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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난임 극복한 주부 3인의 솔직 토크

“포기하지 않으면 꼭 아이 만날 수 있을 것, 주변의 배려와 지원은 필수”

정리 | 김명희 기자 사진제공 | REX

2012. 05. 04

가정의 달 5월, 평범한 부부들은 아이 선물을 챙기고 나들이 일정을 짜느라 정신없이 분주하지만 난임 부부들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도 쉬쉬하는 탓에 잘 드러나지 않는 난임의 고통. 이를 극복한 주부 3인이 어디에선가 힘들어 할 난임 부부들을 위해 속 시원히 말문을 열었다.

난임 극복한 주부 3인의 솔직 토크


육아 문제와 교육비 부담으로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아이 낳기도 만만치 않다.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한지은 교수에 따르면 부부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이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는데도 1년 안에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난임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높아지는 초혼 연령, 각종 스트레스와 환경적인 요인 등이 꼽힌다.

남들보다 힘들게 품에 안은 아이, 임신 확인하고 꿈만 같았다
난임이 지속될 경우 부부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집과 불화를 겪기도 하며 주위 시선 때문에 대인관계를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난임은 불임과 다르다고 말한다. 시기의 문제일 뿐, 부부가 함께 노력하고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크에 참석한 김소영(가명·38) 이선미(가명·31) 안주희(가명·31) 씨도 각각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을 졸인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이들은 난임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후배 주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난임 부부들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소영 “결혼 13년 차예요. 임신에 도움 된다는 한약 복분자 등을 먹었는데도 5년 동안 아이가 없어서 병원에 갔다가 다낭성 난포증후군 진단을 받았어요. 인공수정에 두 번 실패하고 2년 정도 지나서 시험관 시술을 받았죠. 임신 수치 제로, 계류 유산, 자궁외임신, 그렇게 세 번 실패하고 2008년 네 번째 만에 예쁜 딸을 낳았어요.”
이선미 “2005년 스물네 살에 결혼했어요. 그땐 어려서 천천히 아이를 갖자는 생각으로 2년간 피임을 했는데, 그다음엔 노력해도 아이가 안 생기더라고요. 저도 다낭성 난포증후군이었어요. 인공수정에 한 번 실패하고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작해서 네 번 만에 성공,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어요. 4차 시험관 시술을 받기 전에 자궁내시경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궁에 혈액 공급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자극을 줬다고 하시더라고요.”
안주희 “결혼 10년 차인데 다낭성 난포증후군, 난관 폐쇄, 자궁내막증, 자궁유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친 복합 난임이었어요. 배란 유도 1년, 인공수정 3회, 시험관 2회… 안 해 본 게 없어요. 시험관 시술 1회째 임신에 성공했지만 10주 만에 유산돼서 너무 힘들었어요.마음을 비우고 잠시 쉬려고 하는 찰나 기적처럼 자연 임신에 성공했어요.”

▼ 다들 정말 힘들게 아이를 품에 안으셨네요.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이선미 “간호사가 임신이 됐다고 말해주는 순간, 가장 먼저 남편 얼굴이 떠올랐어요. 제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우니까 남편이 또 실패한 줄 알고 다독여주더라고요. ‘자기 내년에 아빠 된대’라고 말하니까 남편도 같이 울더군요. 5년간 임신 때문에 받은 설움이 그날 다 풀렸어요.”

김소영 “저도 간호사가 피 검사 결과 임신이라고 하는데 믿기지 않았어요. 입덧도 없어 걱정했는데 초음파로 아기 심장 소리를 듣고는 실감이 나더라고요.임신 초기부터 나오지도 않은 배를 쑥 내밀고 다녔어요(웃음). 내 생에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이었죠. 우리 아이도 한 달이나 일찍 세상에 나왔는데, 정말 너무너무 예뻤어요.”
안주희 “저는 생리일이 아닐 때도 습관처럼 임신 테스트를 하곤 했어요. 그만큼 집착을 했던 거죠.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테스트를 했는데 두 줄이여서 ‘이거 불량품 아냐?’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믿을 수 없어서 남편에게 보여주고 서로 볼을 꼬집으며 소리를 질렀답니다(웃음). 임신 열 달 동안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했어요.”



난임 극복한 주부 3인의 솔직 토크


▼ 요즘 딩크족도 많고, 경제적인 문제로 아이를 포기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남들보다 어렵게 출산한 여러분께 아이의 존재는 더욱 각별할 것 같아요.
김소영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어요. 제 삶의 전부, 공기, 물, 햇빛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죠.”
안주희 “임신이 안 돼서 고통스럽고 여러 번 유산을 했을 땐 아이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까요? 경제적인 상황, 그런 것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아이를 품고 싶었어요. 지금은 우리 부부를 꼭 닮은,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죠.”
이선미 “아이는 누구에게나 소중하겠지만 난임 부부에게는 생명과도 같아요. 아이가 없다는 것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그로 인해 고부간 갈등이 생기고 부부 사이도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삶 그 자체죠.”

대인관계 멀어지고 우울증까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난임의 고통
난임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이냐’ ‘좋은 소식 없느냐’는 등의 일상적인 질문도 이들에게는 상처가 된다. 심지어 시부모로부터 ‘아이도 없는데 이혼하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지인들과 관계를 끊거나 가족 간에도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토크에 참석한 주부들은 임신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부부들이 많은 만큼,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는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 인터넷 난임 카페에도 아이 문제로 남편이나 시댁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김소영 “저보다 늦게 결혼한 동서가 먼저 임신해서 시댁 경조사를 제가 도맡다시피 했어요. 그것 때문에 착한 남편에게 화풀이도 많이 했죠. 이혼까지 생각했다가 남편이 해외 지사로 옮기면서 저희 둘이 의지하며 살다 보니 부부 사이가 다시 좋아졌어요.”
이선미 “시부모님께서 재촉하진 않으셨지만 제가 괜히 위축이 되더라고요. 명절 때 집안 모임에 가도 겉돌게 되고, 언니가 임신을 했는데 진심으로 기쁘면서도 ‘나는 왜 안 생기나’ 하는 생각에 많이 서러웠던 기억도 나네요.”
안주희 “저는 ‘시험관 시술을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라는 문제로 남편과 의견이 달라 힘들었어요. 저는 계속 하자고 주장한 반면, 남편은 마음을 비우고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였죠. 결과적으론 남편도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선미 “좋은 소식이 없냐고 물어보는 주변 분들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됐어요. 집안 경조사나 친구 모임에서도 보릿자루처럼 고개 숙이고 있다 오기 일쑤였죠.”
김소영 “저도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나니 주눅 들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더라고요. 무심코 건넨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시험관 시술로 아이 낳은 사실을 처음엔 숨겼는데 지금은 먼저 얘기해요. 요즘은 많이들 이해하고 배려해주시더라고요.”

난임 부부 지원은 고마운 정책, 지원 폭 좀 더 넓어지면 좋을 듯
난임을 해소하는 것은 저출산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대책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난임 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난임 부부 중 상당수가 난임 시술을 받은 적이 없거나 받다가 중단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때문. 이에 따라 정부도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2006년부터 난임 부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험관 시술은 1회 1백80만원씩 4회(4회 차는 1백만원, 총 6백40만원), 인공수정은 50만원씩 3회의 비용이 주어진다. 하지만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 이하로 제한돼 중산층 맞벌이 부부는 혜택을 받기 힘들다. 토크에 참여한 주부들은 난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지원의 폭이 좀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최근 난임 부부를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생식의학회는 지난해부터 정부, 다국적 제약사 한국머크와 함께 위시맘(wishmom)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난임이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불임과 난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희망 나눔 캠페인으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후원한다. 지난해부터 위시맘 수기를 공모해 총 30쌍에게 1백만원씩의 시험관 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난임 극복한 주부 3인의 솔직 토크


▼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등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안주희 “제가 시술받을 땐 정부지원금이 없었어요.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처음엔 시술을 꿈도 못 꿨죠.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이선미 “제가 시술받을 땐 인공수정은 50만원 정도로 큰 부담이 안 됐지만, 시험관 시술은 정부지원금을 받아도 추가 비용이 2백만원 정도 더 나왔어요. 거기에 약값이 매번 50만원 정도 들었죠. 처음엔 생활비를 아껴서 했는데, 점점 빚이 쌓이더라고요. 정부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지만 그에 따라 병원비도 점점 비싸지는 것 같아요.”

안주희 “정말 그렇더라고요. 제가 다시 시술을 받으려고 알아봤더니, 지원금 제도가 없을 때보다 시술비가 1백만원 정도 더 비싸졌어요. 난임 부부에 대한 시술 비용 지원 사업은 정말 좋은 정책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원을 시작하면서 인상되는 약값과 병원비는 시술자 본인 부담이 됐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술 비용을 정액제로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또 평균 가구 소득의 150% 이하만 지원해준다는 점도 아쉽죠. 소득 150% 이하의 가정 중에서도 형편이 아주 어려운 사람은 지원 금액을 늘리고, 150%보다 소득이 많은 가정도 등급을 나눠 조금씩이라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김소영 “난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외국에서 살아보니 그래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정책이 잘돼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욕심을 가져보자면 난임도 의료보험을 적용해주면 좋겠어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도 횟수나 나이 제한 때문에 중간에서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제한을 풀고 의료보험을 적용시키면 출산율이 더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다른 난임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선미 “결국 서로 의지가 되는 건 부부밖에 없어요. 대화를 많이 하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카페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아기는 작은 발로 엄마 아빠에게 오기 위해 먼 길을 걷고 있다’고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기다리면 꼭 아기 천사는 올 거예요.”
안주희 “마음 편하게 지내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이야기인 줄 잘 알지만, 제 경우를 보니까 결국은 정말 마음 편했던 시기에 임신이 됐어요. 상처가 되는 말들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세요.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그 방법, 그 길로 그냥 쭉 가세요. 저도 이선미 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노력하면 아이는 꼭 옵니다.”
김소영 “저는 지금 둘째를 준비 중이에요. 하나를 낳고 보니 둘째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요(웃음). 시험관 시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난자 수도 많고 질도 좋아 냉동되는 수정란이 많아지면 덜 고생스럽거든요. 병원에 다닐 때는 시댁과 지인에게 알려서 도움을 받으세요. 집안일에서 빼주는 등 배려가 필요하거든요. 남편과 집안 어른들께 시험관 안내 책자를 읽도록 하는 것도 좋아요.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 더 이해해주실 거예요.”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한지은 교수
난임 극복, 조기 치료와 가족의 협조가 관건

난임 극복한 주부 3인의 솔직 토크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한지은 교수는 최근 만혼 등으로 인해 난임이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생명과학 및 의학의 발달로 불임 환자들의 임신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교수에 따르면 난임의 원인은 배란 요인 20%, 난관 요인 30%, 남성 요인 35~40%, 원인 불명이 5~10% 정도 된다. 그 밖에 자궁내막증 및 복강 요인, 자궁 요인, 나이 요인, 난소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내·외과적 치료(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난소를 수술로 제거한 경우) 등도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난임은 되도록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험관 시술 성공률 40%에 이르러
정상적인 성관계를 하는 부부가 1년 안에 자연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하며 35세 이상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질병 특히 산부인과 질환이 있을 때는 그전에 미리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임 치료법은 약물 치료, 수술적 치료,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 같은 보조 생식술이 있다. 배란 장애인 경우 배란 유도제를 경구 또는 주사로 투여하는 것이 가장 처음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이며, 난관 요인의 경우 난관 손상의 정도 및 다른 요인에 따라 복강경 수술 또는 시험관 시술을 한다. 자궁내막증 및 복강 요인도 병의 정도와 다른 요인의 유무에 따라 복강경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남성 요인 경우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로 거의 극복될 수 있다.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은 약 40%로 인공수정 성공률(약 15~20%)보다 높은 편이다.
한지은 교수는 “생식기관은 내분비 계통의 기관이므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배란과 수정 및 태아의 발육 과정에 필수 영양소는 물론 비타민 무기질과 같은 미량의 영양소도 필요하므로 일반적인 건강한 생활습관, 즉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난임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난임은 질병이라기보다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이해하고 배우자는 물론 가족, 주변 사람, 불임 전문의와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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