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들 밑에 서면 몸 속 기운도 샘솟는 느낌이다. 담양 죽녹원의 대나무 숲.
대숲 거닐며 죽로차 한잔 죽녹원
약 16만㎡의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2003년 5월에 조성됐다. 총 2.2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샛길, 추억의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모두 8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쌓인 피로를 하나씩 놓고 오는 곳이다.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 운치가 그만이다. 푸른 대숲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특별한 경험이다. 일단 대나무 숲 안은 밖의 온도보다 4~7℃ 정도 낮아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돈다. 대나무는 화와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조상들은 여름이면 대자리와 죽부인 같은 물건으로 더위를 식히곤 했다. 또 대나무에서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한다. 죽림욕을 즐긴 뒤 죽로차를 마시며 호흡을 고르면 신선이 따로 없다. 판다가 죽순을 즐겨 먹는 것에 착안해서인지 죽녹원 곳곳에 판다 동상이 세워져 있다. 또 곳곳에 설치된 ‘담양 포토랠리’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풍경을 제공한다.
담양군은 죽녹원과 관방제림 일대에서 매년 5월 초에 ‘대나무축제’를 개최한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소쿠리 물고기잡기를 비롯해 대나무 뗏목타기, 대나무 곤충 만들기, 대나무 활쏘기 등은 대나무축제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12개 읍면 주민들이 재현한 ‘죽물시장 가는 길’은 담양 주민은 물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에게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담양군은 대나무축제를 2015년 세계대나무박람회로 격상해 개최할 예정이다. 죽녹원 문의 061-380-3244 www.juknokwon.org
사색의 시간 8.5km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죽녹원을 지나 둑길을 계속 걸어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까지 다다른다. 이 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백 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원래 24번 국도였으나 확장공사가 이뤄지면서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뽑힐 위기에 처하자 군민들이 이를 막아섰고, 천신만고 끝에 가로수 길을 우회해 확장도로를 건설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포장을 걷어내고 황톳길로 조성했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멀리서 봐도 ‘아! 저곳이구나’ 할 정도로 하늘로 쭉 뻗은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신발 밑창으로 전해지는 까슬까슬한 황토 느낌이 괜찮다. 이런 황톳길이 8.5km나 뻗어 있으니, 천천히 걸어가며 생각에 잠기기 딱 좋다. 도중에 ‘굴다리 갤러리’가 있어 메타세쿼이아 길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등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1 ‘한국의 아름다운 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8.5km의 황톳길을 거닐며 사색에 젖어본다. 2 메타세쿼이아 길에 있는 ‘굴다리 갤러리’에는 이 길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사진이 전시돼 있다.
조선 가사문학의 산실 한국가사문학관
조선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에 6백 년 동안 이어져온 가사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학관이 세워졌다. 가사문학의 정수라 평가받고 있는 송강 정철의 ‘송강집’과 친필 유묵을 비롯해 서화 등 다양한 가사문화 자료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 뜰은 정자와 작은 연못으로 꾸며놓아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다. 또한 맑은 숲과 아름다운 조경시설 외에도 가사문학의 주요 무대가 된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하나의 테마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문의 061-380-2703
용추산 계곡 품에 안기다 가마골생태공원
담양군 용면 소재 용추산을 중심으로 사방 4km2 주변을 가마골이라고 부른다. 사대부가의 정자들과 용이 솟는 듯한 물줄기를 보여주는 용소, 푸른 송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계곡이 일품인 용흥사계곡 등 수많은 명소들이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또한 용연 1· 2폭포, 출렁다리와 팔각정, 천년 고찰 용추사, 한국전쟁 때 빨치산 사령부가 주둔했던 사령관계곡 등이 있다. 시원한 자연 계곡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웰빙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공원 내 숙박시설로는 ‘숲속의집’과 다인용 숙사 등이 있다. 문의 061-380-2794
시간도 쉬어가는 곳 창평 슬로시티
번잡함을 피해 느림을 체험할 수 있는 슬로시티 ‘창평 삼지내 마을.’ 고유의 생활방식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5백 년을 이어온 고풍스러운 담장들과 1백 년이 넘은 한옥이 잘 보존돼 있다. 되돌아볼 시간 없이 앞만 보며 가는 이들에게 삼지내 마을의 돌 하나, 나무 하나가 말을 건넨다. 시간도 쉬어가는 슬로시티에 머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전통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쌀엿 등 전통음식 체험, 지역 장터 등 차별화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문의 061-380-3792
1 용추산 가마골생태공원의 출렁다리. 2 용추산 계곡은 푸른 송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물이 장관을 이룬다. 3 창평은 고유의 생활방식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최고의 자연 정원 소쇄원
조선시대 중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민간 정원으로 가장 한국적인 정원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자연미와 구도 면에서 조선시대 정원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소쇄원은 자연 정원의 진수를 자랑한다. 소쇄원 곳곳에 핀 꽃을 감상하고,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다리를 건너는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소쇄원을 만든 이는 양산보(1503~1557)로, 15세에 조광조 문하에서 공부하던 중 스승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고 죽자 17세에 낙향해 소쇄원을 세웠다고 한다. 원내에는 광풍각, 제월당, 대봉대 등의 건물이 있다. 실개천을 건너 위치한 광풍각은 중앙에 작은 방이 있고 양옆으로 툇마루가 있다.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은 나무 기둥과 마루에는 수백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한적한 분위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절묘한 조화로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자연에 묻혀 살고 싶어 했던 처사 양산보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의 061-382-0115 www.soswaewon.co.kr
대통밥 구름다리
전국 어디서나 대통밥을 먹을 수 있지만 담양 대통밥을 따라갈 수 없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곳에서는 한 번 사용한 대통을 재활용하지 않는다. 대통에 쌀, 찹쌀, 흑미, 검은콩, 은행, 대추 등을 넣고 영양밥을 하면 대나무의 죽력(대나무 진액)이 밥에 배어드는데 재활용하면 그 효과가 사라진다고. 3년 이상 자란 왕대의 대통을 잘라 짓는데 대나무 향기가 스며들어 밥맛을 돋운다. 잡곡의 구수한 맛과 대나무 향이 어우러져 따로 반찬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 대통밥은 피를 맑게 해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라고. 죽순요리 또한 풍부한 비타민 C와 함께 아삭아삭 씹히는 색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구름다리(담양읍 운교리) 061-383-7780
1 대통밥으로 유명한 담양 구름다리 식당. 2 구름다리 식당에서는 죽순을 이용한 다양한 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
떡갈비 전문점 신식당
담양 떡갈비는 소갈비에 붙어 있는 살을 다져 동그랗게 만들고 다시 뼈를 얹어 굽는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떡갈비는 굽자마자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떡갈비는 석쇠에 구워서 기름이 다 빠진 상태라 식으면 육질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신식당’은 4대째 가업을 이어온 담양의 떡갈비 전문점이다. 떡을 연상시키는 모양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느낌, 참나무 숯을 이용한 조리법 덕에 대표적인 떡갈비 맛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신식당(담양읍 담주2길) 061-382-9901
1 4대째 떡갈빗집을 하고 있는 신식당. 2 다진 고기를 동그랗게 빚은 신식당 떡갈비. 3 소갈빗살을 다져 떡갈비를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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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노루 모양 섬 장도
섬이 노루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 붙은 장도(獐島). 장도는 보성군 벌교읍에 속한 섬으로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여자만 가운데 있다. 섬은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곶과 만이 많아 해안선이 복잡하다. 만 입구에 펼쳐진 간석지는 방조제로 막아 염전과 농경지로 이용한다. 장도는 꼬막의 주산지다. 특히 갯벌이 발달해 예로부터 참꼬막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집집마다 참꼬막을 잡을 때 타는 뻘배 수가 식구 수보다 많단다. 마누라 없어도 남편 없어도 뻘배는 있어야 사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 단위 여행자에겐 추억을 만들기에 제격인 곳이다. 갯벌장에서 즐기는 뻘배 타기가 눈썰매보다 더 재밌다. 꼬막 캐기 체험도 제철에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산교육이다. 봄철 섬에 만발한 유채꽃을 따라 걸으면 바로 장도판 올레길이다. 갈대 늪지도 장도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
1 장도의 간석지는 꼬막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2 어업과 농업을 겸하는 섬 주민들. 3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여자만에 있는 노루 모양의 섬 장도의 선착장. 4 장도 매표소.
초록빛 융단과 삼나무 길 대한다원
보성은 국내 차 생산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그림처럼 펼쳐진 보성 녹차밭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대한다원이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수십미터 높이의 삼나무들이 500m가량 긴 숲길을 이뤄 청량감을 안겨준다. 대한다원 삼나무 길은 영화와 광고 촬영이 잦은 명소. 1957년부터 해발 350m 산자락 165만여㎡(50여만 평)에 5백80여만 그루의 국내 최대 차밭이 조성된 데다 차밭 주위에는 편백나무 등 3백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이 식재돼 풍광이 빼어나다. 녹차 향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초록빛 융단 속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1985년부터 매년 5월 초에 열리는 녹차축제 기간에는 찻잎 따기, 수제 녹차 만들기, 녹차비누 만들기, 다도예절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의 061-852-4540
5 대한다원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쭉 뻗은 삼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그냥 갈 수 없는 맛 벌교 꼬막
보성 다성촌 꼬막 요리.
“나는 벌교 꼬막을 한 많은 벌교 사람의 주름살로 보고 있는데, 가끔 서울서 차진 꼬막을 씹을 때마다 벌교를 생각한다.” 작가 조정래의 말처럼 굴곡 많았던 지역민의 애환을 닮기라도 한 듯 꼬막에는 깊이 파인 골이 부챗살 모양으로 나 있다. 보성 벌교 하면 꼬막이다. 벌교에 있는 식당치고 꼬막정식 메뉴를 내걸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그래서 꼬막 좀 먹는다는 사람은 한 소쿠리를 다 까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껍데기에 남은 핏물까지 마셔야 꼬막을 제대로 먹을 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다. 입안에 남는 간간함은 막걸리 한잔 들이켜면 된다. 어느새 손은 또다시 꼬막을 까고 있다. 매콤하게 버무린 꼬막회무침과 된장을 푼 꼬막탕, 삶은 통꼬막, 꼬막전 등이 나오는 꼬막정식은 벌교 읍내 웬만한 식당에서 다 판다. 다성촌(061-857-1503)도 붐비는 곳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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