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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 많던 신동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글 | 이수진 중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입력 2012.07.06 15:18:00

중국의 그 많던 신동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베이징에서 치러진 영재반 시험 소식을 접하면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베이징 8중학이 ‘신동반’이라고도 불리는 영재반 과정 학생을 30명 선발하는데 1천2백여 명이 몰려 4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청 자격은 베이징 호적이 있는 10세 이하 학생으로, 이들은 7일에 걸쳐 3단계 시험을 치렀다. 첫 번째 관문은 수학, 어문, 사고력 등의 시험. 이어 2단계 응용력 및 심리 검사, 3단계 토론, 체육 등 다양한 평가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1985년 시작된 이 유서 깊은 신동반은 초등 5~6학년과 중·고교 6년 등 8년 과정을 4년 만에 끝내도록 짜여 있다. 신동반 학생들 대부분이 12~14세에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다. 그래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동반은 ‘명문대 입시의 에스컬레이터’로 통한다.

영재 만들기에 열 올리는 중국 학부모들
베이징에는 베이징 8중학 이외에 런민(人民)대 부중, 위민(育民) 소학교, 인허(銀河) 소학교 등에서 영재교육이 이뤄진다. 전국적으로는 1978년 중국 최초로 영재교육을 실시한 중국과학기술대학의 ‘소년 대학생반’이 가장 유명하다.
‘혹시 내 아이가 영재 아닐까’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이 과정에 입학시키려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아이큐 테스트 및 심리 검사를 받는가 하면 전문 학원에서 따로 과외를 시킨다. 올림피아드 수학 등 각종 경시대회 참가는 기본이다.
중국의 영재들은 통상 13세 전후로 대학에 입학해 20대 초반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각 분야의 핵심인재로 일한다. 아동 및 청소년기부터 초고속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신동들이 교수, 학자, CEO, 관료 등으로 세속적인 의미에서 일찍 자리를 잡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천재성으로 인류와 사회에 어떤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기여를 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
빛나는 성과에 가려진 어두운 실패 사례도 없지 않다.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학교를 자퇴하고 방황하다가 승려로 출가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경우도 있다.
과연 영재교육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은 가운데 최근 한 천재의 출현에 중국 사회가 들썩였다. 전 세계 수학자들이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대학 3학년생이 독창적으로 풀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 중난(中南) 대학 응용수학과의 류루(劉路)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영국의 수학자 시타푼(Seetapun)이 내놓은 ‘램지정리’를 증명해냈다. 이에 학교 측은 졸업도 하기 전에 류루를 교수급 연구원으로 파격 임용했다. 22세로 중국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가 된 것이다. 또 석·박사 전 과정에 대해 1백만 위안(한화 약 1억8천만원)의 학비 및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그런데 그는 신동반 등 별도의 영재교육을 받은 적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한 적도 없다고 한다.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하는 류루는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수학 이론서를 찾아 읽는 등 독학으로 수리 논리학을 파고들었다. 취직에 불리하다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나를 천재라고 부르지 말아달라. 그저 어릴 때부터 수학이 좋아 몰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많은 신동들이 정작 성장 후에는 평범해지거나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과 대조적인 류루의 이야기에 많은 중국 사람들은 열광했다. 류루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행복한 천재’가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천재를 천재답게 하는 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그 많던 신동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 2 중국의 영재교육 열풍은 한국 이상으로 뜨겁다. 베이징 초등학교와 영재학원의 수업 풍경.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6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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