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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도 걸리는 류머티스관절염 바로 알기

관절염은 중년병?

글 | 최영철 신동아 기자 사진제공 | Rex

입력 2012.05.04 14:19:00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의 80%가량이 여성이다. 이 때문에 여성 호르몬과 관련 있다고 추측되지만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더 속을 태우게 하는 질환이다. 류머티스관절염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 증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알아봤다.
20대에도 걸리는 류머티스관절염 바로 알기


#1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 음식 장보고 상 차릴 때 손을 구부리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어요. 관절에 피가 모이면서 부어올라, 살짝 누르거나 움직이기만 해도 아팠죠. 절을 하는데, 팔꿈치부터 손이며, 무릎에 온 무게를 싣고 몸을 구부려야 하니까 그 순간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었죠. 제사는 물론이고 설이니 추석이니 명절 때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원인도 정확하지 않고, 평생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 시댁 식구들한테는 차마 말할 수가 없어요.” (김영화·42·주부)

#2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오래 서 있기가 힘들어요. 가끔은 걷지도 못해 다리를 절거나,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몇 번이나 쉬어갑니다. 두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주사제 처방을 받고 있거든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직접 운전을 하는 게 차라리 덜 고통스럽습니다. 관절이 변형돼 신발도 마음대로 신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상태예요. 처음 몇 년은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니까 수면제를 먹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죠.” (최안나·36·회사원)

몸의 면역 체계가 반란 일으켜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이들이 앓고 있는 질환은 류머티스관절염이다. 류머티스관절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소의 침입에 대항해 싸워야 할 몸의 면역체계가 반란을 일으켜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나이 들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는 근본부터 다른 질환이다.
이르면 20~30대에도 나타나며 손가락, 팔꿈치, 어깨, 발목, 무릎 등에 집중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질환이 악화될 경우 염증이 관절 연골과 뼈까지 파괴한다. 관절 변형이 시작되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도 가벼운 주방도구와 청소도구를 다루는 것,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손세탁 등 일상적인 가사 노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증상도 다양하고 병이 나타나는 시기도 사람마다 다르다. 급성의 경우 갑자기 온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한 전조 현상, 즉 징후는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있다면 올 게 왔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뻣뻣한 증상은 초기에는 쉽게 풀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복에 긴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이런 전조 증상이 없거나 다른 증상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관절, 근육 통증과 뚜렷이 구별되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우선 일반 근육통은 일정 부위가 집중적으로 아픈 데 반해 류머티스관절염은 많은 관절이 동시에 붓고, 염증으로 인해 열이 나며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하다. 손과 발에서 시작된 통증은 점점 그 범위가 손목, 발목, 무릎, 어깨, 목 등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미열, 체중 감소, 피로, 심한 안구 건조와 구강 건조 증상이 느껴진다면 류머티스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류머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체계가 고장이 나면 발병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숙제형 질환’이다. 전체 환자의 80% 정도가 여성이고, 특히 40~50대에게서 압도적인 비율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될 뿐이다.

류머티스관절염 진단법
류머티스관절염은 손과 발의 작은 관절에 좌우 대칭적인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기에는 눈으로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 검사를 해야 한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한번 변형된 관절은 돌이킬 수 없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이 질환도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통증을 잡고 관절을 제 모양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특징적인 증상, 검사 결과, 방사선학적 징후 등을 종합해 전문의가 확정 진단을 내리게 된다. 만약 아래 7개 항목 중 4개 이상에 해당하고 ①~④ 항목의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될 때는 류머티스관절염 진단을 내린다.
류머티스관절염은 일단 발병하면 진행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주부들은 손가락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어도 단순한 퇴행성관절염으로 착각해 건강식품을 찾거나 물리치료와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사이에 적절한 치료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진단하거나 주변 사람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최선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는 “질환의 특성상 류머티스관절염은 대부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진행한다. 완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이지만, 최근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개발돼 약물로 얼마든지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꾸준하게 관리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류머티스관절염으로 고생을 했지만 약물치료로 활기를 찾은 50대 초반 여성 환자의 사례를 들어보자.
“40대에 발병한 이후 10년 넘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모습을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제가 환자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아직 직장 생활도 하고 있고 운전도 하니까 오히려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인다는 말까지 들어요. 류머티스관절염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5년 전부터 약물치료(생물학적제제 엔브렐)를 하고 있어요.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니까 이제 일상생활에 무리 없을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생업을 포기하고 자리에 눕고 싶지는 않았어요. 평생 동반자려니 생각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고, 오히려 활기를 잃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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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제 선택
최근에는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항류머티스제제와 생물학적제제가 그것이다. 기존에는 항류머티스제제로 치료하던 환자들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관절이 어느 정도 변형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만큼 최근에는 진단 초기부터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관절 변형을 최소화하고 치료의 효과성을 높이는 치료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곽승기 교수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 임상 데이터로 입증된 치료제인지, 혹시나 제제에 대한 체내 반응이 맞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반감기(약물이 체내에 흡수된 후 잔여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필요한 기간)가 길지는 않은지, 항체 내성으로 추후에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와 상의 후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치료제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족집게식 예방법이 따로 없다. 관절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피하는 생활태도를 유지하는 게 최소한의 예방법이다. 또한 서구적인 식습관,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을 피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뻔한 얘기 같지만 지켜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우선 걷기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근력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되며,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관절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한다. 흡연 역시 폐의 조직을 변화시켜 발병 요인이 될 수 있으니 금하도록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며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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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동반되는 경우 많으므로 가족의 관심이 필요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음식은 특별히 입증된 게 없다. 다만 관절에 좋은 영향을 주는 식습관을 갖추는 게 도움이 된다. 이 역시 지켜서 나쁠 게 없다. 평소 지방이 많은 음식을 좋아한다면 붉은 고기류보다는 생선을 섭취하고 튀긴 음식(라면, 과자, 빵 등)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한다. 조리 시 식물성 오일 (올리브유, 아마씨유, 포도씨유) 등을 주로 사용한다.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는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고 비타민 E가 풍부한 아몬드나 콩 종류를 자주 먹는다. 우유는 저지방 우유를 마시고 비타민 C가 많이 든 과일과 채소를 즐긴다. 물을 하루 1.5L이상 마시는 것은 필수다.
류머티스관절염에 걸린 환자라면 치료 과정에서 임신과 자신이 가진 다른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 류머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가임 여성의 경우, 임신을 위해서는 복용하고 있는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중지해야 한다. 임신 기간에는 질환의 진행이나 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아이를 출산한 후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환자라면 담당 전문의 및 가족들과 면밀한 상의후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희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는 “가임기 환자의 경우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한 후 임신을 계획해야 한다. 질병활성도가 높은 시기에는 임신을 피해야 하며, 임신 중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꾸준히 함으로써 충분히 건강한 출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류머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경우, 고혈압 등의 심혈관계질환 및 약화된 면역체계로 인해 결핵 등의 감염 위험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적으로 혈압 및 심혈관 수치를 체크하고, 결핵 감염 여부와 잠복결핵 검사를 받는 게 권유된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잠복결핵률이 높아 생물학적 제제에 의한 치료를 할 때는 결핵유병률이 낮은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죽을 때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반려질환을 가진 환자가 인생을 힘겹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선 의학적 치료만큼이나 가족, 직장 동료들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연아 교수는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중 기혼 여성이 많고, 질환의 발전 정도에 따라 개인 차가 있으나 집안일을 주로 담당하는 전업주부의 경우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의 일반적인 가사 노동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만성질환이라는 부담 때문에 가족에게 내색하지 못하거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의 관심과 이해가 절실하다”고 충고한다.

도움말 | 곽승기(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연아(경희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여성동아 2012년 5월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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