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 이상 경험하는 요통. 신체에 통증과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기에 그만큼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통증쯤은 누구나 가끔씩 겪는 고통이려니 하며 무시했다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 그제야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찾는다. 또 통증이 있는 동안에는 병원에서 의료인의 지시를 잘 따르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일단 통증이 누그러지면 금방 기존의 생활습관을 반복하곤 한다. 그리고는 몇 달 못 가 통증이 재발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더 나은 치료법을 찾는다. 사실 요통은 통증을 없애는 1차적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다. 사후 관리에 따라 일상으로의 완전한 복귀 여부 및 재발률이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증 멈추면 당장 근력 강화 운동을!
사후 관리에서 운동 재활은 필수 코스다. 일단 통증이 심한 염증 반응 단계가 지나면 바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운동은 척추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키고, 경직돼 있는 근육을 유연하게 하며, 척추의 바른 정렬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하다. 대부분 요통의 원인이 근력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척추를 바로 잡아주지 못하고 그만큼 디스크와 인대가 척추를 지탱하기 위해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인대와 디스크가 약해진 상태라도 근육의 힘이 강하면 척추 정렬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인대와 디스크가 함께 튼튼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곧장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는 것은 금물이다. 처음에는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과 소도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 및 체조로 한다. 재활 초기 단계에서는 관절이 굳지 않도록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일정한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힘을 주는 등척성운동(근육이나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근육에 자극을 주는 운동)으로 시작해 점점 가동 범위를 넓혀가며 본격적인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요통을 발생시킨 유형에 따라 운동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요통이란 용어는 추간판탈출증, 염좌, 척추관협착증, 척추전위증 등의 여러 가지 진단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여서 하나의 운동 방법이 제시될 수는 없다. 어떤 증상에서는 바람직한 동작이 어떤 증상에서는 독이 될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추간판탈출증 환자가 피해야 할 운동
우리가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알고 있는 추간판탈출증의 경우를 살펴보자. 추간판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의 추간판이 본래 자리에서 일부 빠져나가 염증을 일으키고 신경을 건드려서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다. 추간판은 중앙에 아교질 형태의 수핵과 그를 둘러싼 질긴 조직의 섬유륜으로 구성돼 있고 섬유륜의 앞뒤를 각각 종인대가 보호해준다. 요추부에서는 전방종인대에 비해 후방종인대가 가늘어서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은 뒤쪽으로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하는 데는 자세 문제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동작처럼 요추부의 과도한 굴곡 자세에서는 수핵이 뒤쪽으로 밀려 척추관과 신경근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추간판탈출증 환자들은 요추부 굴곡 동작이 포함된 동작을 피해야 한다.
이때 완전 범위로 시행하는 윗몸일으키기는 금물이다. 스쿼트(Squart: 바벨이나 덤벨 등을 가지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각종 로 동작 및 데드리프트(dead lift: 바벨을 끌어서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 등은 주의해야 하며, 자전거를 탈 때도 상체를 앞으로 많이 구부리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서서 두 무릎을 구부리지 않은 채 손으로 발가락을 닿는 햄스트링 스트레칭 동작도 좋지 않다.
척추전방전위증 환자가 피해야 할 운동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들은 요추부 신전(젖히기) 운동을 삼가야 한다.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들은 위 마디의 척추체가 아래 마디에 대해서 전방으로 이동해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는 신전 자세에서 발생한 부상으로 인해 혹은 허리를 신전시키는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이 환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척추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 특히 크런치나 복횡근, 복사근 등의 근력 운동과 함께 볼 위에서 실시하는 안정화 운동이 필요하다. 반면 요추부 신전 운동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재활 운동을 통해 허리 부위의 힘이 키워지고 유연성이 증가됐다면 가벼운 레크리에이션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허리에 충격이 많이 가해지고 척추가 비틀어지는 동작이 포함돼 있는 골프나 테니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평지 걷기나 수영은 허리에 부담이 적으면서 허리 부위 혈액 순환을 개선시켜 통증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허리 건강에 매우 좋은 운동들이다. 단, 수영 영법 중에서 허리가 과도하게 꺾이고 척추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해지는 평영과 접영은 피해야 한다.
통증 예방 위해 생활습관부터 고쳐라
이와 같이 정확한 진단을 거쳐 원인치료를 받은 후 운동을 해주면 기능 회복과 근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데 본인의 증상에 맞는 안전한 운동 방법을 찾으려면 전문 운동관리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통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만큼 좋은 치료 방법은 없다. 많은 비용을 들여 치료를 받고도 예전의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이 말이 너무도 절실할 것이다. 다행히 요통은 대부분 잘못된 자세와 근력 및 유연성 부족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상생활을 통제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만큼 좋은 관리 방법은 없다. 운동을 통해 근력 약화 및 근경직, 조직의 퇴행적 변화로 요통이 시작되는 것을 막거나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평상시 잘못된 자세를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교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바른 자세는 통증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 후 회복을 돕고 운동의 효과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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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 일러스트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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