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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입시 부정,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 교육의 자화상

글·사진 | 김숭운 미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2012. 05. 08

입시 부정,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 교육의 자화상


그동안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만 명이 수험표에 사진을 부착하거나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학 입학 시험(SAT)을 치러왔다. 그런데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뉴욕 근교 명문학교인 그레이트넥 고등학교의 한 졸업생이 20여 명으로부터 1천~3천 달러씩 받고 대신 시험을 쳐준 게 들통 난 것이다. 대리 시험을 부탁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퇴학을 당했고, 시험을 쳐준 학생은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대입 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이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사진 제출과 신분증 확인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교육계에서는 입시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걸쳐 있는 부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 위기로 취업난이 가중되자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는 부모와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에서도 부정행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욕 시 공립학교에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와 리포트 표절, 숙제 베끼기 등으로 1백73명의 학생이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 학교일수록 이런 부정행위가 심하다고 한다. 결국 뉴욕 시 교육청은 지난해 숙제 베끼기를 잡아내기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인 ‘아이존(iZone)’을 가동시켰다. 표절 검색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전문가용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의 숙제가 표절이 아닌지 점검한다.

입시 부정,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 교육의 자화상

1 SAT 대리시험,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험 부정 행위가 미국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 시험 점수를 확인하는 학생들.



숙제 표절 잡아내고 시험 보안 부서 신설… 교육 부정과의 전쟁
교사들이 학생들의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 주 공립학교 학생들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주 교육국이 주관하는 표준 시험을 치르며 고등학생들은 평가 시험의 일종인 리전트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 표준 시험 성적의 결과로 학교와 교장, 교사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성적이 향상된 학교의 교장에게는 연간 1만~2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반면 성적이 나쁜 학교는 폐교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주관식 문제에 대한 채점을 후하게 하거나 정답에 대해 힌트를 주는 교사도 있다.
이 때문에 뉴욕 주 교육국 리전트 위원회는 부정행위 방지책으로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뉴욕 주 교육국은 시험 부정행위 문제를 전담하는 시험 보안 부서 ‘TSU(Test Security Unit)’를 신설하고 부정행위 방지에 칼을 빼 들었다. 부정행위를 발견하고도 보고하지 않는 교직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신고 방법과 처리 절차를 문서화하는 동시에 교직원을 상대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학군을 통한 공립학교 시험 부정행위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열 명이 한 명의 도둑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과 같이 부정행위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그것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무거운 처벌은 단 한 번의 부정행위로 일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 교육계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학생들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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