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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할리우드 블루칩’ 이병헌 날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2012. 06. 22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09년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 조-전쟁의 서막’에서 스톰 쉐도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그는 여세를 몰아 ‘지.아이.조 2’에도 캐스팅됐다. 최근 동료 배우 이민정과 열애설에 휩싸였지만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이병헌의 매력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할리우드 블루칩’ 이병헌 날다


배우는 두 종류로 나뉜다. 연기 잘하는 배우와 연기 못하는 배우. 연기력에 빼어난 외모와 스타성까지 갖췄다면 단박에 정상의 자리를 꿰차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배우 중 이런 이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이병헌(42)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이병헌은 1992년 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드라마 ‘백야’ ‘아름다운 날들’ ‘올인’ ‘아이리스’를 거치며 풋풋한 청년에서 남성미 물씬 풍기는 매력남으로 변신해갔다. 특히 영화 ‘쓰리몬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등을 통해서는 근육질 몸매에 완벽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남자 배우로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한류 열풍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이병헌은 어느덧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탐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 출발선에는 2009년 개봉한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 있다. 당시 자객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은 2년 만에 ‘지.아이.조2’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마블 코믹스에서 출판한 ‘G.I. 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 자르탄과 그에 맞서는 최강 전투부대 지.아이.조의 대결을 그린다. 스톰 쉐도우는 전편에서 칼을 맞은 채 떨어져 죽음을 암시했지만 2편에서 재등장해 천적 스네이크 아이즈와 다시 대결을 펼친다.
스톰 쉐도우는 일본의 닌자 조직 아라시카게의 후계자로 스네이크 아이즈와는 선의의 경쟁자였으나 스승이 암살당하면서 둘 사이에 오해가 생겨 애증 관계로 뒤바뀐다. 스승을 암살한 집단이 코브라 부대인 줄 오해한 스톰 쉐도우는 복수를 결심하고 코브라에 잠입한다. 갑자기 스톰 쉐도우가 사라지자 스네이크 아이즈와 다른 닌자들은 그가 스승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오해한다.
1편에서 죽은 줄 알았던 스톰 쉐도우는 2편에서 어떻게 부활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병헌은 4월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 부활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진 않지만 어떻게 해서 다시 살아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힌트를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1편에서 스톰 쉐도우는 스승을 죽인 것처럼 묘사되나 원작에는 스톰 쉐도우가 아니라 다른 코브라 대원이 죽인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지.아이.조 2’ 개봉을 앞두고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가 오해를 풀고 마지막에는 스톰 쉐도우가 지.아이.조 군단을 도울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그만큼 스톰 쉐도우, 즉 이병헌의 비중이 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영화 프로모션 단계에서부터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홍보용 포스터를 보더라도 국내용에서는 이병헌이 가운데 등장하고, 미국 포스터에서도 브루스 윌리스 등과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지.아이.조2’ 홈페이지에는 이병헌의 이름이 가장 먼저 소개된다. 실제로 1편 촬영 때에 비해 이병헌에 대한 할리우드의 대우가 몰라보게 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헌도 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대우가 달라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아이.조’ 1편 때 감독과 프로듀서 등 현지 스태프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제가 한국에서 얼마나 연기를 했고, 사람들이 얼마나 저를 인지하고 있는지, 특히 공항에서나 프리미엄 시사회 때 나와준 팬들을 보고 적잖이 놀란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영화 마케팅 측면에서 아시아에서 활용도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겠죠. 처음에 비해 대우가 좋아져서 어깨가 으쓱하고 기분 좋은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제가 조금만 잘못하면 그들이 하루아침에 얼마나 다른 태도를 보일까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죠(웃음).”

할리우드 명예의 광장에서 핸드 프린팅

‘할리우드 블루칩’ 이병헌 날다


또한 이병헌은 선배 배우 안성기와 함께 할리우드 중심가 명예의 광장에서 핸드 프린팅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주최측인 루킹 이스트(Looking East Inc.)는 얼마 전 안성기와 이병헌이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메인 행사의 주인공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최근 ‘지.아이.조’ 시리즈에서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병헌은 6월 23일 오후 할리우드 차이니스 극장 앞 명예의 광장에서 핸드 프린팅과 풋 프린팅을 하게 된다. 이날 핸드 프린팅 행사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을 비롯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올리버 스톤 감독, 배우 샤론 스톤 등 할리우드 대표 영화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1927년 5월 18일 시드 그라우만이 세운 맨스 차이니스 극장은 이국적인 외관과 함께 세계적인 스타들의 손과 발자국이 찍힌 광장으로 유명하다. 핸드 프린팅에는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등 약 2백68명의 영화배우 및 유명 감독과 제작자들이 참여해왔다. 아시아 감독으로는 우위썬(오우삼) 감독이 유일하고, 아시아 배우로는 이병헌과 안성기가 최초로 기록될 예정이다. 이병헌은 이 같은 소식을 ‘지.아이.조 2’ 촬영 중 살짝 귀띔받았다고 한다.
“처음 핸드 프린팅 얘기를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지금도 믿기 힘들어요. 명예의 광장에 가서 직접 핸드 프린팅을 해봐야 정말 내가 했구나 싶을 것 같아요(웃음). 보통 사람들이 목표와 꿈을 가지잖아요. 목표는 어느 정도 현실 가능성 있는 미래라면 꿈은 마냥 그렇게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에 따라서는 이뤄질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제가 할리우드에서 핸드 프린팅, 풋 프린팅을 한다는 건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에요. 그래서 지금의 현실이 더 믿기 힘들고, 만약 그날이 온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지.아이.조 2’는 1편 때에 비해 감독부터 배우진까지, 이병헌을 빼고 모든 스태프가 바뀌었다. 이병헌은 미국의 촬영 현장을 한 번 경험했던 터라 처음과 비교하면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친화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1편 때는 촬영의 3분의 2가 지나도록 함께 연기하는 배우나 스태프와 말도 제대로 못했을 만큼 어색해했어요. 그러다 후반부 프라하 촬영 때 많이 친해졌는데, 이번에는 그들의 습성을 잘 아니까 서로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낯선 사람도 반갑게 맞아주고 거리낌 없이 대해준다는 걸 알고 나니까 이번에는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초반부터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이번에 메가폰을 잡은 존 추 감독과는 연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1편이 캐릭터 소개와 화려한 영상미로 영화 전체를 소개하는 단계였다면 이번에 존 추 감독은 화려한 볼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인물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춰 촬영한다.
“존 추 감독은 각 캐릭터가 지닌 히스토리와 드라마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1편 때는 칼싸움과 발차기만 하는 액션 배우로서의 모습만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캐릭터마다 카메라가 근접해서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액션 연기 못지않게 대사나 감정 연기가 무척 중요했고 그 과정에서 감독과 많은 것을 상의할 수 있었어요. 존 추 감독은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는 상태에서 하나의 대사를 대여섯 가지 버전으로 해보길 요구했는데, 평소 제가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과 잘 맞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죠. 나중에는 제가 먼저 연기를 마치고 난 뒤 ‘나는 이런 뉘앙스로 얘기했는데, 영어 문화권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일까’하고 편하게 감독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할리우드 블루칩’ 이병헌 날다


영어 대사 쩔쩔맬 땐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
영화에서 이병헌은 현지인 못지않은 정확한 영어 발음을 구사한다. 그렇게 하기까지 그는 잠을 설쳐가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누군가 발음이나 억양을 지적하면 그동안 숱하게 외웠던 대사들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는, 난감한 상황도 연출됐다. 이병헌은 “영어로 대화하는 것과 연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 대사가 안 돼 쩔쩔맬 때면 마치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아이.조’가 한국 영화였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1편 때와 비교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한 건 사실이지만 할리우드 시스템 앞에서는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배우의 컨디션이나 몸 상태에 따라 촬영이 지연 혹은 연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미국에서는 모두가 처음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하루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누군가 아파도, 심지어 뼈가 부러져도 촬영장에 반드시 와야 해요. 그러고 난 뒤 제작진과의 회의를 거쳐 스케줄을 조정하죠. 우리나라처럼 밤샘 촬영은 없고 아침 몇 시부터 시작해 몇 시까지 끝낸다는 게 명확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가 자신의 스케줄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무서웠어요(웃음). 이 때문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죠.”
영화에서 이병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난이도의 액션을 선보인다. 상의를 벗은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이번 연기를 위해 이병헌은 몸 만들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편에 비해 근육의 크기도 더욱 키웠다고 한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기존의 스톰 쉐도우 팬들은 스톰 쉐도우가 옷을 벗었다면 몸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근육 덩어리를 좀 더 크게 만들었어요. 생각대로 잘됐는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함께 출연한 더 락(프로레슬링 선수이자 배우)을 의식해서 근육을 만든 건 아니에요(웃음).”
현재는 배에 식스팩 대신 ‘원팩’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식스팩이 사라졌다는 이병헌은 “요즘 촬영 중인 영화 ‘나는 조선의 왕이다(가제)’에서 왕으로 나오기 때문에 식스팩보다는 평범한 몸이 어울릴 것 같다. 다행히 감독님도 그걸 원하시더라”며 웃었다.

이민정과의 열애설은 해프닝?

‘할리우드 블루칩’ 이병헌 날다


몸을 사리지 않는 이병헌의 액션 연기에 함께 출연했던 브루스 윌리스는 얼마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을 “센스 있는 최고의 배우”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미국 배우들은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에 후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 홍보성인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브루스 윌리스 같은 최고의 배우가 좋게 평가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자신과 비교해서 제가 엄청나다고 했다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죠. 어떻게 감히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와 비교를 하겠어요(웃음).”
‘지.아이.조 3’까지 출연 계약이 돼 있는 이병헌은 최근 할리우드로부터 또 다른 러브콜을 받았다. 영화 ‘Red’의 속편 ‘Red 2’에 출연하는 것. 이 영화는 전편에 등장했던 브루스 윌리스와 할리우드 연기 대명사 존 말코비치, 영화 ‘더 퀸’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헬렌 미렌, 그리고 전편 ‘Red’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메리 루이스 파커가 속편에 그대로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배우로서 최고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병헌은 얼마 전 개인사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동료 배우 이민정과 열애설에 휩싸인 것. 열애설의 전말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지난해 말부터 좋은 감정으로 만나다 올해 초부터 관계가 발전했으며, 이병헌이 여동생 이은희의 결혼을 앞두고 이민정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애설이 보도되자마자 양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민정 소속사 관계자는 “이은희의 초대로 이병헌의 집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식사만 했을 뿐이다. 영화계 지인들과 같이 가진 자리였으나 두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병헌 역시 좋은 선후배 사이일 뿐, 연인 관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병헌. 진짜 열애설의 주인공 자리는 언제쯤 꿰찰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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