지만 그래도 오빠는 존재만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죠. 저와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음악 하는 사람이자 진행자로 그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든든해요.”
2010년 가을 그는 KBS 공채 25기 개그맨 시험에서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자주 써먹던 ‘선생님 흉내 내기’와 미국의 팝가수 비욘세 모창을 선보여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개그를 잘한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연기하는 모습을 심사위원들이 남다르게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개콘에서 맡은 코너 모두 독창적이라는 호평 속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에서 그에게 쇼·오락 부문 우수연기상을 안긴 ‘생활의 발견’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1년 넘게 방송 중이다. 롱런 비결이 뭘까.
“팀워크가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개콘은 다 공동 작업이거든요. 1년 반 넘게 방송한 ‘슈퍼스타 KBS’도 25기 개그맨들과 김진철 선배가 함께 짰어요. 저 혼자 아이디어를 냈다면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을 거예요.”

‘개콘 대세’ 신보라 너의 솔직함을 보여줘!

신보라는 예쁘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재능 많은 개그우먼이다.



그는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는 동료 개그맨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생활의 발견’의 송준근을 꼽았다. “3년 선배라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웠는데 동선 하나까지 맞추려고 새벽 두세 시까지 함께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의 다음 동작이 읽히고, 어떤 애드리브를 해도 다 받아줄 수 있을 정도”라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한동안 연인 간의 이별 상황에서 폭소를 자아내던 이 코너는 최근 게스트를 출연시켜 삼각관계를 연출하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신보라는 5월 초 게스트로 나온 가수 박진영과 그의 신곡에 맞춰 춤을 춰 누리꾼들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춤꾼에게도 밀리지 않은 춤 솜씨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 ‘생활의 발견’은 오래한 만큼 기억에 남는 일화가 많을 것 같아요.
“방송 초반 극적인 상황을 만들려고 ‘아내의 유혹’ 같은 드라마를 수없이 봤고 무엇보다 닭발이며 산낙지, 홍어를 먹던 일이 잊히지 않아요. 모두 그 코너 찍느라고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이거든요. 거제도에서 살았어도 해물을 좋아하지 않아 리허설 땐 안 먹고 녹화할 때만 먹었는데도 맛있는 척하려니 힘들더라고요.”

정범균의 공개 구혼은 장난, 선배들에겐 편한 여자 후배
신보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여의도 KBS로 출근한다. 개콘 녹화가 있는 수요일을 기점으로 그에 앞선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리허설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엔 다음 주용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 때문.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싶으면 주말에도 회의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시간조차 내기 힘들다는 그는 얼마 전 모처럼 짬이 나 할리우드 액션물 ‘어벤져스’를 봤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근심 걱정 다 잊은 듯 해맑게 웃는 그를 보니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예쁘다는 얘기는 개그우먼 되고 나서 들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힐 신고 옷 차려입고 중절모 쓴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때도 ‘내가 무대에 서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지, 화장 지우고 집에 있을 땐 예쁘다고 느낀 적 없어요. 방송에서 예쁜 척하는 것도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멀쩡하지만 뻔뻔하게 망가지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 연기하기가 편해졌죠.”

▼ ‘용감한 녀석들’의 홍일점이라 선배들이 잘해줄 것 같아요.
“잘해주시는데 여자로는 안 봐요. ‘아주 편한’ 여동생처럼 대하세요. 하하하.”

▼ 개그맨 정범균 씨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인에게 한 공개 구혼은 장난인가요, 진심인가요?
“분위기를 띄우려고 장난처럼 그런 얘기를 꺼낸 거예요. 그에 관한 얘기는 더 하지 않기로 저랑 정리했어요.”

▼ 개그맨 커플이 꽤 많던데 그분은 본인 스타일이 아닌가요?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잖아요. 남자로 보이진 않죠.”

▼ 이상형이 있나요?
“딱히 정해둔 건 없어요. 아무리 이상형에 가까워도 제 마음이 가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보면 설레고 떨리고 좋아지는 사람이요. 철없고 가벼운 사람보단 부모에게 잘하고, 진지한 자리에선 진지하면서도 저와 둘이 있을 땐 장난 많은 그런 사람이 좋아요. 사람들 앞에서 안 보여준 매력을 저한테만 보여주면 좋겠고(웃음).”

▼ 평소 어떤 성격인가요?
“‘용감한 녀석들’에서처럼 독설을 내뱉는 사람도 아니고, ‘생활의 발견’에서처럼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캐릭터 때문에 좀 세게 보이더라고요. 낯을 가리지만 조용하진 않아요. 편해지면 재미있는 모습이 많이 나오죠.”

▼ 개그를 하려면 얼굴이 두꺼워야 하는데 힘들진 않나요?
“무대에 서면 저도 모르게 뻔뻔해져요. 개그맨 중에 그런 사람 많을 거예요. 평소에는 튀지 않는데 무대에서는 숨어 있던 끼들이 다 나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도 새삼 놀라요. ‘내가 그냥 개그우먼이 된 게 아니구나, 내 안에 이런 끼가 있었구나’ 하고요.”

▼ 앞으로 어떤 개그우먼이 되고 싶은가요?
“제 롤 모델이 강유미, 안영미, 신봉선 선배님이에요. 저도 개콘을 보며 자랐는데 선배님들은 항상 저를 기대하게 만들었어요. ‘오늘은 무슨 개그를 보여줄까’하고요. 선배님들처럼 기대감을 주는 개그우먼이 됐으면 좋겠어요. 더 나중엔 볼수록 친근하고 편한 박미선, 이성미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장소협찬 | 라라요상, G.o.M. 스튜디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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