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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포털 연관 검색어로 살펴본 마술사 이은결의 喜怒哀樂(희로애락)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KBS2 방송 화면 캡쳐

입력 2012.04.18 10:14:00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스타의 이름을 검색하고 연관 검색어를 살펴보면 대중이 그에게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마술사 이은결에게 궁금해하는 건 뭘까. 국내 4대 포털(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에서 ‘이은결’을 검색해 나온 키워드를 살펴봤다. 3월 중순 채널A ‘스토리텔링 매직쇼’ 촬영장에서 이은결을 만나 취재한 내용과 기존에 그가 언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국내 4대 포털 연관 검색어로 살펴본 마술사 이은결의 喜怒哀樂(희로애락)


국내 4대 포털 연관 검색어로 살펴본 마술사 이은결의 喜怒哀樂(희로애락)


이은결 손가락
마술의 백미는 현란한 손기술. 이은결(31)은 189cm의 훤칠한 키만큼이나 긴 손가락을 자랑한다. 마술을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손을 쉬지 못했다. 원래도 손이 컸지만 마술을 하면서 손가락이 더 길어졌다. 마술은 보여주는 예술. 그의 긴 손가락은 마술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무리하게 연습하다 보면 손가락 관절이 빨갛게 붓고 관절염이 생길 정도라 가방에 소염제는 필수.

이은결 스승
이은결은 열다섯 살에 마술을 시작해 생애의 절반 이상을 마술사로 살았다. 명절이면 TV에 나오는 마술쇼를 즐겨 보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마술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배울 곳이 없었다. 그가 마술을 시작할 당시인 1990년대 중반에는 마술사라는 직업이 어색한 시기였다. 전국에서 유일한 마술학원인 ‘에디슨 월드매직’에서 3개월 동안 마술을 배웠다. 기초 과정을 마치니 더 배울 것이 없었다. 외국에서 들여온 마술 강의와 ‘월드 그레이티스트 매직쇼’라는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늘어질 때까지 반복 시청했다. 그의 스승은 비디오테이프 영상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라스베이거스에서처럼 예술가로 대접받는 마술사가 없을까”라는 의문은 ‘최초’가 되겠다는 의지로 그의 가슴에 박혔다. 2001년 8월, 스무 살 때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마술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2011년에는 국제마술협회(IMS)가 최고의 마술사에게 주는 멀린 상을 받았다. 역대 수상자는 데이비드 카퍼필드, 해리 블랙스톤, 지그프리트 · 로이(Team) 등이다.
“제가 한국 최연소 마술사예요. 유일무이하잖아요. 그런 희소성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새로운 마술을 익히려고 몰입했어요. 우리나라 마술사들이 안 하던 걸 개척하겠다는 생각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죠. 이제는 ‘마술사들이 생각하지 않은 게 뭘까’를 고민해요. 제 공연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뭔지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불모지였던 한국 마술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선 이은결. 마술 인생의 스승이자 멘토는 누굴까.
“너무 많아요. 한 명을 멘토로 삼진 않고, 그 사람의 업적과 행보를 보고 철학과 행동양식을 제 것으로 흡수하려고 노력하죠. 초반에는 거의 마술사가 제 멘토였어요. 데이비드 카퍼필드, 제이슨 번, 그래그 프루윙 등이 제 우상이었어요. 이후에는 마르셀 마르소라는 마임이스트. 2004년 그분의 공연을 보고 감동했어요. 조명도 음악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 세계를 보고 이게 진짜 마술이라고 생각했고 영향을 많이 받았죠.”

이은결 최현우
한국의 마술사를 꼽을 때 세트처럼 붙어 나오는 이름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현재까지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마술사들이기도 하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자의 반 타 반의 라이벌이었다. ‘누가 더 잘하냐’ ‘누가 더 우위에 있냐’는 질문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최현우는 2월 YTN ‘뉴스 앤 이슈-이슈 앤 피플’에 출연해 “10년 넘게 이어진 질문이라 익숙하면서도 아직도 이런 질문을 하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했다. 그는 “은결이는 나보다 키가 크고 동작도 시원시원해서 스케일이 큰 무대 마술에 적합하고, 나는 카드나 동전같이 세밀한 마술을 좋아한다”라며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고 했다. 가수로 치면 발라드와 댄스 가수의 차이라는 것. 그는 “우열을 나누기보다는 각자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공연쟁이’라고 칭한 이은결은 “10년 동안 무대 마술만 연구했다”고 말했다.
“연기로 따지면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 같아요. 영화는 찾아가야 하지만 드라마는 TV를 틀면 나오잖아요. 방송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마술이 너무 많아요. 저도 제 마술을 방송용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아직 기회가 없었어요. 공연장에서 마술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잖아요. 공연은 저장할 수 없으니까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고 생각해요.”

국내 4대 포털 연관 검색어로 살펴본 마술사 이은결의 喜怒哀樂(희로애락)


스토리텔링 매직쇼
이은결은 2004년부터 마술을 주제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생각을 했다고 했다. 채널A의 ‘스토리텔링 매직쇼’ MC를 맡으며 그 꿈이 실현됐다. 그는 “마술을 단순한 특집이 아닌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는 점과 ‘스토리텔링’이라는 부분에 관심이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스토리텔링 매직쇼’는 이름 그대로 이야기가 있는 마술쇼. 신기한 마술을 나열식으로 보여주기만 했던 기존 마술쇼와는 달리 특정 메시지에 마술을 곁들여 이야기로 풀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마술쇼다.

이은결 더 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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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스토리텔링 매직쇼’ 촬영 현장에서 일본 마술사 ‘닥터 레옹’이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MC를 맡은 이은결은 함께 출연한 패널 못지 않은 리액션으로 쇼의 강약을 조절했다.



마술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신기한 나머지 비법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비법을 아는 순간 신비함은 사라지고 만다. 이은결은 마술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스토리였다. 마술로 사람들의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내고, 스토리를 입혀 감동을 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직 콘서트 ‘더 일루션’은 이 같은 그의 생각을 담은 공연이다. 단편적인 마술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와 기승전결을 담았다. 전국을 돌며 마술의 매력을 전파하느라 공연 틈틈이 링거를 맞으며 버텼다. 수없이 많은 공연을 하다 보니 공연 중에 생긴 에피소드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
“사람들은 제가 무대에서 실수해도 마술의 일부인지 실수인지 알기 어려워요. 제가 실수를 해서 너무 심각해지면 관객도 심각해지거든요. 이번에 콘서트를 하면서 로프로 그림을 그리는 게 있는데, 도중에 로프가 꼬이는 바람에 그거 푸느라고(웃음). 장난기 있게 ‘큰일 났다’는 식의 마임을 보여줘서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죠.”
기억에 남는 관객을 묻자 “너무 많아서…”라며 웃었다.
“얼마 전 공연했을 때 일이에요. 공연 도중에 제가 ‘아버님 집중해주시고요, 긴장 푸시고요’라는 식의 농담을 했는데 정말 진지하게 ‘우리 아버지 무시하지 마라’라고 화를 내는 관객이 있었어요. 그땐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또 한 번은 일곱 살짜리 꼬마를 무대에 불러서 마술을 하려고 하는 찰나 꼬마가 ‘나 여덟 살이지롱!’ 하고 도망가더라고요. 너무 황당해서 그 자리에서 1분 정도 가만히 있었어요(웃음).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
마술 트릭을 캐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마술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과거 KBS 2TV ‘스펀지’에서 매주 마술 비법을 공개하는 코너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마술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마술을 보여주느냐, 얼마나 신기한가는 기본이죠. 이제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추구하고, 색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해요. 이게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고 관객에게 얼마나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연구해요. 피카소가 일반적인 회화의 틀을 깬 것처럼 마술사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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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개그콘서트
이은결은 1월 22일 방송된 설특집 KBS2 ‘개그콘서트-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 코너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해 8월 같은 프로그램의 ‘발레리NO’ 마지막 회에 특별 출연한 이후 두 번째 출연이었다. ‘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는 제목 그대로 공연을 본 관객이 같은 공연을 재관람하면서 스포일러로 돌변해 극의 주요 내용을 미리 폭로해서 웃음을 주는 코너. 이은결은 개그맨 팀과 마술 경쟁을 벌이는 참가자로 깜짝 출연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출연은 평소 프로그램 애청자였던 그가 직접 마술과 개그를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그는 그다음 주인 1월 29일 같은 코너에 최초로 2회 연속 출연해서 화제가 됐다. 그가 출연했던 코너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기 때문. 이날 방송에서는 ‘마술 대 초능력’의 콘셉트로 멋진 마술을 선보였다.

이은결 수입
세계적인 마술사 이은결이 버는 돈의 규모가 밝혀졌다. 3월 3일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한 이은결은 ‘내 수입은 대기업 사장보다 많다’라는 O, X 질문에서 O를 선택했다. 그는 “개인 수익이라기보다는 팀의 수익”이라며 “팀 멤버들과 함께 공연하기에 한 번에 많은 돈이 들어올 때가 있지만 새로운 마술을 만들어내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수입의 80~90%는 마술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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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매직쇼’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내용이 좀 와전됐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회사는 ‘이은결’이라는 브랜드로 수익을 창출하죠. 대기업에서 사장이 직접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요. 개인 브랜드로 활동하는 거니까 상품 가치가 그 정도다, 그리고 그걸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말했는데 딱 ‘대기업 사장 수준’이라는 이야기만 나갔더라고요. 방송 나가고서 친구들이 밥 사라고 엄청나게 전화를 많이 했어요(웃음).”
만약 마술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은결은 뭐가 됐을까. 그는 “어떻게 해서든 마술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저는 약간 운명론자라서(웃음). 그전까지 ‘이 일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있었지만, ‘이 일에 누구보다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주는 건 마술이었어요. 좋은 것 이상이었죠. 어떤 일을 하더라도 힘든 점이 있는데, 마술을 할 때면 저도 모르게 밤을 새우고 그랬어요. 그런 걸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 안 된다는 것이 많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법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하지 말라는 것도 한 번쯤은 해봐야 그게 왜 안 되는지를 알 수 있죠. 경험만큼 좋은 건 없다고 보거든요. 닥치는 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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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노예계약
세계적인 마술사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7년간 친형처럼 돈독하게 지낸 지인과 2000년 함께 회사를 설립해 키워나가던 중이었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계약서를 발견한 것. 계약서에는 9:1의 수익 분배 조건과 계약 기간 10년이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일명 ‘노예계약서’를 발견한 그는 충격과 배신감에 긴 슬럼프 기간을 보냈다.

이은결 은둔생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에 이은결은 1년 동안 은둔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에게 희망을 준 건 가족이었다. 그의 형은 당시 하던 일을 접고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온 가족이 뭉쳐 악몽 같은 시기를 이겨낸 덕에 이은결은 다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고비가 있을 때마다 가족이 큰 힘이 됐다”라며 “인내를 가지고 남들과 다른 걸 한다는 자부심으로 쭉 가는 길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결에게 마술이란
이은결은 인터뷰 때마다 마술을 여러 가지로 비유했다.
페널티킥 무대 위에서 한순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고난도 마술을 펼치다 보면 축구 경기에서 전·후반 내내 페널티킥을 차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또 다른 언어 열정·추억·웃음·감동·사랑 등 다양한 의미를 마술로 표현하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마술처럼 신비로운 것이 많다는 것. 그에게 마술은 또 다른 언어다.
꿈과 환상 그가 생각하는 마술은 환상과 꿈을 심어주는 것. 속임수나 거짓말이라고 해도 관객이 즐거워한다면 그는 영원한 거짓말쟁이로 남을 거라고 했다.
채널A ‘스토리텔링 매직쇼’ 촬영장에서 만난 이은결에게 ‘마술’이란 뭔지 다시 물었다.
“예전도 지금도 ‘마술이 뭘까’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죠. 마술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게도 사람들에게도 끊임없이 가능성을 시사하죠. SF영화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걸 상상으로 그리지만, 재미있는 건 10여 년 전의 영화 내용 중에 ‘아이폰’을 비롯해서 실제로 이뤄진 게 많다는 거예요. 마술사는 ‘저런 것도 이뤄질 수 있겠다’ 하는 걸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술사를 공상가라고 생각하는 이유죠.”


여성동아 2012년 4월 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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