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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에게 배우는 아이 스트레스 처방전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Rex 제공

입력 2012.04.16 16:52:00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 속에서 늘 행복하고 편안할 것만 같은 아이들도, 사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니, 내 자녀는 행복할 것이라는 부모의 착각이나 무심함이 아이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스트레스와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를 알아봤다.
부모는 아이를 스트레스 없는 완벽한 존재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스트레스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각 시기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며 적당한 통증은 겪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의 모든 스트레스에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다룰 만큼 정서가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관심과 도움으로 스트레스를 잘 극복한 아이는 성인이 돼서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이에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힘을 갖게 된다.

1. 동생의 존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에게 배우는 아이 스트레스 처방전


Children’s stress “엄마가 변했어. 동생이 생기기 전에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그림책도 잘 읽어주더니, 요새는 힘들다고 짜증만 내고 혼내기만 해. 저리 가서 놀라고 혼내고, 이제는 형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혼내고,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혼내고…. 혹시 나를 미워하나?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나? 이게 다 동생 때문이야.”
Expert’s advice 동생 때문에 마음이 상한 아이를 다룰 때는, 아이가 엄마가 변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아이의 오해가 아니다. 실제로 엄마의 상태가 달라진 것이다. 임신을 해서 몸이 힘든 상태였고, 출산 후에도 동생을 돌보느라 큰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우선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나도 사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커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동생이 태어나도 더 많이 놀아줄게”라는 식의 거짓말은 하지 말 것. 이게 실현되지 않을 경우 아이는 ‘속았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동생으로 인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자신과 함께 있는 동안은 엄마가 최선을 다해 즐겁게 놀아준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적어도 하루 30분 동안은 큰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동생이 자는 시간을 이용하거나, 엄마가 큰아이와 놀 때는 아빠가 작은아이를 돌보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도록 한다.

2. 첫 유아기관
Children’s stress “집에 있으면 장난감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도 맘대로 꺼내 먹을 수 있고 늦잠도 잘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유치원에 가야 해요? 왜 동생은 집에 있고 나만 가야 해요? 나 보내고 동생이랑만 맛있는 것 먹고, 재미있게 놀려고요? 나도 엄마랑 더 놀고 싶어요.”
Expert’s advice 아이는 보통 만 36개월까지는 부모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유아기관은 만 3세 이후부터 오후 2시면 집에 오는 반일반 정도를 보내는 것이 적당하다. 유아기관을 통해 아이는 또래와 함께 지내며 질서나 규칙 등을 배우게 된다. 유아기관에 다니는 것은 아이가 꼭 겪어야 할 스트레스이자,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에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내는 것이 좋다. 유아기관을 선택할 때는 시설이나 프로그램보다 교사의 자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유아기관에 가기 싫어한다면 적응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프로그램이 벅차거나, 또래나 교사와 무슨 일이 발생했거나, 아이 발달에 문제가 있거나 분명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지 무턱대고 유치원에 가야 한다고 아이를 윽박지르면 안 된다. 아이가 유아기관에서 생활을 잘하려면 아이 입에서 “우리 선생님은 나를 정말 예뻐해”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교사가 지나치게 무서운 것이 문제일 때는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잘 들어야 해”라는 말은 피하고 대신 “선생님이 좀 엄한 면이 있는 것 같네”라고 하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핵심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엄마 생각에 선생님이 네게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주려고 하시는데, 좀 더 잘 설명해달라고 엄마가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그렇지만 너도 이런 것들은 선생님이 지켰으면 하는 규칙이니까 지켰으면 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무서운 교사를 만난 경험을 통해 대인관계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아이가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
복통과 두통을 자주 호소할 때, 자주 울거나 말수가 줄었을 때, 갑자기 때리거나 무는 등 난폭한 행동을 할 때, 잘 먹던 아이가 먹지 않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키가 크지 않을 때,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학습 능력이 떨어질 때, 책이나 공책이 하얗게 비어서 올 때, 아이가 창밖을 물끄러미 보는 횟수가 늘어날 때, 잘 웃지 않거나 쉽게 울 때, 친구가 자신을 때리거나 괴롭힌다며 한 아이의 이름을 계속 언급할 때, 특정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반복할 때,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


3. 또래의 장난 혹은 괴롭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에게 배우는 아이 스트레스 처방전


Children’s stress “나는 친구가 나를 괴롭히고 놀리는 것 같은데, 친구는 그냥 장난친 거래요. 선생님도 그저 짓궂은 장난일 뿐이래요. 제가 예민한 거래요. 그런데 전 견딜 수가 없어요. 미치겠어요. 하지 말라고도 해봤어요. 그런데도 매일 그래요.”
Expert’s advice 아이는 친구 때문에 괴로워서 학교에 가기 싫은데 정작 친구는 “괴롭힌 게 아니다. 장난이다”라고 한다. 만약 사소한 장난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면 이는 아이가 지나치게 불안하고 예민해서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그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늘 그런 상황에서 따지고, 화를 내고,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반복한다. 여러 번 그렇게 해서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데 같은 방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다룰 때 부모가 인지해야 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을 모두 내 아이에 맞게 뜯어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내 아이인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 교육이나 상담 치료를 받아서 이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당하는 것이 진짜 괴롭힘이라면 대처 방법은 달라진다. 가해 아이들에게 괴롭힘은 범죄 행위라는 것을 단단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려면 언제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너무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부모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4. 또래들 사이에 잘 끼지 못할 때
Children’s stress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나쁘게 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왕따를 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왠지 저만 겉도는 느낌이에요. 아이들과 좀처럼 친해질 수 없어요. 너무 외로워요. 제가 뭔가 친구들을 잘 못 대하고 있는 걸까요?”
Expert’s advice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아이들 중에서 친구들 가운데 겉도는 아이들의 경우 공통된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많다. 처음 또래 관계가 형성될 때 빨리 소속되지 않으면 중간에 들어가기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다음 번 또래 관계가 형성될 때는 지나치게 애를 써서 빨리 소속되려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본래 성향을 숨기고 억지로 친해진 친구들과는 오래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또 지나치게 적극적인 태도를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나는 OOO야”라고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 “네가 먼저 친구에게 말을 걸어봐”라는 조언은 적합하지 않다. 아이는 그게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친구는 천천히 사귀어도 돼. 또 꼭 친구를 많이 사귈 필요는 없어”라고 편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친구를 사귀어야 느닷없이 당하는 따돌림도 피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에게 배우는 아이 스트레스 처방전


‘아이의 스트레스는’…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멘토인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아이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그동안 진료실에서 만났던 대소변 가리기, 동생의 존재, 급식 지도, 또래의 장난 혹은 괴롭힘, 담임교사의 스타일, 너무 바쁜 아빠, 부모의 말투 등 대표적으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들을 꼽아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했다. 웅진리빙하우스, 1만6천원.

참고도서 | ‘아이의 스트레스’(웅진리빙하우스)

여성동아 2012년 4월 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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