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닮아 매우 강하다. 인체에서 가장 크고 가장 단단한 힘줄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툭 도드라져 보이는 종아리근육인 장딴지근(gastrocnemius)과 그 밑의 넙치근(soleus muscle)의 힘줄이 합쳐져서 형성되는 조직이 아킬레스건인데 스포츠 활동에서 이 강력한 조직의 활약상은 매우 두드러진다. 달리기나 점핑 시 강력한 파워를 실어 동작을 할 수 있는 것도, 또 그러한 동작을 할 때 온몸에 가해질 충격을 미리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킬레스건 덕분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딱딱한 조직은 유연한 조직보다 에너지를 덜 흡수하며 효율성이 떨어지고 무너지기 쉽다. 반면 유연한 발과 발목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상해 발생률을 줄인다. 운동선수라도 나이가 많거나 오랫동안 쉬었다가 복귀했을 경우 유연성이 떨어져서 아킬레스건의 파열 우려가 높다는 보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킬레스건의 유연성 확보는 선수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종아리근육과 아킬레스건이 굳어감에 따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터벅터벅 이상해진 걸음걸이
바른 걸음걸이는 가슴을 펴고 다리 사이를 벌리지 않으면서 팔을 앞뒤로 흔들며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다. 보행 시 발과 발목의 일차적인 기능은 충격을 흡수하고 몸을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려면 걸을 때 발뒤꿈치, 발바닥, 발가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굴러야(rolling) 한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뒤꿈치가 먼저 닿기 위해서는 발끝이 발등 쪽으로 들어 올려져야 하는데 이때 종아리근육과 아킬레스건이 유연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단 자신의 걸음을 의식적으로 살펴보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킬레스건이 굳어 있어서 의식적으로 롤링을 하려면 힘들다고 느낀다. 이러한 발동작은 걸음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외관적인 아름다움과도 관련된다. 발목이 굳어서 아킬레스건이 단축되면 무릎과 허리도 보상적으로 굽어서 걸음이 당당하지 않고 위축돼 보인다.
조금만 걸어도 피로한 발
발목이 유연하지 못하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발을 자연스럽게 구르기보다는 터벅터벅 착지하는 형태가 된다. 결국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추진력이 생기지 않아 발의 피로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뼈의 정중선에서 약간 외측으로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이 딱딱해서 짧아지면 발의 바깥쪽이 들어 올려져서 상대적으로 족궁(발바닥 안쪽의 아치)이 주저앉게 된다. 이 또한 장시간 걸을 때 발에 피로감이 쉽게 쌓이는 원인이 된다.
쉽게 자주 넘어진다
넘어짐은 다양한 감각, 운동, 인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하는데 균형이 무너졌을 때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균형이 무너졌을 때 신체는 발목, 고관절, 스텝의 전략으로 대처하는데 약간의 흔들림은 발목의 움직임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더 큰 폭으로 균형이 무너지면 고관절을 움직이거나 발을 내디뎌서 균형을 회복해야만 한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에 비해 발목의 움직임에 더 많이 의존하는데 그만큼 발목의 힘과 유연성이 좋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과 발 연부조직들의 견고함과 유연성이 떨어질수록 넘어질 때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일생 동안 보행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발은 지면과 수백만 번의 접촉을 하게 된다. 건강한 발이 지면과의 접촉 및 관련된 다양한 조직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전진을 위한 추진력을 만들어내려면 기본적으로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인체의 가장 강력한 힘줄인 아킬레스건이 굳는 순간 자세와 보행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평상시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아킬레스건을 강화하고 보호해야 한다.
1 계단이나 턱이 있는 곳에 발의 앞부분 3분의 1을 걸치고 서서 발뒤꿈치를 서서히 내린다. 벽이나 계단 난간을 잡고 편안하게 실시한다. 15초씩 2회 반복.
2 한 발 길이 정도의 간격을 두고 양 발을 앞뒤로 벌리고 선다. 양발의 발뒤꿈치 모두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두 무릎을 서서히 굽힌다. 15초씩 2회 반복하고 발의 앞뒤를 바꾸어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
3 의자나 바닥에 앉아서 한쪽 다리의 발목을 반대쪽 무릎 위에 얹는다. 올린 발목을 한 손으로 잡고 반대 손으로 발볼과 발가락을 잡는다. 숨을 내쉬며 가볍게 발가락을 정강이 방향으로 민 상태를 15초간 유지한다. 그다음 발가락과 발등 부분을 잡아서 발바닥 방향으로 지그시 당긴 채로 15초간 유지한다. 2회 반복하고 발을 바꾸어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
4 바닥에 누워서 한쪽 다리를 접고 반대쪽 다리의 무릎을 편 채 얼굴 방향으로 들어 올린다. 이때 양손은 무릎 바로 아래쪽을 잡는다. 숨을 내쉬면서 들어 올린 발의 발가락을 얼굴 쪽으로 지그시 당기면서 아킬레스건이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15초간 2회 반복하고 발을 바꾸어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
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 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 일러스트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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